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폭등 최대 수혜자는 정부? 양도세수 1년새 65% 급증

중앙일보

입력 2021.08.16 14:42

업데이트 2021.08.16 15:0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부동산ㆍ증시 등 자산시장 호황에 따라 정부가 약 33조원 상당의 세금을 더 걷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을 잔뜩 끌어 올려놓은 정부만 덕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기획재정부가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국세 수입 실적을 보면 올해 정부가 걷은 양도소득세ㆍ상속증여세ㆍ증권거래세ㆍ농어촌특별세 등 자산시장과 연동된 국세 수입이 상반기에만 36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8000억원(75.6%) 급증한 수치다.

국세수입 실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세수입 실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특히 부동산 관련 세수가 많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걷은 양도세는 18조300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7조2000억원(64.9%) 늘었다. 자산세수 증가분의 절반에 가까운 세수가 양도세에서 나왔다.

상반기 양도세수의 기반이 되는 주택매매(지난해 11월~ 올해 5월) 거래량은 전년 대비 5% 증가에 그쳤는데, 양도세수가 이처럼 늘어난 원인으로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양도차익 규모 확대와 양도세율 인상 등이 꼽힌다.

상속증여세도 상반기 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조3000억원(104.9%)이 늘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관련 상속세 2조30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2조원이 증가했다.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부동산원]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부동산원]

이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정부의 다주택자 압박 정책이 자녀에게 부동산 증여를 늘리는 방향으로 풍선효과를 만들어 낸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에 실패한 결과가 관련 세수 호황으로 이어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대표되는 주식투자 열풍 덕에 증권거래세수 역시 상반기 중 5조5000억원으로 2조2000억원(66.7%) 늘었다. 이런 영향을 받아 소득세ㆍ취득세ㆍ종합부동산세에 함께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수도 1년 새 87.5% 늘어난 4조5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양도세수는 전년 대비 7조6000억원 ▶증권거래세는 4조3000억원 ▶상속증여세는 2조원 ▶종합부동산세가 9000억원 등 부동산ㆍ주식시장에서 걷은 세금이 총 17조1000억원 늘어난 바 있다. 여기에 올해 더 걷은 15조8000억원을 합치면 코로나 사태 이후 자산시장에서 33조원 가까운 세수를 더 걷은 셈이다. 연말에 걷히는 종부세까지 감안하면 자산세수 증가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는 일각에서 “정부가 실물경제를 살리기보다 부동산 정책으로 세수를 올리고 있다”, “부동산ㆍ주식시장 활황의 최대 수혜자는 정부다” 등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자산시장에서 세수 증가를 목표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예상치 못한 부동산ㆍ증시 상승으로 뜻밖의 세수 증가 상황이 닥친 것이란 의미다.

전문가들은 고율 과세의 정책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부가 세금으로 조세 정의를 실천하고 부동산시장도 잡아보겠다고 덤볐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계속 끓어오르고 있어서다.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징벌적 과세 정책을 펼치는 것이 조세의 보편성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장ㆍ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은 “지금도 상위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세금의 70~80%를 부담하는 상황인데, 특정 계층ㆍ집단에 대한 세금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짚었다. 박형수 원장은 이어 “소득이 있다면 조금씩이라도 세금 부담을 하도록 하는 것이 국제적 조세정책의 큰 흐름이며,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 원칙에도 맞다”라면서 “정부가 지금처럼 시장을 통제하려는 수단으로 세제를 활용한다면, 정책적인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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