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보다 냉방비 겁나” 문 닫고 '에어컨 빵빵' 그들의 항변

중앙일보

입력 2021.08.10 05:00

5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폐업 매장 바닥에 전기세 고지서와 대출 전단지 등이 놓여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5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폐업 매장 바닥에 전기세 고지서와 대출 전단지 등이 놓여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지난 8일 정오 유모(33)씨는 경기도 성남시 야탑역의 한 초밥집에 들어가려다 발길을 돌렸다. 식당 문을 열자 느껴지는 꿉꿉한 에어컨 냄새 때문이었다. 유씨는 “가게가 작은 편이라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문을 닫은 채 에어컨을 켜고 영업을 하고 있어서 코로나19 감염 걱정에 가게를 나왔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과 각 지자체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매장문을 열고 냉방 하는 이른바 ‘개문(開門) 냉방’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같은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손님 민원과 냉방비 때문에 권고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폭염과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자영업자들의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더운 손님’과 ‘불안한 손님’을 모두 만족시키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손님도 없는데 문 열라니…” 

6일 서울 용산구 갈월동 횡단보도 앞 상가 건물의 매장들이 폐점해 텅 비어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6일 서울 용산구 갈월동 횡단보도 앞 상가 건물의 매장들이 폐점해 텅 비어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9일 낮 기온 31도를 기록한 경기도 수원시 광교의 카페거리. 이곳의 식당·카페 25곳 가운데 24곳은 문을 닫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일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많이 줄어 가게 안에서 거리 두기가 충분히 지켜지고 있다”며 “시에서 환기 지침이 내려오긴 했으나 문을 활짝 열고 장사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기를 이유로 문을 열어뒀더니 덥다는 손님 항의가 들어온 적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인근 식당 관계자는 “확진자가 들를까 봐 걱정되긴 해도 코로나19보다는 냉방비 부담이 더 크다”며 “문을 열고 에어컨을 틀면 전력 소비량이 3~4배 늘어난다”고 하소연했다.

4분 들러도 퍼지는 바이러스…“환기 권장”

9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제3주차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9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제3주차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에어컨 바람을 타고 퍼질 우려 등이 있어 실내 환기를 꾸준히 권고해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비말(침방울)을 통해 전파되며, 밀폐 공간에서는 공기를 통한 전파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다.

실제로 에어컨 등을 통한 전파 사례는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전남 목포에서는 한 카페를 들른 대학생 2명이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4분 정도 머무른 후 코로나19에 걸렸다고 한다. 도 방역 당국 관계자는 “심층 역학 조사 중이지만, 에어컨 등이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1시간마다 10분 이상 창을 열자’는 내용 등이 담긴 범시민 환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소음과 같은 민원 요소가 없다면 실내 창문과 출입문은 항상 열고, 상시 개방이 어렵다면 매시간 10분 환기를 권고한다”는 게 캠페인의 주된 내용이다. “1시간에 10분이라도 창을 열면 (코로나19) 오염도는 10분의 1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최소 2시간 마다 10분 환기”

그러나 캠페인을 진행하면서도 현장의 고충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문 냉방의 필요성을 자영업자 등에게 계도하고 있는데,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문을 열라고 하니 (정책에) 양면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문 냉방을 하면 전력 낭비 등 에너지 전력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오지만, 일단은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개문 냉방과 같은 적극적인 환기를 더 권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역 당국은 “에어컨을 켜야 한다면 충분한 환기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환기가 원활히 이뤄지면 공기 내 비말이 빠르게 감소한다”며 “에어컨을 켜야 한다면 최소 2시간마다 1회 10분 정도는 환기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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