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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로 들려주는 노교수 인생철학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48호 21면

영달이의 꿈

영달이의 꿈

영달이의 꿈
조영달·윤경숙 지음
김주한 그림
프리뷰

‘짧지만 강하다.’ 아마 우화를 두고 하는 말 아닐까. 우화는 구구절절한 설명을 생략한다. 대신 동물의 행동이나 성격이 깃든 이야기를 통해 우회해 압축적으로 삶의 교훈을 제시한다. 전략으로 치면 정면승부보다는 측면승부에 가깝다. 특히 우화에서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베짱이, 여우부터 당나귀와 원숭이 등 각양각색의 동물 군상을 살펴보면 사실상 우화는 동물의 탈을 쓴 인간세계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이유 탓에 대개 우화가 ‘어린이용’ 도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알록달록 그림과 동물 이야기를 통해 이해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편견’을 과감히 깼다. 오히려 우화야말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방황하고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는 어른들에게 ‘참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책이 기존 문법에서 벗어난 배경에는 40년 사회교육학자로 살아온 저자의 깨달음이 있다. 대학이라는 제도권 내 공교육 시스템에 평생을 몸담아 오면서 저자는 ‘걱정 반 고민 반’을 품고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제자들을 숱하게 지켜봐 왔다. 그때마다 그는 학생들에게 지식 대신 생활 속 지혜를 전했다. 정글과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단순 처세술 말고 인생을 ‘롱런’할 수 있는 철학적 사고 말이다. 캠퍼스 울타리를 넘어 각개전투 속에서 삶의 나침반을 찾는 어른들을 위해 ‘현대판 이솝우화’를 펴낸 이유이기도 하다.

책 구성만큼이나 함께 집필에 나선 공동 저자들도 눈길을 끈다. 한식 파인다이닝 셰프가 전체 기획을 맡아 책의 신선함을 더했다. 8세 때 첫 개인전을 열 정도로 예술에 대해 일찌감치 재능을 보인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이야기마다 그림을 그려 넣었다. 하지만 그의 최종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다. 저자들이 각자 학교에서, 주방에서, 거리에서 몸소 부딪히며 익혀온 배움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이래야 한다는 식의 당위적인 가르침이 아닌 인생 선배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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