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오빠 살해 용의자와 결혼한 美여성 "면회서 사랑 싹터"

크리스털 스트라우스와 존 티전의 결혼식

미국의 한 여성이 자신의 이복 오빠를 살해한 혐의로 30여년 간 복역한 남성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사연이 화제다.

11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크리스털 스트라우스(46)는 최근 존 티전(57)과 결혼했다.

1989년 스트라우스의 이복 오빠인 브라이언 맥개리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존 티전은 32년간 복역한 뒤 지난달 보석으로 풀려났다.

앞서 맥개리는 가족의 학대로 집을 떠나 오랜 친구였던 티전의 집에서 살았는데, 몇 년 뒤인 1987년 숨진 채로 발견됐다. 스트라우스는 이때 12살이었다.

맥개리의 몸에서는 자상과 총상이 발견됐고, 용의자로 티전이 지목됐다. 당시 티전은 검찰에 "정당방위 차원에서 맥개리에게 총을 겨눴다"고 자백했다.

스트라우스와 티전의 인연은 5년 전 시작됐다. 스트라우스는 지난 2016년 감옥에 있는 티전에게 "용서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 이때 사랑이 싹텄다.

사랑이 깊어진 건 스트라우스가 교도소로 면회를 가면서부터다. 스트라우스는 "티전의 친절함에 감동했다"고 했으며, 티전은 "우리는 맥개리를 잃었다는 공통점을 가졌고, 얘기하면서 불꽃이 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티전은 스트라우스에게 "자신은 범인이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스트라우스 역시 티전이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지난해 초 스트라우스는 티전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티전은 답례로 스트라우스에게 청혼했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티전은 범인이 아니다"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사건 담당 판사는 "사건 관련 일부 사진과 보고서 등이 재판 전 피고인 측에 공개되지 않았다"며 "새로운 증거로 당시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담당 판사의 입장을 근거로 티전과 그의 변호인, 그리고 스트라우스는 "맥개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티전은 "당시 검찰에게 자백을 강요받았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반면 검찰은 "티전의 유죄가 번복될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당시 권총에서 티전의 지문만 발견됐고, 피해자의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티전이 지인에게 범행에 사용된 권총을 폐기해 달라고 부탁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