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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넷 앞에 장사 없다, ML 1라운더 출신도 마찬가지

중앙일보

입력

지난 달 4일 창원 NC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몽고메리. [사진 삼성 라이온즈]

지난 달 4일 창원 NC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몽고메리. [사진 삼성 라이온즈]

볼넷 앞에 장사 없다. 삼성 외국인 투수 마이크 몽고메리(32)도 마찬가지다.

몽고메리는 KBO리그 첫 3번의 등판에서 1패 평균자책점 4.50(14이닝 7실점)을 기록했다. 그의 화려한 이력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출발이다. 몽고메리는 2008년 메이저리그(ML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으로 2016년 시카고 컵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다. 삼성이 지난 5월 벤 라이블리를 퇴출하고 고심 끝에 선택한 '우승 청부사'다. 그런데 아직 전력에 큰 플러스 요인이 아니다. 경기당 평균 소화 이닝이 5이닝 미만이다.

몽고메리가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구다. 3경기에서 허용한 볼넷이 11개. 9이닝 환산 볼넷(BB/9)이 7.07개로 많다. 규정이닝을 채웠다면 리그 최하위다. 비효율적인 투구는 투구 수로 직결된다. 이닝당 투구 수가 19.4개로 20개에 육박한다. 산술적으로 5이닝만 채워도 한계 투구 수(개인 평균 90.4개)에 다다른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몽고메리는 9이닝당 볼넷이 7을 넘는다. 외국인 투수 중 잘 던지는 투수는 3점대에 들어온다"며 "(많은 볼넷으로 인해) 투구 수가 증가하고 투수들은 던질수록 구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외국인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의 시즌 9이닝 환산 볼넷이 3.02개. 리그 다승 1위 에릭 요키시(키움)는 2.45개에 불과하다.

풀카운트 승부에서 계속 밀린다. 몽고메리는 시즌 10번의 풀카운트 승부 중 타자를 범타로 처리한 게 3번에 불과하다. 볼넷을 무려 7개나 허용했다. 17일 대전 한화전(6이닝 5볼넷 3실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5번의 풀카운트 승부 중 볼넷이 4개였다. 잦은 볼넷으로 위기 상황을 자초하고 실점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KBO리그 데뷔전이던 7월 4일 창원 NC전에선 3이닝을 투구해 단 하나의 피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볼넷이 4개였다.

몽고메리는 '무기'가 많다. 키가 196㎝로 장신이다. 다른 투수들보다 릴리스 포인트가 높게 형성된다. 여기에 구종도 다양하다.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 이외 컷 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까지 던진다. 주 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의 최고구속이 시속 150㎞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다. MLB에서 2300타자 이상을 상대한 경험도 특별하다. 실제 KBO리그 타자들은 몽고메리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안타율이 0.146에 불과할 정도로 '정타'가 거의 없다. 정면 승부를 들어가면 타자에 쉽게 밀리지 않는다.

관건은 제구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좋은 '무기'를 살리려면 볼넷을 줄이는 게 시급하다. 몽고메리의 '코리안 드림'을 좌우할 핵심 키워드는 볼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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