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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 통해 애국심 보여라"…노벨평화상 수상자의 두얼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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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노벨평화상 100번째 수상자로 선정된 아비 아버드 에티오피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2019년 12월 노벨평화상 100번째 수상자로 선정된 아비 아버드 에티오피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전쟁 종식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물이 국민의 참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비 아머드(45) 에티오피아 총리 얘기다. BBC는 11일(현지시간) 아머드 총리가 “에티오피아 국민은 참전을 통해 애국심을 보여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아비 총리는 2019년 100번째 노벨평화상 수상자다. 20년간 이어진 이웃 국가 에리트레아와의 전쟁을 종식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당시 “넬슨 만델라, 버락 오바마와 비견되는 흑인 지도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랬던 그가 참전을 독려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에티오피아는 지난해 11월부터 반자치주 티그라이의 통치세력인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과 내전 중이다. 민간인 수천명이 사망하고 200만여 난민이 발생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지난 6월 티그라이 지역 수도인 메켈레 등 주요 지역 장악에 실패하고 군인 수천 명이 포로로 잡히자 농번기를 이유로 6~9월 휴전을 선언했었다. BBC는 “지난해 11월 ‘승리’를 선언했던 아비 총리가 모든 국민의 참전을 촉구하는 것은 중대한 변화(전세 역전)의 징조”라고 평가했다.

“20년 전쟁 종식한 이웃국가와 손잡고 민간인 집단 학살”

지난 5월 티그라이 지방 수도인 메켈레에 주둔 중인 에티오피아 정부군. AP=연합뉴스

지난 5월 티그라이 지방 수도인 메켈레에 주둔 중인 에티오피아 정부군. AP=연합뉴스

아비 총리는 2010년 총선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뒤 2015년 과학기술부장관을 역임하고 2018년 4월 총리에 취임했다. 당시 내각 절반을 여성으로 임명하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아비마니아’(Abiymania)란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였다. 여당인 번영당은 코로나19로 인해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지난 7월 치러진 총선에서 전체 의석 436석 중 410석을 얻었다. 치안 불안 등의 문제로 투표가 연기된 지역구 100여곳은 9월 투표가 예정돼 있지만, 티그라이는 제외됐다.

TPLF과의 갈등은 집권 초부터 시작됐다. 아비 총리가 단일정당인 번영당에 찬성해 27년간 이어져 온 지역 정당 간 연정을 해체하면서다. TPLF가 번영당 가입을 거부하고 자체 노선을 선택하자 아비 총리는 내각의 모든 TPLF 장관을 해임했다. TPLF가 정부의 총선 연기 방침을 반대하며 지난해 9월 자체 선거를 치르자 갈등이 본격화됐다. 두 달 뒤, 정부는 TPLF가 정부군을 공격했다며 티그라이 지역에 전기와 식량 등을 끊고 진압 작전에 나섰다.

아비 총리는 거대 여당과 극성 지지자들의 여론을 등에 업고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그라이는 전체 인구의 6%뿐인 소수민족이지만, 아비 총리 집권 전까지 약 30년간 에티오피아 집권 세력이었다. 지금도 에티오피아 전체 군사력의 절반 수준인 25만명 무장병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대로 두면 아비 총리에겐 위협적인 세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군이 에리트레아 군인과 합세해 티그라이 민간인을 집단 학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기근 심각” 국제사회 우려엔 “내정 간섭말라”

티그라이 지방의 우크로 병원에서 영양실조 치료를 받고 있는 20개월 아이. 로이터=연합뉴스

티그라이 지방의 우크로 병원에서 영양실조 치료를 받고 있는 20개월 아이. 로이터=연합뉴스

아비 총리는 이번 성명에서 “인도주의적 원조를 위장해 ‘티그레이 반군’을 돕던 이들을 붙잡았다”면서 국제사회 일각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유엔에 대해서도 “주권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도 응수했었다. “티그레이 지역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즉각적인 조치와 평화적 해결책을 촉구한다”는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의 트위터에 대한 응답이었다. 아비 총리는 TPLF를 ‘테러집단’으로 지정하고, TPLF가 지난해 페이스북에 요청한 평화회담도 거부했다.

국제사회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은 지난 6월 유엔 안보리 긴급 소집을 요청했고, 미국은 에티오피아 지원을 중단하고 비자 발급을 제한한 상태다. 노벨위원회에 아비 총리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철회해달라는 청원은 수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미국 국제개발처 고위관계자는 AP에 “티그라이군에 책임이 있다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주장은 100%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AP는 지난달 “에티오피아와 연합군이 식량을 약탈해 90만명이 기근 상태에 빠졌고 수십명이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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