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론

대중예술과 순수예술 콘텐트의 ‘동반 역주행’ 바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6 00:35

지면보기

종합 29면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사회 곳곳에 충격파를 던졌지만, 일부 영역엔 예기치 못한 ‘대박’을 선사하기도 했다. 대면 접촉이 최소화되면서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드라마·대중음악·웹툰 등 대중예술 콘텐트 소비는 전례 없이 늘어났다. 넷플릭스·웨이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매출이 급증하거나, 세계 1위의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Spotify)의 한국 상륙 등은 코로나 시대의 대중예술 콘텐트 소비 트렌드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코로나에도 대중예술 복고 열풍
순수예술 대중화 기회로 살려야

이런 흐름 속에서 다시 소환된 키워드 중 하나가 대중예술 콘텐트의 ‘역주행’이다. “롤린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역주행 열풍에 불을 댕긴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는 얼떨결에 스타 반열에 오르게 됐다. 롤린은 시작에 불과했고 SG워너비·아이유·비·2PM 등 대중가수들의 역주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중음악뿐 아니라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인기 드라마와 예능도 역주행 대열에 합류했다.

대중예술 콘텐트의 역주행 원인은 장르에 따라 다양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대중음악의 경우 알고리즘, 밈(Meme) 문화나 직캠, 2차 창작, 유명 예능 콘텐트의 화제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예능은 유튜브 콘텐트와 패러디 등이, 드라마는 유튜브의 편집 콘텐트 등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그 근저에는 전문가 수준인 문화예술 소비자들의 관심과 안목이 자리했음은 물론이다.

대중예술 콘텐트의 역주행은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이 가져온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뉴미디어에 힘입어 다양한 콘텐트 소개 및 확산과 2차 창작물 공유가 가능해지면서 10년이 넘은 콘텐트 재조명으로 이어진 것이다.

대중예술 콘텐트의 역주행은 하나의 ‘레트로’(Retro·복고)라는 단순한 트렌드로 간주하기엔 아쉬운 지점이 있다. 그것은 역주행의 파급 효과가 시사하는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의 경우 무명 뮤지션과 그들이 만든 음악의 재조명을 유도하고 있고, 예능은 새로운 문화의 형성과 콘텐트의 확산을, 드라마는 예전의 웰메이드 드라마와 배우 다시 보기, 과거 작품의 재수익화 등 긍정적 여파로 나타나고 있다.

대중예술 콘텐트의 역주행 트렌드를 보면서 든 생각은 기초예술(순수예술) 콘텐트 역주행의 실종이다. 클래식 음악·연극·오페라·무용 등 모든 문화예술 콘텐트의 원형이 되는 기초예술의 역주행 사례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대중예술 콘텐트의 위세에 눌린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기초예술 콘텐트의 우수성과 역량은 문화예술 선진국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대중성이 떨어지는 기초예술의 특성이 콘텐트의 관심 저하로 이어진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정부가 추구하는 문화강국으로의 지향성을 무색하게 한다.

유튜브 등 OTT로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역주행 가능한 기초예술 콘텐트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2015년 쇼팽콩쿠르 우승 당시 연주 영상,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발레리노 김기민의 10년 전 연습 영상 등은 수준 높은 감동을 선사한다.

공감과 환호를 불러일으키는 과거의 기초예술 콘텐트가 우리 곁에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기초예술의 대중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그 열쇠가 기초예술 콘텐트의 역주행이며, 이는 대중예술 못지않게 기초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뒤따라야만 가능하다고 본다.

문화예술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다. 일상이 무너진 작금의 코로나 상황에서 위안과 울림, 소소한 재미를 제공하는 수많은 문화예술 콘텐트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대중예술과 기초예술 콘텐트의 멋진 ‘동반 역주행’은 그래서 더욱 절실해진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