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성형외과 밀집지역의 모습. 기사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뉴스1
“정말 통증이 심하시면 수면 마취(프로포폴)를 별도로 15만원 추가해 진행해드릴게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의원에 “여드름 흉터 레이저 시술에 프로포폴 마취가 가능하냐”고 문의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일대에 있는 피부과·성형외과의원 11곳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피부과 시술 상담을 받아본 결과, 병·의원마다 수면마취 처방이 제각각이었다. 11곳 중 2곳은 “레이저 시술에 환자가 예민하다면 수면 마취가 가능하다”는 대답을 내놨다. 나머지는 “피부과 시술은 마취 크림을 바른다면 수면 마취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잇따른 '우유주사' 논란…피부과 시술 수면마취 기준 모호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하정우(본명 김성훈)가 첫 공판이 열리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일명 ‘쁘띠시술(비수술 방식의 시술)’에 수면마취 기준은 따로 없다. 유명인의 프로포폴 오남용 논란이 잇따라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배우 하정우는 2019년 1~9월에 프로포폴을 10여 차례 이상 불법 투약한 혐의로 검찰이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하씨는 입장문에서 "여드름 흉터로 피부과 치료를 받아왔고 레이저 시술과 같은 고통이 따르는 경우, 수면 마취 상태에서 치료받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로포폴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하얀색 액체 형태라 우유주사라고도 불린다. 피부과 시술 중 프로포폴을 사용하는 수면 마취는 가능하다. 단순한 피부관리에 해당하는 시술을 받으며 이를 투약하거나, 시술이 없이 상당액을 받는 대가로 투약할 경우는 불법이다. 하지만, 프로포폴 마취가 가능한 시술이 무엇인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오남용의 기준도 모호하다. 치료목적 외로 사용하고 있는지도 내부고발이 나오지 않으면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수면마취 가능”…상담실장이 먼저 권하기도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피부과의원 홍보글. 블로그 캡쳐
블로그와 SNS에서는 피부 레이저 시술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수면 마취'를 한다는 홍보글도 다수 올라왔다. 한 피부과의원 공식 블로그에는 피부의 탄력에 도움을 준다는 레이져 치료 패키지에 수면마취를 함께 넣어 홍보하는 경우도 있었다. 통증이 비교적 없다고 알려진 턱보톡스 시술에도 프로포폴 마취가 가능하다는 홍보도 등장했다.
직장인 이모(29)씨는 “피부 리프팅을 해보고 싶어 강남 병원에서 상담을 받았었는데 통증 때문에 망설이자 상담실장이 ‘프로포폴 수면마취를 하면 금방 끝난다’고 시술을 권해 놀랐다”고 말했다.
“환자의 고통 달라 가이드라인 만들기 어려워”
프로포폴은 2011년 2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중점관리품목 마약류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환각 증상·무호흡 등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마약보다 중독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마약류나 향정신성 의약품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일부 환자와 병·의원에서 오남용, 부작용 사례가 속출하면서 지정 관리됐다.
대한의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전문의들은 프로포폴의 부작용 때문에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지 않지만, 전문의가 아닌 경우 일부 의원에서 피부과 시술에 프로포폴을 남용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하지만, 개인별로 통증이 다르기 때문에 변수가 많아 의사회에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에서 프로포폴의 개인 사용량을 전산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하나하나 오남용을 잡을 수 없다”면서 “보건복지부와 의사회가 함께 머리를 모아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