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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의 최대 수주에도 다 적자, 조선 빅3 ‘어닝쇼크’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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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 1~7월 수주량을 기준으로 13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사진 대우조선해양]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 1~7월 수주량을 기준으로 13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사진 대우조선해양]

국내 조선업계 ‘빅3’(대형 3사)가 올해 상반기에 각각 1조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냈다. 국내 조선업계가 4년 연속 글로벌 수주량 1위를 기대하는 것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흑자를 내려면 1∼2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선박을 건조한 뒤 대금을 받으려면 수주 시점에서 2년 정도 시차가 발생하는 조선업의 특성 때문이다. 주요 재료로 사용하는 철강 후판의 가격 상승도 조선업 실적 악화의 요인이었다.

올들어 후판값 20% 뛴 게 결정적 #건조에 2년 걸려 저가 수주도 원인 #선박가격지수는 10년래 최고 상승 #철강값도 안정, 중장기 전망 낙관

한국조선해양이 지난 17일 공시한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상반기 영업손실 829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9447억원, 대우조선해양은 1조2203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한국조선해양의 상반기 수주액은 174억 달러였다. 올해 목표액(149억 달러)을 이미 넘겼다. 조선 3사를 합치면 올해 목표 수주액의 74.4%를 상반기에 채웠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의 지난 1~7월 수주량은 1276만 CGT(표준화물 톤수)였다. 13년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달에는 중국을 제치고 수주량 1위를 차지했다.

조선 빅3 상반기 영업적자

조선 빅3 상반기 영업적자

철강제품 중 후판은 선박 건조비용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박사는 “지난 1분기 후판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약 20% 올랐다. 조선사들이 지난 2분기 실적을 계산하면서 (후판 가격 상승을) 비용으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사들은) 하반기 후판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해 그 비용까지 실적에 반영했다”고 전했다.

통상 2년 정도 걸리는 선박 건조 공정은 다섯 단계로 이뤄진다. 조선사들은 마지막인 인도 단계에서 선박 대금의 60%를 받는다. 조선사들은 이 돈을 받을 때까지 상당한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공사손실 충당금으로 8960억원을 반영했다. 대우조선은 8000억원, 삼성중공업은 3720억원을 충당금으로 올렸다. 조선업체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낮은 가격에 수주한 물량이 적지 않은 게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말도 업계에서 나온다.

조선업계는 중장기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철강 가격이 안정되고 있어서다. 만일 철강 가격이 오르면 앞으로 계약할 선박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조선업체들은 현재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업체들과 하반기 후판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강값이 t당 200달러였던 시기를 기준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최근 중국 정부의 규제로 (철강) 수요가 줄어 t당 160달러대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원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려면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들여온 원자재 가격에 맞춰 후판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클락슨리서치의 신조선가 지수는 9개월째 상승하며 이달 초 144.5를 기록했다. 1988년 1월 글로벌 선박 건조 비용을 기준(100)으로 선박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이 지수가 140을 넘어선 것은 2011년 9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많은 일감을 확보한 조선소 입장에서 선가(선박 가격)를 올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업의 호황 사이클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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