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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95세 생일 中 장쩌민…‘두꺼비 팬클럽’ 유튜브 축하 열광

중앙일보

입력

베이징 올림픽 공원에 지난 6월 문을 연 중국공산당 역사 전람관 4층에 전시 중인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미술작품 전람 중 장쩌민 전 총서기를 그린 작품. 신경진 기자

베이징 올림픽 공원에 지난 6월 문을 연 중국공산당 역사 전람관 4층에 전시 중인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미술작품 전람 중 장쩌민 전 총서기를 그린 작품. 신경진 기자

지난 2020년 장쩌민 팬클럽이 대만 배우 겸 가수 저우제룬(周杰倫)이 찍은 영화 ‘곽원갑(霍元甲)’의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합원갑(蛤元甲)’을 제작해 그의 생일을 축하했다. [유튜브 캡처]

지난 2020년 장쩌민 팬클럽이 대만 배우 겸 가수 저우제룬(周杰倫)이 찍은 영화 ‘곽원갑(霍元甲)’의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합원갑(蛤元甲)’을 제작해 그의 생일을 축하했다. [유튜브 캡처]

오늘 8월 17일은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95세 생일이다. 지난 1989년 집권해 1997년 덩샤오핑(鄧小平) 사후 2002년까지 중국 최고 실권자였던 장쩌민 총서기의 온라인 팬클럽 ‘하쓰(蛤絲·두꺼비 클럽)’에게는 일 년 중 가장 큰 축제의 날이다.

지난해는 패러디 무협 뮤비 헌정 #5년새 중국내 팬클럽 계정 사라져 #100년 기념식 불참해 억측 난무 #학계 “개인 숭배 아닌 팬덤 문화”

두꺼비 클럽은 장 총서기의 트레이드 마크인 두꺼운 검은 뿔테 안경과 커다란 얼굴이 두꺼비를 닮아 유래한 이름이다.

하쓰들은 관영 신화통신사를 패러디한 유튜브 계정 ‘신합사(新蛤社)’를 통해 이날 오후 8시 17분(현지시간)부터 장 전 총서기에게 헌정하는 노래 22곡을 생방송 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예고했다. 행사 명칭은 두꺼비의 생일잔치를 뜻하는 ‘합탄제(蛤誕祭)’다.

지난해 합탄제에선 대만 배우 겸 가수 저우제룬(周杰倫)이 찍은 영화 ‘곽원갑(霍元甲)’의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합원갑(蛤元甲)’을 헌정했다. 무림 고수 장쩌민이 다른 고수들을 물리치는 장면을 코믹하게 담았다.

하쓰의 합탄제는 모두 중국의 삼엄한 인터넷 검열을 피해 해외 플랫폼에서 펼쳐진다. 5년 전 장 전 총서기의 졸수(卒壽, 90세 생일의 별칭)에는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 ‘두꺼비 클럽 학습단(學習哈絲團)’ 공식 계정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살아있는 전직 최고지도자를 그리는 향수는 현직에 대한 ‘불경’으로 여겨져서다.

1989년 6·4 천안문 사태 직후 덩샤오핑과 천윈(陳雲)의 합의로 최고 권좌에 오른 장쩌민에 대한 평가는 크게 갈린다. 하쓰들은 정치가 아닌 인간적 면모에 주목한다. 다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인간적인 면에 매료됐다.

“내가 어른(長者)으로 충고한다”는 장쩌민 어록의 백미다. 2000년 10월 베이징 중난하이 집무실에서 홍콩기자 장바오화(張寶華)의 불손한 질문에 불끈하며 내뱉은 말이다. 능숙한 영어로 “너무 어리고(too young), 지나치게 간단하고(too simple), 때로 유치하다(sometimes naive)”고 말하는 영상은 하쓰라면 반드시 보아야 할 영상으로 꼽힌다. 2000년 8월 15일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가진 미국 CBS 기자 마이크 월리스와의 인터뷰, 2009년 50년대 근무했던 국영기업을 다시 방문해 임직원과 나눈 대화 영상까지 세 편은 ‘합삼편(蛤三篇)’으로 불리는 하쓰의 순례 성지다.

베이징 올림픽 공원에 지난 6월 문을 연 중국공산당 역사 전람관 3층에 장쩌민 전 총서기 업적 코너. 1989년 11월 13기 5중전회에서 덩샤오핑(鄧小平)과 손을 맞잡은 장쩌민 사진이 보인다. 신경진 기자

베이징 올림픽 공원에 지난 6월 문을 연 중국공산당 역사 전람관 3층에 장쩌민 전 총서기 업적 코너. 1989년 11월 13기 5중전회에서 덩샤오핑(鄧小平)과 손을 맞잡은 장쩌민 사진이 보인다. 신경진 기자

장 전 총서기의 집권 기간 업적은 베이징 올림픽 공원에 문을 연 공산당 역사 전람관 3층에 전시되어 있다. 1989년 11월 13기 5중전회에서 덩샤오핑(鄧小平)과 손을 맞잡은 장쩌민 사진 옆에는 이같은 문구가 있다. “동지들은 덩샤오핑이 영도 간부 직무 종신제를 폐지하기 위해 몸소 귀감이 된 데 대해 숭고한 경의를 표시했다(1989년 11월 9일).”

전시장에는 1998년 장강 대홍수 당시 현장에서 메가폰으로 병사들을 독려하는 모습, 상하이 푸둥신구의 미니어처, 중국공산당은 선진 생산력(자본가), 선진 문화발전(지식인), 광대한 인민(노동자·농민)의 근본 이익을 대표한다는 3개 대표론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공원에 지난 6월 문을 연 중국공산당 역사 전람관 3층에 장쩌민 전 총서기가 1998년 장강 대홍수 당시 현장에서 메가폰으로 병사들을 독려하는 모습이 전시되어 있다. 신경진 기자

베이징 올림픽 공원에 지난 6월 문을 연 중국공산당 역사 전람관 3층에 장쩌민 전 총서기가 1998년 장강 대홍수 당시 현장에서 메가폰으로 병사들을 독려하는 모습이 전시되어 있다. 신경진 기자

장 전 총서기는 지난달 1일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 기념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10년 전 창당 90주년에도 자리를 비워 당시 18차 당 대회를 1년 앞두고 각종 억측을 쏟아낸 바 있다.

장 전 총서기의 생일은 중국 원로정치의 무대 베이다이허 회의 막바지와 겹친다. 중국의 핵심 국정과 인사가 논의되던 베이다이허 회의는 시진핑(習近平) 집권 2기 들어 회의는 유명무실해지고 휴가만 남았다. 회의 개최를 증명하던 전문가 회의는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사라졌다. 장 전 총서기도 지난 2019년 7월 리펑(李鵬) 영결식, 10월 건국 70주년 천안문 열병식을 끝으로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는 최근 내년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원로정치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둬웨이는 “장쩌민은 왜 원로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인가”란 제목으로 1회에서 그의 영향력을 해부했다.

2011년 7월 6일 홍콩 아시아TV 뉴스가 장쩌민 전 총서기 사망 오보를 냈다. 이후 장 전 총서기는 ‘일 초 더(+1S, 續一秒)’라는 별명을 얻었다. 죽지 않고 장수한다는 ‘연명(續命)’의 이미지다. 하쓰들은 그의 만수무강을 바란다.

5년 전 홍콩의 탐사보도 전문 인터넷 언론 이니티움은 장쩌민 팬덤 현상을 보도하며 익명의 중국 사회학자를 인용했다. “하쓰 패러디 문화는 지도자 개인숭배가 아닌 변형된 팬덤 문화다. 핵심은 ‘연명’이다. 만일 장쩌민이 숨진다면 하쓰의 패러디 문화는 한 차례 폭발한 뒤 점차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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