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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돈, 명예, 권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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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호 31면

박신홍 정치에디터

박신홍 정치에디터

금도끼·은도끼 동화는 이솝 우화에서 전래했다는 게 정설이다. 19세기 말 신식 교과서로 발간된 ‘신정심상소학’에 처음 소개됐다고 알려져 있다. 메시지는 동일하다. 분수를 알고 정직하게 살면 복을 받고 과하게 욕심을 부리면 화를 입는다는 교훈이다. 서구에선 이에 더해 ‘도끼’라는 단어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고대 로마 공화정이 나무 다발에 묶은 도끼로 집정관의 권위를 표현한 이후 서양 역사에서 도끼는 권력의 상징으로 통했다. 그런 만큼 금도끼를 사양하고 쇠도끼만 받은 것은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권력은 마다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다.

대선 정국에 ‘올드 보이’들만 득세 #셋 다 쥐려는 건 인간의 탐욕일 뿐

불나방은 여름밤 캠핑장의 전등에 “타닥~탁” 소리를 내며 돌진하는 대표적인 곤충이다. 나선을 그리며 불빛 주위를 맴돌다 결국엔 불 속으로 뛰어들어 장렬히 산화한다. 왜 파멸을 자초하나 싶지만, 그 무모함은 인간 세계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권력을 향한 열망은 불을 향한 불나방의 본능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권력은 한 번 맛보면 웬만한 절제력으론 끊기 힘든 유혹이란 점에서 마약과도 같다. 작은 권력에 취할수록 더 큰 권력을 탐하게 되는 것도 마약 중독자의 행보와 흡사하다. 으뜸은 정치권력이다. 냄새만 맡아도 끌림을 주체할 수 없는 강력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여의도 정치권도 ‘영입 전쟁’이 한창이다. 전직 의원들부터 교수·관료·평론가·방송인·시민운동가까지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 이름 석 자 알렸다는 자들이 총망라돼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눈길을 확 끄는 인물은 드물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올드 보이’들만 득세하고 있다는 혹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누구 말대로 ‘시대적 특혜’를 누릴 만큼 다 누린 자들이 감투 이력 하나 더 쌓으려고 정치판을 기웃댄다는 뼈아픈 비판도 들린다. 그럼에도 “나 같은 사람이 또 누가 있겠느냐”는 자기 확신에 찬 자들의 행렬은 오늘도 속속 정치판을 향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대선은 개인의 입신양명이나 인정 욕망 충족을 위한 수단으로 삼기엔 너무나 중차대한 선거라는 점이다. 올드 보이들이 앞다퉈 자리를 선점하면서 정작 대한민국의 미래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만한 참신한 인물, 캠프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하며 대안을 마련할 역량을 갖춘 인물, 후보에게 당당히 쓴소리하는 용기를 가진 인물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유권자들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잖아도 잇단 설화와 준비 부족 논란 등으로 곤경에 처한 후보들로서는 새 인물 영입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법도 한데, 굳이 올드 보이들을 불러모으는 게 진정 지지율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있는 건지. 전혀 신선하지 않은데 본인과 캠프만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시대가 얼마나 변했는지 그들만 모르고 있음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오죽하면 “레밍처럼 무리 지어 절벽을 향해 달리는 군상들”이란 홍준표 의원의 힐난이 SNS에서 화제가 됐겠는가.

돈, 명예, 권력.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가장 갈망하는 세 가지 목표라지만 대다수 서민은 그중 하나도 못 가진 채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그러니 하나만 가져도 만족하며 살고 둘을 가졌으면 감사하며 살자. 인간의 탐욕(pleonexia)은 파멸의 전주곡일 뿐. 아무리 그래도 대한민국을 이끌겠다는 대선후보의 캠프가 셋 다 손에 쥐려는 이기심으로 충만한 자들의 집합체여서야 되겠는가. 우리 사회도 이젠 돈과 명예와 권력만 좇는 불나방보다는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비가 좀 더 많아지는 세상이 돼야 하지 않겠는가.

박신홍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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