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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모더나 계약서 103쪽 전부 공개…韓은 왜 꽁꽁 숨기나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14:25

업데이트 2021.08.18 15:09

미국 보건복지부가 공개중인 모더나 백신 계약서. 사진 계약서 캡처

미국 보건복지부가 공개중인 모더나 백신 계약서. 사진 계약서 캡처

‘수량 3340만 회분’ ‘단위가격 16.5달러(한화 1만9300원)’ ‘FOB(본선인도 조건) 목적지’

미국 보건복지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모더나사(社)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계약내용 중 일부다. 당국의 허가내용, 긴급사용승인 따른 옵션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8월 최초 계약 이후 수정 사항까지 깨알같이 담아냈다. 1회당 3320만 도스(회분)~3340만 도스를 12차례로 나눠 총 5억 도스 공급받는 계약 내용이 명시돼있다. 백신 도입 시기는 모자이크 처리하긴 했으나 계약서에 빠짐없이 적혀 있다. 계약서는 총 103쪽에 달한다. 피디에프 파일 2개로 나뉘어 있다. 누구든 열어보고 다운로드까지 할 수 있도록 공개돼 있다.

모더나 뿐만이 아니다. 화이자, 노바백스와의 계약서도 공개돼 있다. 화이자의 경우 주요 정보는 가려져있지만 가격, 물량, 도입시기 등이 계약서에 담겨있다. EU(유럽연합) 역시 아스트라제네카(AZ)와의 계약서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해놨다. 계약서에 월별 도입일정이 정리돼있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1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백신 공급 차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문했던 미국 모더나사와의 논의 결과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1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백신 공급 차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문했던 미국 모더나사와의 논의 결과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韓 '비밀유지협약' 이유로 숨겨 

한국 정부와 딴판이다. 정부는 ‘비밀유지협약’을 이유로 계약내용을 철저히 숨기고 있다. 이에 백신별 도입 시기와 물량은 깜깜이다. 한국행 비행기를 탈 때쯤에나 공개한다. 모더나의 경우 그간 계약서에 분기별 도입물량 정도는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7·8월분 물량이 반토막나면서 ‘2021년 내 4000만 회분 공급’계약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서 상에 구체적으로 정해진게 없어서 정부는 모더나 측과 월별, 주별 물량을 그때그때 협의해 들여온다고 한다.

이처럼 느슨한 조건이다 보니 모더나가 7·8월 물량을 지연시키거나 반 토막 내도 계약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수급 불안에 모더나·화이자 백신의 1·2차 접종간격이 4주에서 6주로 늘어나는 등 3분기 접종계획이 뒤흔들렸지만 항의 수준에 그쳐야 한다. 정부는 지난 13일 모더나 본사에 대표단까지 보냈으나 사과만 받고 구체적인 도입물량은 확약하지 못한 채 귀국했다. 현재 모더나의 ‘통보’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모더나는 스타트업이라 화이자 같은 대기업에 비교하면 생산기반이 빈약하다. 7·8월 물량 차질도 유럽지역 협력 제약사에서 발생한 실험실 문제 여파였다. 모더나 공급이 불안정한 이유다. 하지만 역시 계약상 문제삼지 못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복지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연내 공급분에 대해 전체적으로 정하고 그 이후에 협의를 통해 세부적인 분기, 시기별 공급계획을 확정하고 있는 중”이라며 “공급지연이 계속 반복되는 경우엔 강력한 유감과 항의를 표명하고, 계속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에 있는 제약회사 모더나 본사. EPA

미국 매사추세츠에 있는 제약회사 모더나 본사. EPA

저자세로 계약했나 

물론 화이자, 모더나가 미국 정부의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작전(OWS·Operation Warp Speed) 차원에서 이뤄진 만큼 계약 당사자로서의 미국의 위치가 일반 국가보다 우위에 놓일 수는 있으나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저자세로 계약을 체결한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계약서에 통상 비밀유지의무가 규정됐다 해도 상업적으로 예민한 가격이 비밀정보에 해당할 수 있다”며 “도입물량, 시기도 공급사의 생산수율(원재료 투입량에 대한 제품 생산량)이 노출될 수 있는 만큼 가격과 함께 비밀정보에 포함하자고 제안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공익을 위해 공개예외를 두자고 했으면 반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신계약 시기를 놓친 여파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지난해 7월 미국 등이 선구매를 시작할 때 한국은 환자발생이 적어 (백신 구매에) 적극적인 자세가 아니었다”며 “12월 돼 사태가 급변하자 (서둘러) 모더나 백신을 계약했다. 당연히 (급할 것 없는 제약사와의) 계약은 우리가 불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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