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사람 좋은’ 마당발을 일에 집중하게 할 수 없을까?

중앙일보

입력 2021.08.16 08:00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33)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일에 배치하여 최고의 업무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다. [사진 pxhere]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일에 배치하여 최고의 업무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다. [사진 pxhere]

“정 과장님, 이번 동호회 모임은 언제인가요?”, “정 과장님, 자동차 수리 저렴하게 잘하는 곳 알려주세요”, “정 과장님, 요즘 남친 때문에 고민이에요, 차 한잔 사주세요.”

정 과장은 ‘사람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워낙 대인관계 스킬이 좋아 직원들과 잘 어울리며,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한다. 잡다한 지식이 많은 정 과장은 회사의 마당발로 통하며, 상사·팀원을 막론하고 동료들을 편하게 대하며 잘 어울린다. 신입, 후배 직원들이 정 과장을 찾아가면 기꺼이 밥 한 끼, 차 한 잔을 사주며 사회생활 조언과 고민 상담까지 해준다.

그런데 사장은 요즘 정 과장 때문에 고민이 많다. 지난번 고객사 미팅에서 정 과장이 준비한 자료가 너무 부실하고 미흡했는데, 정 과장 특유의 ‘사람 좋음’ 때문에 유야무야 넘어간 것이다. 정 과장은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직원들의 고민 상담을 하느라 탕비실과 카페 등을 왔다 갔다 하며 자리를 자주 비웠다. 얼마 전 정 과장은 사내 동호회를 만들더니 업무시간 내에 동호회 관련된 일만 며칠째 하다가, 정작 본인의 업무 마감일을 넘기는 일이 있었다.

정 과장이 소속된 상품개발팀은 요즘이 가장 바쁜 시기이며, 신상품 개발을 위해 팀의 업무 몰입도가 가장 많이 필요할 때다. 그런데도 정 과장은 업무에 집중하기보다는 다른 직원들과 교류하며 사내 동호회를 운영하는 데에 더 열정적인 것처럼 보였다. 사장 역시 정 과장과 소통하는 것은 즐겁고 편하지만, 정 과장이 사내 동호회에 들이는 열정의 절반만이라도 업무에 집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정 과장의 팀원들은 함께 일하는 데 고충이 많다. 동호회 일이 업무보다 우선순위고, 다른 직원들과 얘기하느라 더 바쁜 정 과장의 업무를 매번 떠맡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일하러 오기보다 사람 만나러 오는 것 같은 정 과장, 사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대인관계와 팀워크는 다르다

흔히 원만한 대인관계 능력을 갖춘 사람을 팀워크가 좋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좋으니 팀워크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 사례의 정 과장은 대인관계 스킬이 뛰어나다. 고객 미팅에서 정 과장의 ‘사람 좋음’이 부실한 자료를 커버할 정도면, 정 과장은 탁월한 대인 관계 능력자다. 그러나 정 과장과 함께 협업해야 하는 동료, 팀원들도 정 과장이 팀워크가 좋다고 생각할까?

다른 직원들은 정 과장처럼 편하고 좋은 사람과 일하기 때문에 팀 내 트러블 없이 팀워크가 좋을 것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같은 팀 직원들은 정 과장과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한다. 정 과장의 뛰어난 대인관계 능력이 업무 외적으로만 사용되어 팀 업무에 소홀하다 보니, 팀 내의 다른 동료에게 업무가 몰리게 되거나 업무 공백이 생겨 협업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정 과장의 마당발 대인 관계 능력은 팀 내에서는 팀워크를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조직에서 대인관계 능력과 팀워크는 별개 일 수 있다. 대인관계는 갈등을 만들지 않거나 해결하는 능력이지만, 팀워크는 업무 성과를 내기 위해 협업이 잘 되는 관계를 의미한다. 회사에서의 대인관계 능력은 팀의 성과를 위해 팀워크에 기여될 때 그 가치가 있다. 탁월한 대인관계 능력을 갖춘 직원이 회사의 업무에 몰입하여 훌륭한 팀워크를 발휘한다면, 분명 높은 업무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사람은 좋은데 업무에 몰입하지 않는’ 정 과장 같은 직원을 어떻게 업무에 더 집중하게 할 수 있을까?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함께 돕기

먼저 직원에게 가장 적합한 업무를 찾아 그 직원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포지션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인관계 능력을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영업 업무나 직원의 고충을 상담하거나 사내 행사 등을 지원하는 인사·총무 업무 등 대인관계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리로 재배치한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일에 배치해 최고의 업무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리더는 직원의 강점과 역량이 최고로 발휘될 수 있는 일을 매칭시키는 매치메이커이다. 딱 맞는 매칭은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해서 최고의 성과를 낼 것이다.

둘째, 리더는 직원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지원해야 한다. 업무 몰입에 방해가 되는 장애 요인을 찾아 장애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실행하도록 돕는다. 또 직원 스스로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단기계획을 세워 자신의 성향에 맞는 실행 방법을 찾게 해주고, 리더가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직원의 약점과 장애 요인을 리더가 함께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대인관계를 중요시하는 직원은 리더와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해 업무에 대한 몰입이 중요하다는 것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셋째, 팀 내에서의 모습과 팀 밖에서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면서 대인관계의 모순된 모습을 인지할 수 있도록 소통할 필요도 있다. 다른 직원들과 아무리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더라도, 업무에 성실하지 않아 동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팀워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조직에서 대인관계 능력과 팀워크는 별개다. 대인관계는 갈등을 만들지 않거나 해결하는 능력이지만, 팀워크는 업무 성과를 내기 위해 협업이 잘 되는 관계를 의미한다. [사진 pxhere]

조직에서 대인관계 능력과 팀워크는 별개다. 대인관계는 갈등을 만들지 않거나 해결하는 능력이지만, 팀워크는 업무 성과를 내기 위해 협업이 잘 되는 관계를 의미한다. [사진 pxhere]

정 과장같이 섬세한 소통 능력으로 먼저 다가가 고민 상담을 마다하지 않는 직원에게는 리더의 격려도 필요하다. 다른 직원을 세심하게 챙기고, 사내 동호회를 만들어서 이끄는 열정은 직원들의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되고, 활발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참 좋은데, 관계는 정말 원만한데, 업무 몰입이 떨어지거나 역량이 부족한 직원의 진짜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약점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면 리더로서 해야 할 일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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