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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값 떨어질 것" 대만 보고서에…외국인, 삼전 1조 던졌다

중앙일보

입력

반도체 경기 고점론이 다시 불거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11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12% 내린 7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 이후 7거래일 만에 '7만 전자'로 후퇴했다. SK하이닉스는 6.22% 급락해 10만5500원으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12월 1일(10만500원) 이후 8개월 만의 최저치다.

외국인이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총 1조6118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는데, 삼성전자 주식 순매도 규모만 1조438억원에 달했다. 전체 순매도 금액의 65%가 삼성전자에 집중된 것이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도 6768억원가량 순매도했다.

반도체주가 흔들린 건 국내뿐만이 아니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3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은 10일(현지시간) 5.29% 급락했다.

삼성전자 DDR5 D램 모듈용 전력관리반도체. 연합뉴스

삼성전자 DDR5 D램 모듈용 전력관리반도체. 연합뉴스

반도체주가 휘청이는 건 향후 경기에 대해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면서다. 10일(현지시간) 대만 시장조사 기관인 트렌드포스는 PC 제조업체들의 과도한 재고로 D램(DRAM) 가격이 올 4분기에 최대 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가 올들어 D램 가격 하락을 전망한 건 처음이다. 실제 일부 D램 시장거래 가격(현물가격)은 고정거래 가격을 밑돌기 시작했다. PC용 D램 범용제품(8Gb) 고정거래 가격은 35달러 수준인데, 현물가격은 30달러까지 내려왔다. 현물가격은 기업들이 계약하는 고정거래 가격 추이의 선행 지표로 인식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반도체 경기의 불안한 전조로 보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런 상황은 역사적으로 단기 고정거래 가격 하락과 반도체 업황 둔화를 암시하는 시그널(신호)로 작용한 경우가 잦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반도체 경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사용되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2% 떨어진 것도 불안 심리 확산에 영향을 줬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반도체주를 쓸어담으며 외국인과 반대 행보를 보였다. 개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1조148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는 7253억 원어치 샀다.

'반도체 쌍두마차'의 급락으로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7% 내린 3220.62에 장을 마감했다. 5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에 원화가치도 달러당 6.6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1156.4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7일(1158.2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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