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론

‘미래 먹거리’ 시스템반도체, 인력 육성 서둘러야

중앙일보

입력 2021.08.05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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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용석 반도체공학회 부회장·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김용석 반도체공학회 부회장·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다. 이제 반도체 없이는 어떠한 전자제품도 만들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최근에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를 구하지 못해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5 등을 생산하는 울산 1공장은 지난 4월 일주일 휴업했는데, 차량용 시스템반도체를 구하지 못해서 초래된 일이었다.

제품 경쟁력의 열쇠 시스템반도체
인력 육성 위한 사고의 전환 절실

전자 제품에는 두 종류, 즉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가 사용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데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D램과 플래시 메모리가 대표적이다. 시스템반도체는 연산·제어 등 데이터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메모리는 어느 제품이나 사용이 되니까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다. 시스템반도체는 제품별로 사용되니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심하다. 흔히 말하는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이 있는가 하면 심하게 가격이 내려가기도 한다. 2009년에는 스마트폰 출시, 2016년에는 데이터 센터 설비 투자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이끌었다.

1980년대 초에는 시장과 고객의 주문을 반영한다는 뜻에서 시스템반도체를 주문형 반도체(Custom IC)라 불렀다. 그러다 1990년 초에 특정 용도용 반도체(ASIC)라는 말을 사용했고, 지금은 시스템반도체 또는 줄여서 시스템 칩이라 부른다.

시스템반도체의 대표 사례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은 전화기 기능을 가진 꺼지지 않는 손안의 개인 컴퓨터다. 그러다 보니 개인 컴퓨터가 가지고 있는 많은 기능을 반도체 칩으로 만들어서 폰 안에 장착했다. 이것이 스마트폰의 핵심인 응용프로세서(AP) 반도체다. 이 안에 있는 중앙처리장치(CPU)는 운영체제(OS)와 응용 소프트웨어를 실행해 사진촬영, 웹브라우징이나 게임 등 많은 스마트폰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한국이 시스템반도체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시장 규모가 커서가 아니다. 제품(세트) 경쟁력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선두 제조기업인 삼성·애플은 AP를 자체적으로 생산해 자사 제품에 사용하고 있다. AP를 자체 개발하는 이유는 차별화된 성능과 기능을 제품에 넣기 위해서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 인력은 메모리반도체 인력과는 다르다. 시장과 고객을 이해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전체 시스템을 최적화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반도체 물성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대학의 반도체 인력 육성은 획기적인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학의 반도체공학과나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에서만 육성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대학에서 음성과 영상, 통신 신호 처리, 로봇제어 등 시스템을 다루는 연구실에서도 주도적으로 시스템반도체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대학 학부 4년만으로는 부족 하다. 5년짜리 과정(학사+석사)을 운영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교육 커리큘럼은 새롭게 시스템·소프트웨어·반도체를 모두 포함한 필요 교과목들로 다시 구성해야 한다. 사양을 정하고 시스템 설계부터 반도체를 구현해 칩을 만들어 보고, 칩 테스트까지 실전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라 할 수 있다.

4차 산업으로 대표되는 IoT, AI, 5G 기술이 만들어내는 미래 먹거리 사업은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시티, 헬스케어 등 우리나라를 이끌 중추 산업이다. 이러한 미래 산업의 경쟁력은 시스템반도체에서 나온다. 자체 개발할 능력을 갖춰야만 남보다 앞설 수 있다. 그래서 시스템반도체 인력 육성이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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