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당겨진 온난화 마지노선 ‘1.5도’…이런 기후 재앙 훨씬 잦아진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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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구가 불탄다. 산불 진화에 나선 그리스 에비아섬 주민이 8일 안타까워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형 산불로 이어진 북미·남유럽 폭염도 지구온난화의 결과다. [AFP=연합뉴스]

지구가 불탄다. 산불 진화에 나선 그리스 에비아섬 주민이 8일 안타까워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형 산불로 이어진 북미·남유럽 폭염도 지구온난화의 결과다. [AFP=연합뉴스]

국제사회는 2015년 12월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오르는 것을 억제키로 합의했다. 3년 뒤인 2018년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인천 송도)에서는 “2도 억제로는 파국을 막기 어렵다”는 내용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으로 막는 건 마지노선이다.

IPCC “이르면 2030년대 중반 도달”

산업화 시대 전보다 폭염 8.6배 빈발
기온 1.09도 상승, 해수면 20㎝ 올라

한국도 폭우 등 기후재앙 직격탄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대책 시급”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 기온 상승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향후 20년 이내에 1.5도를 넘어설 거라는 예측이 나왔다. 기존 전망보다 10년가량 이르다.

기온 상승 ‘마의 1.5도’ 넘기면 극한폭염 5.8년마다 온다

기후 위기의 시계가 빨리 돌면 폭염·폭우·가뭄 등 지구촌 기상이변도 잦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도 그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 온실가스 배출 억제 등 탄소중립 정책이 더욱 절실해졌다.

IPCC는 9일 제6차 평가보고서 제1 실무그룹 보고서 요약본을 공개했다. 핵심은 21세기 중반까지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할 경우 2021~2040년 중에 지구 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2018년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그 시점을 2030~2052년으로 내다봤다. 3년 새 기후변화에 가속이 붙은 셈이다. 온실가스 배출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으면 추세는 바뀌지 않는다.

기온 상승에 따른 지구 기후 시스템의 반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온 상승에 따른 지구 기후 시스템의 반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단기 미래를 2021~2040년으로 정의했을 때, 이 기간에 평균 온도 상승 폭이 1.5도에 도달한다는 의미다. 보고서 시나리오상으로는 2030년대 중·후반께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 보고서의 ‘4장 미래 기후 변화’ 부문 총괄 주저자 겸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 주저자다.

더워진 지구가 불러온 수치상의 변화는 과거보다 뚜렷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으로 최근 200만 년 사이 가장 높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과 비교해 2011~2020년 지구 지표면 온도는 1.09도 높아졌다. IPCC 5차 보고서(2013년)의 0.78도 상승(2003~2012년)보다도 크게 뛰었다. 지구 평균 해수면은 1901~2018년 사이 20㎝ 상승했다. 1901~71년에는 연평균 1.3mm 올랐지만, 2006~2018년에는 매년 3.7mm 올랐다,

보고서 속 미래 전망은 온통 잿빛이다. 산업화 이전 50년에 한 번꼴로 발생했던 ‘극한 고온’ 현상이 1.5도 상승 시 8.6배 잦아질 전망이다. 심지어 2도 상승 때는 13.9배, 4도 상승 때는 39.2배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준이 교수는 “최근 북미와 남유럽의 폭염도 인류가 초래한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수·가뭄·해양산성화 등 부작용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다섯 가지로 설정해 2021~2040년(단기 미래), 2041~2060년, 2081~2100년 세 시점의 지표면 온도 상승 폭을 예상했다. 그 결과 실현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서 단기 미래에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2081~2100년 기온은 최대 5.7도까지 높아진다.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별 지구 지표면 온도 상승 전망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별 지구 지표면 온도 상승 전망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연구관은 “5차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가 더는 왈가왈부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했는데, 이번(6차 보고서)에는 한 발짝 나아가 ‘인간 영향에 따른 온난화가 명백하다’는 증거를 제시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준이 교수도 “5차까지는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인간일 가능성을 95% 이상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100% 팩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온난화가 심해질수록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는 폭염이 자주 찾아오고, 호우·홍수는 더 강하게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변영화 연구관은 “동아시아에서 극한 고온은 증가하는 반면, 한파 관련 지수는 감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연안 지역 해수면 상승과 해양 산성화 등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큰 대륙 연안에 있는 우리나라는 호우의 강도도 강해지고, 홍수 피해 지역도 넓어질 수밖에 없다. 비가 몰아서 오면 다른 때에는 가뭄이 일어나기도 쉽다”고 말했다.

온난화를 막을 방법은 있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중립(넷제로, Net Zero)이 유일한 전제조건이다.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을 제한하고 메탄 등 다른 온실가스 배출도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메탄 배출 감축이 이뤄질 경우 온난화를 억제하는 것뿐 아니라 대기 질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1.5도 상승’ 전망 3년 새 10년 당겨져

이번 보고서는 국제사회와 각국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 수립에 과학적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정책에 반드시 반영해야 하는 권고나 의무사항은 아니다. 따라서 지난 5일 초안을 공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등에 곧바로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박성찬 기상청 기후정책과장은 “탄소중립 로드맵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는 향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국가 차원에서 결정돼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하경자 교수는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실현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유독 이산화탄소 배출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런 특성 등을 고려해 탄소중립 정책을 세세하게 다뤄야 한다”며 “온실가스 배출 사정이 제각각인 지자체들도 현황 파악부터 시작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 필요할 때는 시민을 설득하면서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공식 성명에서 “이번 IPCC 보고서가 인류에 울리는 적색경보 알람은 귀청이 떨어질 만큼 크다. 1.5도라는 목표를 지켜내기 위해 결단력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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