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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된 황선우 "이제 내 기록 경신이 목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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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괴물' 황선우(18·서울체고)는 도쿄올림픽에서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한국 수영의 희망' 황선우가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회의실에서 대한수영연맹으로부터 아시아신기록 포상금을 전달받은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수영의 희망' 황선우가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회의실에서 대한수영연맹으로부터 아시아신기록 포상금을 전달받은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승에서 47초56으로 아시아신기록을 세웠다. 황선우의 기록은 중국의 닝쩌타오가 2014년 10월 자국 대회에서 작성한 종전 아시아기록(47초65)을 약 7년 만에 0.09초 단축한 것이었다. 자유형 200m 예선에서는 1분44초62로 한국신기록을 작성했다.

비록 두 종목 모두 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그러나 황선우가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등하게 레이스를 펼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지난 1일 올림픽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입국했을 때는 수백명의 팬들이 모였다. 올림픽 전 그의 소셜미디어(SNS) 팔로어는 4000명이었지만, 11일 현재 22만명이 넘는다.

대한수영연맹은 11일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회의실에서 엄청난 활약과 더불어 자유형 100m 아시아신기록을 세운 황선우에게 1000만원 포상금을 지급했다. 정창훈 대한수영연맹 회장은 "황선우는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황선우는 담담했다. 화려했던 도쿄올림픽 여운을 뒤로 하고 다음 목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내년에는 세계수영선수권, 아시안게임 등이 열린다. 자유형 50·100·200m에서 가능하면 금메달을 따고 2024년 파리올림픽에선 시상대에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체격 키우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황선우는 키 1m87㎝에 체중 72㎏이다. 그는 "한국에선 내가 체격이 큰 편인데 올림픽에선 작더라"며 웃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5관왕에 오른 케일럽 드레슬(25·미국)이 옆에 섰을 때 황선우는 왜소해 보였다. 드레슬의 키는 1m91㎝, 체중은 88㎏이다. 황선우와 키는 비슷하지만 체중에서 큰 차이가 났다.

이정훈 대표팀 감독은 "선우 체격이 작은 데도 엄청난 괴력이 나와서 외국 지도자들이 깜짝 놀라더라. 다들 '몬스터(괴물)'라고 표현했다"면서 "그런데 그게 부족한 점이기도 하다. 점진적으로 체중을 5㎏ 정도 늘릴 예정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서 근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선우도 "체격을 키우면 나도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으로 훈련 방법도 바뀔 수 있다. 황선우는 서울체고 수영장, 진천선수촌 등 국내 지도자들과 국내에서만 훈련했다. 해외 대회 출전은 2018년 호주 맥도널드 퀸즐랜드 챔피언십이 유일했다. 2019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선 계영에만 나갔다. 제대로 된 국제대회는 도쿄올림픽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레이스 운영 능력이 부족했다. 200m 결승에서는 150m까지는 1위였지만, 마지막 50m 구간에서 힘이 떨어지면서 8명 중 7위를 기록했다. 이 감독은 "오버페이스였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고 경기한 건 대단하다. 그래서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제는 페이스 조절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제대회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많이 겨뤄봐야 한다. 다른 잘하는 선수들이 앞뒤에서 레이스를 끌어줘여 기록을 더 단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선우도 "해외 전지훈련도 가고 국제대회에서 경험을 많이 쌓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국 수영의 희망' 황선우가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회의실에서 열린 대한수영연맹 아시아신기록 포상금 전달식에서 정창훈 연맹 회장(왼쪽)으로부터 포상금 1천만 원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수영의 희망' 황선우가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회의실에서 열린 대한수영연맹 아시아신기록 포상금 전달식에서 정창훈 연맹 회장(왼쪽)으로부터 포상금 1천만 원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태환처럼 해외 지도자, 트레이너, 치료사, 훈련 파트너 등이 있는 전담팀을 꾸릴 지는 미지수다. 이 감독은 "외국의 유명한 코치든 국내 코치든 가장 중요한 건 황선우의 마음을 잘 읽는 지도자여야 한다. 황선우 스타일을 고려하지 않고 가르친다면 안 좋을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말 황선우에게 자유형 400m를 권유했다. 서양 선수들에게 비해 체격이 상대적으로 왜소한 아시아 선수들은 자유형 100·200m에서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선우는 "자유형 400m는 뛰기 싫다. 체력이 부족해 힘들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감독은 황선우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그런데 황선우는 아시아 선수도 자유형 100·200m에서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이 감독이 말한 '황선우의 마음을 읽는 지도자'는 이런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황선우는 "아직은 자유형 단거리 종목에서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여전히 아시아 선수도 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황선우는 이번 올림픽 전까지 자유형 100m는 47초대, 자유형 200m는 1분44초대를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순식간에 이뤘다. 그에겐 이제 구체적인 기록 목표는 없다. 황선우는 "앞으로는 제가 세운 기록을 경신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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