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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없으면 좋겠어" 쌍둥이 동생 어떻게 할까요 [괜찮아,부모상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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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괜찮아, 부모상담소’를 엽니다. 밥 안 먹는 아이, 밤에 잠 안 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유쾌, 상쾌, 통쾌한 부모 상담을 해드립니다.

왜 내가 동생이어야 해? 

아들 쌍둥이를 둔 엄마입니다. 제 고민의 시작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이들은 1분 차이로 태어났어요.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 어미 마음에선 똑같이 사랑하지 않겠어요? 서로 형, 동생으로 부르지 않게 하면서 키웠어요. 초등학교 다닐 때 일이었는데, 학교를 마치고 나온 두 아이에게 “가방 들어줄까?” 했죠. 큰 아이는 말 않고 건네주는데, 동생은 “싫다”는 겁니다. 그러더니 “쟤 가방은 쟤더러 들라고 해!”하더라고요. 엄마 힘드니까, 공평하게 형도 가방을 스스로 들라는 겁니다.

유치원 때 일도 있었어요. 씨름대회를 했어요. 동생이 덩치도 좋고 날쌘 편인데, 정작 대회에서 동생이 아니라 덩치 작은 큰 아이가 결승전에 올라간 거예요. 동생이 일주일간 선생님께 “어떻게 쟤가 이길 수 있어요?”라고 물어봤대요.

저학년 때 일인데, 한 번은 동생이 속상한 일이 있었는지 “형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한 적도 있었어요. 그즈음 형이 아파서 급히 병원에 데려간 적이 있었거든요. 아이가 자꾸 힘들어하니까 ‘뭐가 맘에 안 들어서 그렇니?’물어보기도 했는데 아이가 울면서 “나도 모르겠어. 근데 화가 나”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고민은 사춘기들어 시작됐어요. 학교에서 하는 직업체험 행사도 같은 학년 전교생이 다 가는데 혼자서만 안가겠다고 하고요, 수련회도 혼자서만 안 간다는 거에요. 놀러 가는 건데도요. 둘이 서로 하도 싸워서 학교를 따로 보냈어요.

근데 사는 게 재미가 없다네요

또래처럼 게임도 하고, 아이들과 몰려다니기도 하면 좋겠는데 싫다고 해요. 휴대폰을 사주겠다고 해도 싫다네요. 책을 보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는 아이인데 한 번은 학원 선생님이 “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나요?” 물으시더라고요. 학교 숙제도 다 잘하고 하는데 게임도 안 하고 친구랑도 안 노니까요. 그래서 물어봤더니 “엄마, 난 생각을 해”라고 답하더라고요. 아이가 “사는 게 재미가 없다”고 한 적이 있어요. 엄마 맘으론 재미있게 살았으면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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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말고 과거를 함께 볼까요

쌍둥이 아이들 기르기 얼마나 힘든지 모두 아시죠. 어머님이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괴로워하는 어머님은 현재를 보고 계시지요. 그런데 과거를 한번 보셔야 해요. 부모와 자녀 관계가 가장 진한 때가 언제냐면 세돌 이하에요. 유명한 ‘애착 관계’가 형성되는 때거든요. 그 진한 관계가 세돌까지 완성이 되는데, 동생의 이해 못할 행동은 그 시절을 이해해야 할 것 같아요. 왜 아이가 이렇게 할까요.

부모의 에너지는 한정이 돼 있어요. 근데 아무래도 부모는 연약한 아이를 많이 돌봐요. 상대적으로 잘 먹고, 순한 아이는 잘 지내니까요. 맨날 울고, 잠 안 자는 아이를 더 신경 쓰게 되죠. 이 때문에 순한 아이에게 어느 순간 회피적인 애착이 형성되면, 일종의 상처인 거에요.
쌍둥이지만 형이 더 많은 관심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동생이 무의식적으로 그에 대한 분노나 비교 같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 예측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애착 형성될 때 뇌 발달도 빨라져요

애착 안정성의 원리라고 하는데, 애착이 형성될 때 뇌 발달도 엄청 빨리 일어나요. 충분히 애착을 많이 받은 아이들은 뇌가 바뀝니다. 집중력도 올라가고, 정서 조절도 잘하고, 자신감도 올라가요. 분명히 부모님들은 동생을 달래고 하셨을 거예요. 하지만 그게 달래서 끝날 상처가 아닐 수도 있어요.
부모님께서는 아이가 약간 무기력한 것 같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저는 살짝 우울증의 그림자를 읽었어요. 인지적 왜곡이라는 게 있어요. 모든 걸 나쁜 쪽으로 해석하는 건데, 예를 들어 물 반 컵이 있으면 ‘반 컵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고 우는 겁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아이가 기분이 나쁜 쪽으로 편향돼 있을 수 있어요.

모든 아이는 다 달라요

부모님들이 아셔야 할 것이 있어요. 모든 아이는 다 달라요. 그래서 각각의 특성에 맞게끔 길러야 해요. 쉽게 이야기하면 두 아이에게 굉장히 다른 육아 방법을 쓰셔야 해요. 근데 이게 어려워요. 저희 아이들도 그랬어요. 맛있는 음식, 비타민이 있으면 큰 아이는 꼭꼭 숨겨놔요. 동생은 그 자리에서 홀라당 다 먹고요. 이렇게 아이들이 다른데, 유아기 때는 말도 안 통하잖아요. 저는 두 아이를 기를 때 심지어 유치원도 따로 보냈어요. 그 정도로 극렬했기 때문에요. 저희도 싸움이 굉장했거든요.

아이의 고통은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스스로 벗어나기는 쉽지가 않아 보여요. 부모님들도 굉장히 애쓰셨을 거예요. 그렇지만 아이의 특성을 개별적으로 인정해주셔야 해요. 조심스레 형 동생 부모님 함께 가족상담을 권해 봅니다. 평소에 하고 싶은 얘기들을 조금씩 하다 보면, 서로가 또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부모님들께서 아이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가족 전체가 노력해야 해요. 부모님들께서는 아이를 기를 때, 꼭 모든 아이는 다르다! 이것부터 기억하셨으면 해요.

※신의진 교수의 조언은 부모님만의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괜찮아,부모상담소를 엽니다

 밤에 잠 안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오만가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유쾌,상쾌, 통쾌한 부모상담을 해드립니다. 중앙일보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를 통해 더 풍성한 부모뉴스도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