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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밥뉴스] 코로나 등교 어쩌나…산골 '곡성 유학' 몰린 애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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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가 시작됐습니다. 정부가 2학기 전면 등교 단계적 추진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다음주 중이면 초등학생 절반 이상이 등교를 하게 되는데요, 오는 9월3일까지는 등교 인원을 제한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4차 대유행이 수그러들 기미가 없어 학부모들의 걱정과 우려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밥상머리 뉴스, ‘오밥뉴스’에서는 등교 이야기를 전해봅니다.

美 플로리다 남서부 학생교직원 감염 급증 #“백신 보급률 높은 선진국도 불안해하는데” #전문가들 “안전한 등교 위해 어른 협조 필수”

수도권 중학교의 등교 수업 확대된 지난 6월 서울 양천구 월촌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 시작 전 담임교사와 조회를 하며 방역 수칙을 교육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수도권 중학교의 등교 수업 확대된 지난 6월 서울 양천구 월촌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 시작 전 담임교사와 조회를 하며 방역 수칙을 교육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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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보급은 더디고, 델타변이 확산 속도가 빠른데도 등교를 반기는 부모들이 상당합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데 부모 자신이 지쳐가는 것도 있지만 아이들이 친구를 만나지 못해 힘들어하고 학력도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는 이유에서지요.

반대로 “학교에 가는 것이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아이 셋을 둔 주부 이모(43·서울 마포구)씨는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유치원에 가도 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교에 갈 준비만 하면 뭐하나.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돌아다니는 어른들이 여전하다”는 불만글도 심심찮게 올라옵니다.

실제로 일부 학부모들은 ‘서울 학생의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전남 곡성군 오산면 오산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이 13명이었는데 5명이 서울에서 전학을 와 18명이 함께 수업을 받았습니다.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1학기 82명의 학생(초등4~중2학년)이 참여했고 2학기에는 1차 모집에만 134명이 신청을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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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코로나19 관련 연설을 통해 ″올 가을 모든 학교는 개방돼야 하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우리는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코로나19 관련 연설을 통해 ″올 가을 모든 학교는 개방돼야 하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우리는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P=뉴시스]

미국, 이스라엘에서도 갑론을박

등교 불안은 우리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백신 접종률이 한국보다 높은 방역 선진국에서도 새 학기 등교를 앞두고 학부모들의 걱정이 많습니다. 성인 기준 2차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은 미국 일부 지역에서 등교 후 감염 보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1일 폭스 뉴스에 따르면 플로리다 남서부 리 카운티에서만 1600명 이상의 학생과 교직원이 감염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엄마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안한 심정을 나타냈습니다. 11살짜리 아들을 둔 한 엄마는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학교가 문을 닫으면 아이가 종일 낮잠을 잔다”며 아이의 생활관리 등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달 28일 델타 변이 확산으로 전면등교에 대해 회의적인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싣기도 했습니다.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자, 뉴욕타임스는 지난 5일 방역전문가 조언을 실었습니다. 린지 마 버지니아공대 공중보건 교수는 인터뷰에서 “두 아이들(10세, 13세)이 등교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며 “지난해 아이들이 원격수업 때문에 지적, 육체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지쳐가는 것을 보았다”며 등교를 찬성했는데요.

자료 교육부

자료 교육부

학교에 보내는 대신 아이들에게 고성능 마스크를 챙겨주고, 학교에는 ▷주기적 환기 ▷고성능 공기 여과 장치 설치 ▷교직원 접종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면 등교에 앞서 학부모들의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여러 보호조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 포스트의 지난 8일 보도에 따르면 ▷학기 시작 전 48시간 내 학생 대상 급속항원검사 ▷녹색교실 프로그램(확진자 발생시 격리 조치) ▷코로나 위험지역 주기적 검사 ▷전원 마스크 착용 ▷가능한 개방된 장소에서 수업 등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전문가들 “안전한 등교 위해 백신접종과 고강도 거리두기를”

일선 학교의 2학기 개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2~3학년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정에 들어서며 손소독과 체온 측정을 하고 각자의 교실로 들어갔다. 사진 공동취재단

일선 학교의 2학기 개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2~3학년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정에 들어서며 손소독과 체온 측정을 하고 각자의 교실로 들어갔다. 사진 공동취재단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감염병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의 확산세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등교를 더 미룰 수 없는 현실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안전한 등교를 위한 어른들의 노력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아이들을 위한 보호조치는 성인 백신접종과 거리두기 동참에 있다는 말입니다.

시혜진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확산 추세라면 아이들의 대전파를 막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며 "지역별 거리두기의 피로도를 낮추고 전국적으로 일시적인 고강도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 교수는 또 성인들의 적극적인 백신접종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은 접종이 어려운 연령대가 있기 때문에 건강한 성인들의 접종률을 높여 링 백시네이션(주변 사람들을 접종시킴으로써 전파율을 낮추는 것) 예방효과를 주어야만 한다”며 “성인 예방접종은 아이들을 위한 보호효과로 대전파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대한소아감염학회는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률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비해서 낮은 편이지만, 고위험군이라 볼 수 있는 60세 이상의 백신접종은 이달 말이면 완료될 예정이기 때문에 등교수업을 유지할 기본요건을 갖췄다”고 밝혔습니다.

또 “장기간 동안 학교수업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해 교육기회 상실, 불평등을 넘어서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 비만, 우울증 등 건강문제가 크게 나타나고 있어 세계 많은 국가들이 등교수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학회는 특히 “등교수업 유지를 위해 어른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고연령층이나 고위험군 성인은 꼭 백신접종을 받아 등교수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게 협조해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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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등교 확대 방침에 회의적인 입장도 있습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상황과 접종률이 높은 선진국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며 “곧 학교들이 문을 열 텐데 당장 다음 주에 3000~4000명대가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가정과 사회, 학교가 하나의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는데, 학원이나 쇼핑몰, 가족간 감염의 위험이 여전한 상황에서 안전을 논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반문합니다. "확진자 수가 100명대, 200명대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가정도 학교도 안전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입니다.

김 교수는 등교와 관련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맞벌이 부부의 돌봄 문제나 아이들의 사회성, 학업능력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부가 이분법적으로 등교를 하느냐, 마느냐에 매달리기보다 감염위기가 적은 지역으로의 체험수업 등 등교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오밥뉴스를 배달합니다

화내지 말아야지 했지만 오늘도 버럭하셨다고요? 아이와 나눈 밥상머리 첫 대화는 “숙제했니”였다고요? 어쩌다 부모가 된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중앙일보가 새로운 뉴스를 선보입니다. 오늘의 밥상머리 뉴스인 '오밥뉴스'를 통해 부모 여러분의 걱정거리를 덜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