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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급락 하루 만에 반등…달러 매도 타이밍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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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사업가 A씨(70)는 금융자산으로 50억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달러로 보유한 자산은 약 100만 달러다. 올해 초 원화값이 달러당 110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자 달러를 나눠서 사들였다. 그는 언제쯤 달러 자산을 처분할지 기회를 보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원화값이 달러당 1176.3원까지 하락(환율은 상승)했지만 달러 자산을 팔지 않았다. A씨는 “그동안 원화값이 달러당 1170원선 아래로 떨어지면(환율이 오르면) 달러를 팔 계획이었다. 하지만 달러를 좀 더 보유하는 것으로 (투자) 전략을 바꿨다”고 말했다.

하루 새 8.3원 올라 달러당 1168원 #달러에 투자한 자산가들 셈법 복잡 #시중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감소 #기준금리 인상, 외환정책이 변수

달러당 원화값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달러당 원화값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1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8.3원 상승(환율은 하락)한 달러당 1168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7일 원화가치가 전날보다 7.3원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하루 만에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원화가치는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6거래일 동안 달러당 34.2원 하락하기도 했다.

달러에 투자한 자산가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하는 금융권 프라이빗뱅커(PB)들은 일부 고객들이 달러를 파는 시기를 늦추고 있다고 전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영업본부장은 “(자산가들은) 달러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점을 고민 중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게 주요 변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달러당 1170원에 달러를 팔려던 투자자들이 달러당 1200원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의 이서윤 부장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며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도 강해지고 있다. 보수적인 시각을 지닌 자산가는 달러 매도 타이밍을 내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달러예금 잔액을 보면 오히려 달러를 파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모습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13일 475억9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월 말(554억700만 달러)과 비교하면 약 두 달 반 사이에 78억 달러 줄었다.

올해 달러예금 잔액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올해 달러예금 잔액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전문가들 사이에선 원화 강세, 달러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금리 인상은 원화 강세,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외 금리 차이를 노리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 흘러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외환정책도 변수다. 만일 원화 약세, 달러 강세가 심해지면 수입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 물가 안정을 원하는 정부로선 원화가치 하락을 무작정 방치해 두기는 어렵다. 18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다소 약해졌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쳐 820억원어치를 팔았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주일 주요국 통화 중에서 원화가 가장 큰 폭의 약세를 기록했다.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최근 환율 급등(원화가치 급락)은 과도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오버슈팅’(과도하게 상승)한 환율은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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