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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까지 다 죽는 잔혹동화…올여름 호러음악도 등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도권 전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21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한 시민이 태양열을 막기위해 양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수도권 전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21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한 시민이 태양열을 막기위해 양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역대급 무더위로 기억될 올여름.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기온이 30도를 넘나들기 시작한 게 지난 7월12일부터니 한 달 넘게 찜통더위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답답한 ‘집콕’ 생활도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여러모로 기분이 나지 않는 휴가철, 사람들이 찾은 건 역시 더위와 지루함을 날려버릴 오싹한 콘텐트였다. 영화는 물론 예능에 도서까지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다양한 공포물들이 인기를 얻었다.

방구석 1열서 즐기는 특급공포

악령에 씐 소녀가 계단을 거꾸로 뒤집어 내려오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유명한 ‘엑소시스트’는 1970년대 개봉했지만 아직도 공포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성수를 뿌리고 십자가를 휘두르며 퇴마 과정을 그린 엑소시즘은 최근 일상화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공포영화의 소재로 등장했다.

한국 공포영화 '제8일의 밤'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한국 공포영화 '제8일의 밤'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한국 영화 ‘제8일의 밤’은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해제되자 이를 막기 위해 8일간 사투를 벌이는 인물들을 그렸다. 이 한국식 퇴마물은 데이터 집계사이트 플릭스페트롤 집계 결과 공개와 동시에 한국은 물론 홍콩·일본·싱가포르·대만·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서 많이 본 콘텐트 톱10에 오르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고교 퇴마 로맨스 드라마 '우수무당 가두심'의 한 장면.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고교 퇴마 로맨스 드라마 '우수무당 가두심'의 한 장면.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TV의 ‘우수무당 가두심’은 원치 않는 운명을 타고난 소녀 무당과 영혼을 보게 된 주인공이 함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고교 배경의 퇴마 드라마다. 지난달 30일 첫 방송 이후 공개 3일 만에 300만 뷰를 기록할 만큼 인기몰이 중이다.

앨리스·팅커벨까지…다 죽는 잔혹동화

영상이 즉각적인 공포를 선사한다면, 활자는 상상력을 자극해 깊이를 알 수 없는 오싹함을 느끼게 한다. 국내 최대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여름을 맞아 일본의 유명 공포 소설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고바야시 야스미는 지난 1995년 데뷔작 ‘완구수리자’로 일본호러소설대상 단편상을 수상했는데, 논리적인 설정 속에 잔혹하고도 섬뜩한 묘사를 사용해 한국에도 팬들이 많다.

고바야시 야스미 작가전. 사진 밀리의 서재

고바야시 야스미 작가전. 사진 밀리의 서재

특히『앨리스 죽이기』『팅커벨 죽이기』『도로시 죽이기』『클라라 죽이기』등 일명 ‘죽이기 시리즈’는 잘 알려진 동화와 미스터리를 결합해 공포물의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자들도 소설에 빠져들었다. 밀리의 서재에 따르면 소설 분야 평균 완독 확률은 65%인데, 죽이기 시리즈는 4권 모두 72% 이상의 높은 완독률을 기록했다.

고바야시 야스미의 '죽이기 시리즈' 표지들.

고바야시 야스미의 '죽이기 시리즈' 표지들.

일본을 대표하는 또 다른 추리 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도 휴가철에 맞춰 35주년 기념작을 내놨다. 오는 16일 출간하는『백조와 박쥐』가 그 주인공이다. 이 밖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테디셀러인『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교통경찰의 밤』『아름다운 흉기』등도 밀리의 서재에서 69% 이상의 완독률을 보이고 있다.

호러 대중음악은 처음이지?  

안예은의 호러송 '창귀'.

안예은의 호러송 '창귀'.

안예은의 '창귀' 뮤직비디오 한 장면. 사진 영상 캡처

안예은의 '창귀' 뮤직비디오 한 장면. 사진 영상 캡처

‘겁 없이 밤길을 거니는 나그네여, 내 말 좀 들어보오…’

무속 신앙이나 초자연적 현상을 믿는 오컬트 등 새로운 콘셉트를 활용한 대중음악도 인기다.  지난 1일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이 선보인 ‘창귀’는 호랑이에게 해를 입어 죽은 귀신을 노래한 곡이다. 귀신 이야기에 국악 요소를 가미한 스산한 느낌이 특징으로, 유튜브 공개 열흘 만에 100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작사가 김이나는 “기묘한 음악과 슬프게 우는 곡소리 스타일이 잘 어우러지고 완벽한 서사까지 붙은 명작”이라고 평가했다.

걸그룹 드림캐쳐는 지난 1일 오컬트 콘셉트의 앨범 ‘서머 홀리데이’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비코즈(BEcause)’는 손가락으로 튕기는 '피치카토' 주법의 현악기 사운드와 오르골 소리로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뮤직비디오에도 검은색 망토를 쓴 사람들이나 인형을 안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을 담아 공포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청각을 자극하는 유튜브 콘텐트도 부쩍 늘었다. ‘돌비공포라디오’ 채널의 시청자 공포 체험담 콘텐트는 85만 조회 수를 기록했고, 먹는 소리 등 심리안정과 집중에 도움을 주는 백색소음이 주를 이루던 ASMR(자율 감각 쾌락반응) 콘텐트에도 좀비소리, 스산한 바람 소리, 귀신이 들려주는 듯한 자장가 등 기기괴괴한 소리가 소재로 등장했다.

무서운 건 싫지만 무섭고 싶어

지난달 14일 낮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겁쟁이 상영회'에서 관객들이 불을 켜놓고 공포영화 '랑종'을 보고 있다. 사진 롯데시네마

지난달 14일 낮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겁쟁이 상영회'에서 관객들이 불을 켜놓고 공포영화 '랑종'을 보고 있다. 사진 롯데시네마

자극이 강한 공포물 대신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순한 맛’ 공포물도 있다. 최근 롯데시네마는 환하게 불을 다 켜 놓고 공포영화 ‘랑종’을 감상하는 ‘겁쟁이 상영회’를 열었다. 그 결과 일반 상영관보다 회당 평균 입장객이 더 많아 영화관이 성공을 자축했다는 후문이다.

넷플릭스의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피가 철철 흐르는 자극적인 장면이 없더라도 범죄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쫄깃쫄깃한 긴장감을 줄 수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의 경우 동물을 학대한 범인을 색출하기 위한 네티즌의 증거 수집과 수사, 이를 비웃는 듯한 범행을 교차로 제시한다. 잘 짜인 추리 소설 같은 구성이 돋보이는데 미국의 시사잡지 뉴스위크가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톱10’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신비아파트 시즌 3의 한 장면. 사진 CJ ENM

신비아파트 시즌 3의 한 장면. 사진 CJ ENM

신비아파트 뮤지컬의 한 장면. 사진 CJ ENM

신비아파트 뮤지컬의 한 장면. 사진 CJ ENM

12세 이상 관람가인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아파트 옥상 물탱크에 빠져 죽은 두 형제의 원혼을 다룬 이 애니메이션은 시즌3의 경우 타깃 시청 층인 4~13세에서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10.2%, 평균 점유율 47.2%를 기록했다. 오는 9월 시즌4 방영을 앞두고 있으며 뮤지컬과 게임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최근 한국 콘텐트의 장르가 크게 다양해지고 있는데 공포 분야에선 샤머니즘, 좀비 등 기발한 상상력을 가미한 폭넓은 시도가 눈에 띈다”며 “특히 언어와 문화를 넘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깔린 공포물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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