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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600만명 접종 목표 탓” 접종 간격까지 헝클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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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월 도입) 물량이 반 토막 난 건 모더나 백신이다. 그런데 왜 화이자 접종 간격도 늘어난 거냐.”

문 대통령, 추석 전 조기달성 강조 #모더나 부족, 접종 한계 부딪히자 #화이자 2회차 당겨 1차 늘리기 #전문가 “고위험군 2차 완료가 유리”

50대 접종자 이모(59)씨의 반문이다. 이씨는 24일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앞뒀었다. 하지만 9일 예약 날짜가 다음 달 7일로 2주 밀렸다. 정부가 모더나 8월 도입 물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자 급하게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늘리면서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화이자는 권고 기간이 3주인데 2배나 늘어나도 되는 거냐’ ‘현장 혼란 때문에 간격을 맞추는 거냐’와 같은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다.

정부가 화이자 접종 간격까지 늘린 건 모더나 부족분을 화이자로 대체하기 위한 접종 방안으로 풀이된다. 화이자 2차 물량을 당겨 모더나 1차 접종 대상자에게 맞히는 방식이다. 2차보다 1차 접종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백신 관련 말말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문재인 대통령 백신 관련 말말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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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차 접종자 확대에 사활을 건 이유는 뭘까. 1차 접종만 해도 중증으로의 악화와 사망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고 선을 긋는다. 근저엔 ‘9월 3600만 명 1차 접종 완료’라는 목표 달성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40% 이상의 국민이 1차 접종을 끝냈고, 추석 전 3600만 명 접종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며 조기 달성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계획한 목표는 맞춰야 하는데 백신이 부족하니 접종 간격을 6주까지 연장해 가면서 1차 접종률을 올리려는 것”이라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숫자 맞추기에 급급해 백신 간격을 고무줄 늘이듯 조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9월까지 3600만 명을 1차 접종해 봤자 집단면역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라며 “델타 변이를 고려해 계산하면 전 국민의 84%(4200만 명)가 백신을 맞아야 감염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치명률을 낮추고, 위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면 오히려 고령자, 고위험군의 2차 접종을 늘리는 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된 상황에서 1차만 접종하고 6주를 기다리게 하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확산되겠냐”며 “50대 연령층과 건강 취약계층 순으로 제약사가 권고한 접종 간격을 유지하면서 2차 접종을 우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8월 모더나 물량 반 토막’ 사태로 문 대통령의 그간 백신 관련 발언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백신 공급 차질이 빚어졌거나 이상 신호가 감지됐을 때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진단이 나오면서다. 9일 청와대 수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모더나 공급 차질에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국산 백신’ ‘글로벌 허브’ 등 당장의 백신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말만 반복하며 “접종 속도를 내라”고만 했다.

도입 예측도 번번이 빗나갔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5일 회의에서 “이달부터 충분한 백신 물량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모더나의 나머지 7월분 물량 196만 회분은 8월로 이월됐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백신 수급이 어려운 것은 국민이 다 안다.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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