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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0년만에 조승우와 나란히… 새 '헤드윅' 배우 고은성

중앙일보

입력

헤드윅2021에서 데뷔 첫 '헤드윅'을 맡은 배우 고은성. 사진 쇼노트

헤드윅2021에서 데뷔 첫 '헤드윅'을 맡은 배우 고은성. 사진 쇼노트

“‘헤드윅 잘 어울릴 것 같다’ 제안을 받고 처음엔 ‘어 저요..? 저 아닌 거 같은데..’하고 망설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딱 좋은 시기에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아요.”

새 헤드윅이 나타났다. 9일 서울 한남동 쇼노트 사무실에서 만난 뮤지컬배우 고은성(31)은 “꽤 많은 작품을 했는데, 이번 작품이 주변도, 관객도 반응이 가장 좋다”며 “제안을 받고도 이틀을 고민하다 수락했는데, ‘하길 잘했다’ 싶다”며 웃었다.

데뷔 10년, 조승우·오만석과 나란히 '헤드윅'

지난 3일 헤드윅 2021 첫 공연에서 고은성은 하이힐과 진한 분장, 가발로 '예쁜 언니' 헤드윅으로 분했다. 고은성은 "안 예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처음 분장한 날 '예쁠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역을 위해서 8kg를 감량했다고 한다. 사진 쇼노트

지난 3일 헤드윅 2021 첫 공연에서 고은성은 하이힐과 진한 분장, 가발로 '예쁜 언니' 헤드윅으로 분했다. 고은성은 "안 예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처음 분장한 날 '예쁠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역을 위해서 8kg를 감량했다고 한다. 사진 쇼노트

2시간 20분 동안, 주인공 헤드윅이 끊임없이 말하고, 웃고, 농담하고, 끼 부리고, 노래하는 ‘원맨쇼’인 뮤지컬 ‘헤드윅’은 헤드윅 개인의 재량에 오롯이 달린 공연이다. 고은성은 2011년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데뷔해 10년차인 올해, ‘헤드윅’ 자리를 꿰찼다. 조승우·오만석·이규형 등과 나란히다. “고맙고 감사하지만 ‘헤드윅’을 덥석 한다고 하기엔 왠지 무섭잖아요, 못하면 망하는 건데”라며 캐스팅 당시의 부담감을 전한 고은성은 “다른 캐스팅을 모르고 들어간 건데 대선배들과 함께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처음 들어간 렌과 둘이서 ‘우리, 피해 주지 말고 잘하자’는 얘기를 가끔 했다”며 웃었다.

헤드윅 2021 라인업. 조승우, 오만석, 이규형에 새 캐스팅으로 고은성, 뉴이스트 렌이 합류했다. 사진 쇼노트

헤드윅 2021 라인업. 조승우, 오만석, 이규형에 새 캐스팅으로 고은성, 뉴이스트 렌이 합류했다. 사진 쇼노트

집에서도 까치발, 손짓… "일상에서 '너 헤드윅 같다' 많이 듣는다"

지난 3일 헤드윅2021 첫 공연에 나선 고은성은 전혀 떨지도 않고 공연을 이끌었다. 그는 "공연 시작 전엔 엄청 떠는데, 막상 들어가서는 안 떨었다"고 전했다. 사진 쇼노트

지난 3일 헤드윅2021 첫 공연에 나선 고은성은 전혀 떨지도 않고 공연을 이끌었다. 그는 "공연 시작 전엔 엄청 떠는데, 막상 들어가서는 안 떨었다"고 전했다. 사진 쇼노트

지난 3일 충무아트센터에서 첫 공연에 나선 고은성은 앵그리인치 밴드의 사운드를 다 뚫고 나오는 성량, 쉴 새 없이 말하는 헤드윅의 대사와 모든 노랫말이 귀에 꽂히게 만드는 딕션, 말과 몸짓으로 관객을 홀리는 장악력 모두 첫 공연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해냈다.

15㎝가 넘는 하이힐을 신고 가발을 쓰는 ‘여장 남자’ 캐릭터를 위해 브라질 드랙퀸 가수 파블루 비타르의 영상을 찾아보며 표정을 따라하고, 집에서 선을 그어놓고 까치발로 걸어다니고, 물을 마실 때도 손동작을 섞어가며 마셨다는 그는 “작품에서의 역할이 일상생활에 별로 안 섞이는 편인데, 이번엔 주변에서 ‘헤드윅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헤드윅에 푹 빠진 모습이다.

"마흔살엔 더 능숙해질 것"

뮤지컬이 본업이지만 고은성이 부른 팝송과 가요의 유튜브 조회수는 58만회, 140만회를 넘기며 호평을 받았다. 유튜브 캡쳐

뮤지컬이 본업이지만 고은성이 부른 팝송과 가요의 유튜브 조회수는 58만회, 140만회를 넘기며 호평을 받았다. 유튜브 캡쳐

고은성은 2008년 처음 한국어 버전으로 공연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본 뒤, 인터넷에서 배우 박은태가 노래하는 영상을 보고 곧장 ‘대전 뮤지컬 학원’을 검색해 찾아가며 뮤지컬의 길로 접어들었다. 10년째인 지금도 “배우와 가수의 중간에서 한 인물을 표현해내는 복합적인 장르가 매력적”이라며 뮤지컬 얘기에 눈을 빛낸다.

고은성은 2016년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를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기교 없이 깔끔한, 단단하고 성량이 큰 목소리가 가장 큰 장점이다. 올해 초 팬텀싱어 올스타전에서 부른 ‘Reste’는 유튜브 조회수 58만회를 넘겼고, 지난해 군대에서 부른 ‘시작(‘이태원클라쓰’ OST)’은 유튜브 조회수 140만회를 넘길 정도로 팝, 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그는 “지금의 목소리를 찾은 건 얼마 안 됐다. 목소리를 어떻게 쓸지 융통성이 생긴 것 같다”면서도 “아직 어리고, 마흔 살 정도 되면 더 능숙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복 넘치는 데뷔 10년차… 헤드윅 첫공 이틀 전 구내염도

올해 2월 팬텀싱어 올스타전 방송을 시작으로 6월 단독콘서트와 앨범, 8월에도 계속되는 흉스프레소 공연 등 고은성은 헤드윅 외에도 일복이 넘치는 10주년을 보내는 중이다. 빡빡한 스케줄에 헤드윅 첫 공연 이틀 전에 구내염이 생기는 바람에 발음이 샐까봐 긴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나름 압박이 있었는지 몸으로 나타나더라”라며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내가 선택한 일이라 괴롭진 않다”고 말했다.

“워라밸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그는 ‘뮤지컬 중독자’다. 공연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집에서 혼자 끊임없이 음악을 들으며 연구한다고 했다. 유튜브 영상마다 ‘현지인 같다’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칭찬받는 외국어 발음도, 타고난 센스도 있지만 배워가며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피드백한 결과다. 그는 “듣는 귀가 좋은 덕도 있지만, 모국어가 아닌 노래는 최대한 노력해도 모자란다고 생각해서 공부를 많이 한다”며 “공연을 하는 이 순간이 누구에게나 오는 게 아니고, 저도 이런 순간이 당연했던 사람이 아니니까 매 순간 허투루 살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뭘 애쓰면 잘 안 되더라, 30년 차에도 뮤지컬 하고 싶어" 

헤드윅2021 고은성. 사진 쇼노트

헤드윅2021 고은성. 사진 쇼노트

데뷔 20년, 30년 차에도 뮤지컬을 하고 있을 것 같다는 그는 맡고 싶은 역으로 ‘선셋 블러바드’의 ‘조’ 역할을 꼽았다. 선셋 블러바드는 1950년 영화를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뮤지컬로 만들어낸 고전 뮤지컬로 ‘조’는 LA에서 작가로 성공을 꿈꾸는 역할이다.

10년간 뮤지컬을 하며 "뭘 하려고 애쓰면 잘 안되고, 할 수 있는걸 잘 쌓아나가다 보면 되더라"고 느꼈다는 그는 "목 관리에도 집착하지 않고, 연기도 보여주려고 하기보다 진심으로 다가가는 게 더 쉽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헤드윅의 마지막을 회상하면서도 고은성은 헤드윅이 늘 그리는 동경의 대상 '토미'보다 현재 가까이에 있는 연인 ‘이츠학’에 주목했다. "헤드윅이 가발을 벗어 던지게 하는 건, 토미가 아니라 동고동락하는 이츠학이에요" 헤드윅에 이입한 배우 고은성의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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