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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中 '통제 본보기' 됐다…성폭행 중형뒤 추방될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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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엑소 멤버 크리스. AFP=연합뉴스

전 엑소 멤버 크리스. AFP=연합뉴스

그룹 엑소(EXO) 전 멤버 크리스(중국 활동명 우이판)가 성폭행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돼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대중참여 억제'를 위한 중국 당국의 '시범케이스' 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아이돌팬문화 관련 산업은 규모가 크고 중국에서 대중의 참여와 표현이 허용된 몇 안 되는 창구였다"며 중국 당국이 지난 6월부터 이들을 통제해왔고, 크리스의 체포가 그 전환점이 됐다.

사회운동가인 루핀 '페미니스트보이스' 설립자는 "중국 당국이 지난 10년간 팬문화를 허용했던건 대부분 비정치적이고, 젊은이들의 애국심 증진을 위해 활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며 "팬클럽은 여전히 무해하고 비정치적이지만, 공산당은 모든사람들에 대한 통제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2개월여간 아이돌팬클럽과 기획사, 관련 SNS 등에 대한 단속을 벌여 15만건 이상의 '새로운 메시지'를 삭제했다. 또 4000개 넘는 SNS 계정과 최소 39개의 모바일 앱을 폐쇄했다.

국가광전총국도 최근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등 온라인 예능 프로그램 관리 강화에 대한 통지를 내렸고,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는 지난 6일 돌연 '스타 파워 랭킹 리스트'(스타 리스트)를 운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스타 리스트는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 대해 중국 팬들이 사랑을 과시하는 '인터넷 전쟁터' 중 하나였다.

SCMP는 연예산업 관계자를 인용해 '크리스 사건'으로 중국 정부가 진행하던 '아이돌 문화 단속'이 전환점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중국 내에서 아이돌의 팬들은 대부분 팬클럽에 속해 단체로 움직이며 목소리를 내왔다. SNS들은 팬들의 활동으로 트래픽 상승의 효과를 누려왔다.

팬클럽 회장들은 이들을 이끌며 '댓글 달기 캠페인' 등을 펼쳤고, 소정의 활동 대가를 받았다. 베이징에서 아이돌 팬클럽 관련 사업을 하는 서머 쑹은 "팬클럽 회장에게 가끔 행사 지원 대가로 10만 위안(약 1768만원)을 지불했다"며 "크리스의 추락은 '최고 트래픽 스타들'의 황금기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돌 문화를 연구해온 광저우의 중산대의 천춘 연구원은 "중국의 아이돌 팬 문화는 한국과 일본의 보이밴드 문화와 TV 리얼리티쇼가 부상하고, 인터넷이 붐을 타며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어 "당국이 2012년 이후 문화 활동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면서 열정으로 가득 찬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관심을 발전시켜나갈 곳을 찾지 못했다"며 "그래서 젊은이들이 스타를 쫓아다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사회가 연예 산업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또 연예 산업에 막대한 돈이 걸려있어 중국 당국의 단속이 목표를 달성할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크리스 사건'은 아이돌뿐만 아니라 권력자들에게 돈과 권력이 모든 것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크리스에게 징역 10년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고 중국에서 복역한 뒤 추방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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