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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인형이 심리치료사…영국의 치매 고령자 돌봄 비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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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정근의 시니어비즈(47)

우리나라 치매노인의 규모와 관리비용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단순한 의료적 측면을 넘어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 치매고령자가 사용할 시니어비즈니스 모델개발이 필요하다. [사진 pixabay]

우리나라 치매노인의 규모와 관리비용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단순한 의료적 측면을 넘어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 치매고령자가 사용할 시니어비즈니스 모델개발이 필요하다. [사진 pixabay]

우리나라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 비중이 증가하면서 치매고령층도 급속하게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치매고령자의 규모는 2020년도 83만명에서 2050년에는 1900만명으로 약 3.6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1명이 치매를 경험하고 있으나, 2050년에는 10명 중 4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를 먼저 경험하고 치매고령자의 규모가 많은 유럽에서는 치매고령층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의학적 치매치료제는 아직까지 개발 중에 있지만, 치매 돌봄분야에서는 다양한 혁신적 방법들이 비즈니스와 결합하여 고령층과 가족들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오늘은 영국을 중심으로 최근 치매고령층과 가족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혁신적 시니어비즈니스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치매고령자의 수분섭취 보충제, 젤리드랍스

젤리드랍스는 독특한 크기와 모양으로 손에 들기 쉽고 달콤한 캔디처럼 먹을 수 있어 치매 고령자가 혼자서도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며 수분을 섭취할 수 있다. [사진 젤리드랍스 홈페이지]

젤리드랍스는 독특한 크기와 모양으로 손에 들기 쉽고 달콤한 캔디처럼 먹을 수 있어 치매 고령자가 혼자서도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며 수분을 섭취할 수 있다. [사진 젤리드랍스 홈페이지]

치매고령층의 경우 수분부족에 대한 인지기능이 감소하여 목이 마르더라도 물을 마시지 않아 탈수현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거나, 건강상태가 악화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치매고령자의 경우 일반 고령자에 비해 수분부족으로 탈수현상을 경험할 확률이 6배 높다고 한다. 젤리드랍스 창업자 마크 필립 소렌센(Mark Philip-Sorensen)는 실제 자신의 할머니가 치매로 인한 탈수현상으로 여러 번 병원에 입원하는 일을 경험하였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같은 치매고령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 조언을 바탕으로 2018년 젤리드랍스를 개발하고 회사를 설립하였다.

젤리드랍스는 밝은 색상의 물방울모양 디자인으로 6개의 천연과일향(딸기, 라즈베리, 오렌지, 레몬, 라임, 블랙커런트)을 갖고 있어 고령자들이 어려움 없이 수분섭취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젤리드랍스는 95%가 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설탕이기 때문에 당뇨가 있는 분들도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고, 채식주의자도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젤리드랍스는 독특한 크기와 물방울 모양으로 잡기 편하며 달콤한 캔디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치매고령자가 혼자서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며 수분을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나의 젤리드랍스에는 12.5ml의 물이 포함되어 있으며, 한 판에 총 24개가 들어있다. 현재 영국과 미국 등에 약 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치매고령자의 경제적 자립 돕는 시비스타 

시브스타는 치매 고령층의 일상적인 금융자산 관리를 도와 고령층과 가족들 모두의 경제적 불안감을 해소하며, 초기 치매 고령층의 지역사회 거주 및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사진 시브스타 홈페이지]

시브스타는 치매 고령층의 일상적인 금융자산 관리를 도와 고령층과 가족들 모두의 경제적 불안감을 해소하며, 초기 치매 고령층의 지역사회 거주 및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사진 시브스타 홈페이지]

일반적으로 치매고령자는 동일한 결재를 중복으로 하거나, 잘못된 곳에 금융결재를 하고, 금융사기등에 쉽게 노출되어 금융자산손실을 경험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두 번째 소개할 회사는 치매고령층의 인지기능저하로 발생하는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핀테크 스타트업, 시비스타(Sibstar)이다. 시비스타의 창업자 제이니 시블리(Jayne Sibley)는 치매를 앓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사기를 당하거나, 잘못된 제품들을 구매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2020년 치매환자를 위한 영국 유일의 핀테크 스타트업인 시브스타(SibStar)를 설립하였다.

시브스타(Sibstar)는 치매고령자가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기존 은행이 제공하지 않는 보안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먼저 시브스타에 신청을 하면 신청자에게 체크카드를 보내준다. 일정 금액을 시브스타 체크카드 계좌에 입금한 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치매고령자와 가족 또는 법적 대리인이 모두 금융계좌에 접근하여 매일 금융사용내역을 확인 및 관리할 수 있다. 또한 체크 카드를 사용하는 시간과 장소 등을 미리 설정해 놓으면 금융자산의 과도한 사용 또는 사기로 인한 잘못된 자금인출을 막을 수 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카드 설정을 24시간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고령자의 소비욕구변화에 따른 대응도 쉽게 할 수 있다.

시브스타(Sibstar)는 치매 고령층의 일상생활 속 금융자산 관리를 가능하도록 돕기 때문에 고령층과 가족들 모두의 경제적 블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고, 초기 치매고령층의 지역사회거주 및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2020년 12월 영국알츠하이머 학회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Alzheimer's Society Accelerator Program)에 선정되어 앞으로 더욱 사용범위가 확장될 전망이다.

치매고령자를 위한 심리치료 인형, 허그 

요양원 거주 치매 고령층에서 6개월 허그를 사용하게 한 결과, 삶 만족도가 약 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허그 홈페이지]

요양원 거주 치매 고령층에서 6개월 허그를 사용하게 한 결과, 삶 만족도가 약 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허그 홈페이지]

세 번째 소개할 HUG는 치매고령자를 위한 심리치료형 인형이다. 두 번째 소개한 시브스타(SibStar)와 같이 2020년 영국 알츠하이머협회에서 주관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Alzheimer's Society Accelerator Program)에 선정된 제품이다. 허그는 치매 고령자들이 보면 안아주고 싶은 귀여운 인형이다. 치매고령자들이 쉽게 안을 수 있도록 긴 팔과 다리를 가지고 있으며, 인형표면도 부드러운 촉감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재질로 구성되어 있다. 인형안에 심장 박동기기와 스피커를 넣어 고령자가 허그를 안고 있으면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고령자의 심리적 안정감과 스트레스, 우울증 해소 등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

허그(HUG)는 영국 카디프 메트로폴리탄 대학(Cardiff Metropolitan University)의 캐시 트레더웨이(Cathy Treadawa) 교수 연구팀이 5년간(2015-2019)연구한 치매 디자인연구결과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실제적으로 요양원거주 치매고령층에서 6개월 허그를 사용하게 한 결과 삶 만족도가 약 87%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우울증 및 스트레스 등이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영국 알츠하이머협회는 영국내 치매를 경험하는 고령층에게 HUG를 보급하고 상용화하기 위한 스타트업 지원을 현재 진행중이다.

우리나라 치매노인의 규모와 관리비용은 2060년까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단순히 의료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삶의 질향상 측면에서 치매고령자들이 사용할 시니어비즈니스 모델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첨단 기술도 중요하지만, 오늘 소개한 3개 기업처럼 적정기술과  치매에 대한 경험을 활용한다면 한국형 치매고령자용 시니어비즈니스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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