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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테이퍼링보다 더 무섭다…中 침체·델타변이·아프간 역풍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설치된 스크린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자회견 장면이 방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설치된 스크린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자회견 장면이 방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시계가 더 빨라졌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의 구체적인 시간표도 등장했다. 하지만 긴축발작(테이퍼 텐트럼)은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 경기 둔화와 델타 변이의 기승 등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을 짓누른 탓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공표하고, 오는 11월 테이퍼링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BC도 Fed가 다음달 공식 발표를 한 뒤 연내 테이퍼링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테이퍼링 속도도 빠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WSJ에 “자산 매입은 내년 중반 모두 종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Fed 위원이 예상하는 인상 시점은 2023년 이후다. WSJ은 “조기 테이퍼링을 하면 금리 인상을 앞당길 여력이 생긴다”며 “Fed가 시장의 예상보다 자산 매입을 조기에 마무리한 뒤 금리인상 준비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Fed 긴축 초읽기 소식에도 잠잠한 시장 

지난 6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한 남성이 구걸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한 남성이 구걸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긴축 시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에도 시장은 잠잠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0.31%), S&P 500(0.26%), 나스닥(-0.20%) 지수는 모두 혼조세를 보였다.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24%까지 떨어졌다.

시장이 흔들리지 않은 건 테이퍼링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어서다. 미 투자매체 마켓워치는 “테이퍼링이 빨라진다는 소식보다 세계 경제의 성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긴장하는 건 느려지는 미국의 경제 성장 속도다. 2분기 미국 성장률은 6.5%(전분기 대비 연율)로 시장 전망(8~9%)을 크게 밑돌았다.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은 미국의 성장률이 2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 빠르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산운용사 브라운 어드바이저리의 토마스 그래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몇 주간의 증시 상황을 보면 경제 침체에 대한 공포가 테이퍼링에 대한 두려움을 능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상찮은 중국 경제 침체 

지난 7일 중국 안후이성 안칭시의 한 방직공장에서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7일 중국 안후이성 안칭시의 한 방직공장에서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AFP=연합뉴스]

경기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는 요인은 또 있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의 실물 경기 둔화세다. 지난 16일 발표된 중국의 7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8.5%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의 시장 전망치(11.5%)를 크게 밑돌았다. 7월 산업 생산도 전망치(7.8%)보다 낮은 6.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국 경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데는 지난달 중국 중부를 강타한 폭우와 델타 변이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주요 원인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중국 내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지방정부는 도시를 봉쇄하고 기업 운영도 중단시켰다. 세계 최대의 물동량을 처리하는 중국 저장성의 닝보저우산항도 최근 잠정 폐쇄됐다.

마켓워치는 “중국 최대 화물 항구의 정체 현상 심화는 공급망 차질로 이어져 세계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델타 변이가 확산해 경제가 얼어붙으며 아시아가 세계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탈레반, 바이든 인프라법안 발목 잡나

지난 16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을 접수한 탈레반 무장 대원들이 집무실을 차지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16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을 접수한 탈레반 무장 대원들이 집무실을 차지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도 잠재적 불안요인이다. 당장 시장이 동요하지는 않지만 지정학적 변동성이 커지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이고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아프간 리스크'가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추진 중인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과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안 통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짐 리드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아프가니스탄 관련 헤드라인은 (인프라 법안 통과를 노리는) 바이든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트레이드 파이낸셜의 크리스 라킨은 로이터통신에 “델타 변이, 다른 나라들의 약한 성장,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투자자들을 겁먹게 하고 있다는 우려를 부인할 수 없다”며 “단기적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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