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보고 눈물까지 흘렸다…결국 사고 친 '판다 할아버지' [별★터뷰]

중앙일보

입력 2021.08.14 05:00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판다가 번식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강철원 사육사가 사고를 쳤구나’ 생각하시면 됩니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의 강철원(52) 사육사가 지난 2019년 5월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한 말이다. “판다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면서다. 판다 전문가에게도 판다의 번식은 그만큼 힘든 일이었다. 암컷 판다의 가임기는 1년에 단 한 번, 1~3일에 불과하다고 한다.

[별★터뷰]‘판다 아빠·할아버지’ 에버랜드 강철원 사육사

판다 번식은, 아무리 하늘을 봐도 별을 딸 수가 없는 것과 같은, ‘사고’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강 사육사는 결국 사고를 쳤다. 1년 2개월 뒤인 2020년 7월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암컷 아기 판다가 태어난 것이다.

강 사육사는 최근 발간한 포토에세이 『아기 판다 푸바오』에서 “(아기 판다 푸바오를) 만나게 된 것은 사육사 생활에 있어 가장 큰 축복”이라고 회고했다.

에버랜드 동물원 강철원 사육사와 아기 판다 푸바오. 에버랜드

에버랜드 동물원 강철원 사육사와 아기 판다 푸바오. 에버랜드

한중 수교 2주년 때 곰 담당하다 판다 담당으로 발령

사고이자 축복의 한 가운데에 강철원 사육사가 있다. 그래서 그의 별명도 ‘판다 아빠, 판다 할아버지’다. 동물의 가족과 같은 별명이 생기기까지 동물과 함께 한 34년의 세월이 있었다.

강 사육사는 80여 가지가 넘는 동물들을 담당해 온 베테랑 사육사다. 실업계 고교를 졸업한 뒤 1988년 공채로 자연농원(에버랜드 전신)에 입사했다. 처음엔 다람쥐, 고슴도치 등 작은 동물을 담당하다 경력이 쌓이면서 호랑이, 사자, 곰 등 맹수와 유인원(猿)류를 돌봤다고 한다.

판다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1994년이었다. 한중수교 2주년을 맞아 판다 밍밍과 리리가 국내로 들어왔을 때다. 그는 “얼떨결에 맡았다”고 했다.
“당시 사파리에서 사자와 곰 등을 담당했는데 곰을 담당해서 그런지 회사에서 ‘판다를 맡아보라’고 하더라고요. 사파리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에둘러 거절했는데 다음 날 판다 담당으로 발령이 났더라고요.”

판다 매력에 빠졌지만, IMF 위기로 이별

판다는 매력이 넘치는 동물이었다. 소화기관이나 이빨, 유전자 등 모두 육식동물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대나무만 먹는 초식동물이다. 육식동물에게 고기의 감칠맛을 느끼게 해주는 아미노산 수용체 세포가 작동하지 않아 서식지에 가장 많은 대나무를 먹은 것이 주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밍밍과 리리를 키울 당시만 해도 보양식으로 쇠고기를 갈아 죽으로 만든 것을 먹였다고 한다. (현재는 쇠고기 죽 대신 판다들이 먹는 빵인 워토우를 먹인다.)

몽키월드에서 원류를 당담하던 시절의 강철원 사육사. 에버랜드

몽키월드에서 원류를 당담하던 시절의 강철원 사육사. 에버랜드

애정으로 돌봤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판다와 이별을 했다. ‘외화유출’ 등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판다는 모두 중국 소유여서 당초 약속했던 10년보다 빨리 밍밍과 리리는 중국으로 돌아갔다.

판다와의 재회…2016년 아이바오와 러바오 만나

“밍밍과 리리를 보내고 김포공항에서 홀로 돌아오는데 너무 씁쓸했어요. 이후 2016년쯤 중국 판다 번식기지에서 리리를 만났죠. 이름을 부르니까 나한테 왔어요. 중국 사육사들이 ‘리리가 당신을 알아봤다’고 하더군요. 정말 감동받았죠.”

끝인 줄 알았던 판다와의 인연이 다시 찾아왔다. 2016년 아이바오와 러바오가 한국으로 오면서다. 바로 푸바오의 엄마·아빠다.

대학원에서 동물 번식학까지 공부

동물원에만 있다고 훌륭한 사육사가 되는 건 아니었다. 강 사육사는 노력파였다. 동물을 더 잘 돌보고 싶어서 2001년 신구대 자원동물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엔 좋은 먹이를 먹이기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식물(한경대 조경학과)을 공부했다. 이후 대학원에선 동물 번식학을 전공했다. 판다를 잘 키우기 위해 중국어도 독학으로 깨우쳤다.

‘주경야독’의 시간이었다. 텃세(?)를 부리는 동물과 친해지기 위해 3일 동안 번식장 앞에서 잠을 잔 적도 있다. 아프거나 출산하는 동물을 곁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우기도 했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약육강생의 야생성이 남아서 아픈 티를 내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잘 살펴봐야 해요. 가끔 두 딸(대학생, 고교생)이 ‘우리 태어날 때도 잠 안 자고 기다렸느냐’고 물을 때 정말 미안하다. 애들은 제왕절개로 태어났는데, 수술시간에 딱 맞춰서 병원에 갔다.”

에버랜드 동물원 강철원 사육사. 에버랜드

에버랜드 동물원 강철원 사육사. 에버랜드

동물에게 좌표 알려주는 별이었으면

아기 판다 푸바오의 탄생으로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사육사가 됐다. 하지만, 그는 “유명한 것보다는 좋은 사육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가끔 ‘사육사가 아기 판다를 약 올린다’ ‘괴롭히는 것 같다’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했다. 강 사육사는 “괴롭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엄마 판다가 하는 것처럼 놀아주는 거예요. 오해하지 마세요”라며 웃었다. 그는 별터뷰의 질문에 “사회가 발전할수록 동물들의 자리가 많이 없어진다”면서 “동물을 보호하고 보전하는 동물원의 사육사로서 동물들에게 좌표를 알려주는,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그런 동물을 위한 별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처음부터 사육사가 꿈이었나
예전엔 큰 목장 주인이 꿈이었다. 카우보이 복장으로 말을 타고 언덕에서 목장을 바라보는 그런 이미지를 꿈꿨다.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는데 그래서 사육사가 된 것 같다. 다른 꿈은 ‘판다 할아버지’였는데 이건 현실이 됐다. 
지금의 강철원을 만든 명장면이 있다면
너무 많은데. (웃음) 입사 1~2년 차에 어미가 돌보지 못하는 어린 맹수를 젖을 먹여 키운 적이 있다. 그 전에는 사육사라는 직업을 오래 할 생각이 없었는데 그때 이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숭이 사육장인 몽키밸리를 개발할 당시에 원숭이들과 교감하기 위해 수염을 길렀던 것도 생각난다. 당시 ‘사육사도 서비스직인데 수염을 기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길러봤다. 실제로 원숭이들이랑 쉽게 친해졌다. 아기 판다 푸바오의 탄생과 100일 잔치 등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푸바오의 엄마 아빠인 아이바오와 러바오의 짝짓기 순간이다. 아기 판다의 탄생을 너무 기대해서 그런지 짝짓기에 성공했을 때 감격해서 눈물이 났다.
맹수를 담당하던 시절의 강철원 사육사. 에버랜드

맹수를 담당하던 시절의 강철원 사육사. 에버랜드

푸바오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4살이면 중국으로 돌아가는데
중국 정부가 모든 판다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 운영하는 판다의 성장 프로그램에 따라 4살이 되기 전에 갈 수도 있다. 나도 아쉽다. 하지만 야생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고 근친교배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푸바오에겐 좋은 일이다. 
푸바오 동생이 생길 가능성은 없나
푸바오가 이제 태어난 지 1년 됐다. 아직은 엄마 아이바오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3년 정도 지나면 동생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는
작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힘들어했다. 그런데 푸바오가 태어난 이후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위로를 받고 행복해졌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더라. 이런 힐링을 주는, 동물들이 잘 보살피는 좋은 사육사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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