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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월 접종자 '약발' 떨어지는데 변이 유행…고위험군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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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동안 뜸했던 요양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최근 잇따라 발생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감염자 중에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도 있어 올해 초 접종한 이들의 항체 능력이 시간이 흐르며 떨어질 가능성에 주목해 고위험군 부스터 샷(추가접종) 계획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신규 환자가 1725명 발생해 누적 환자가 20만392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내 감염자는 1664명으로, 지난주 같은 요일(1823명)과 비교하면 159명 줄었지만 30일 가까이 1000명 넘게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월 3일 서울 중랑문화체육관에 마련된 접종센터에서 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소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3일 서울 중랑문화체육관에 마련된 접종센터에서 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소분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파감염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돌파감염 추정사례는 1132명(위중증 8명, 사망 1명)이다. 백신 접종 건수 대비 발생률(0.018%)이 극히 낮아 아직 이상징후로 볼 수 없다는 게 당국 진단이지만 최근 고위험군이 밀집한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에서도 돌파감염이 보고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양성 판정을 받은 이후 이곳에서 환자 9명, 종사자 1명 등 10명이 추가 확진됐다. 이 가운데 7명은 2차 접종 후 14일 지난 돌파감염자로 확인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7일 관악구 요양시설에서도 종사자가 확진된 후 연쇄감염이 발생해 종사자 2명과 입소자 7명 등 9명이 추가로 감염됐다. 입소자 7명 중 5명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 효과가 100%는 아니기 때문에 돌파감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고위험군의 경우 위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려가 나온다. 백신이 그럴 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는 하지만 단정할 수도 없다.

코로나19 백신의 보호 효과가 얼마나 지속하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 추적 관찰 등을 통해 최소 6개월가량 유지될 거로 추정하는 정도인데 변이 바이러스란 변수가 생겨 방어 효과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뉴욕주립대 연구팀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4만4000명을 관찰했더니, 접종 2개월 후 96%였던 예방 효과는 6개월 뒤 84%로 떨어졌다고 한다. 2개월마다 6% 포인트 감소한 셈이다. 다만 중증 예방 효과는 6개월 뒤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팀은 지난달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접종을 완료한 600명 이상을 조사했더니 6주 후부터 항체 수치가 감소하기 시작해 10주까지 50% 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항체 감소가 반드시 감염에 취약한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소세가 지속하면 결국 방어 효과가 떨어질 수 있고 이런 점 등을 근거로 2, 3월 접종한 요양병원, 요양시설의 입소자·종사자나 의료기관 종사자 등에 부스터 샷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단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5월 9일 오전 전남 여수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조치가 이뤄진 가운데 방역 당국 관계자가 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9일 오전 전남 여수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조치가 이뤄진 가운데 방역 당국 관계자가 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일단 국민 70%가 최소 한 차례씩 접종한 이후 4분기 정도에 초기 접종자 부스터 샷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급한지를 두고 전문가들 의견은 갈린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소폭 감소할 수 있어도 사망자, 중환자 예방 효과는 지속해서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백신 공급 일정 등을 고려해 늦어도 4분기 정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변이가 확산하면서 백신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고 봐야한다. 접종 시작할 때부터 부스터 샷이 고려됐지만 그 시기가 조금씩 당겨지는 느낌이 있다”면서도 “방역 조치가 병행될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한 번씩 접종 기회가 돌아간 9, 10월 이후 요양기관과 의료기관 입소자,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보건소에서 접종을 마친 요양시설 종사자와 입소자 등이 대기하며 부작용 여부 등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 2월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보건소에서 접종을 마친 요양시설 종사자와 입소자 등이 대기하며 부작용 여부 등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러나 “요양병원의 최근 감염 사례는 하나의 시그널(신호)”이라며 “다른 요양병원에서도 사례가 나올 수 있는 만큼 가급적 빨리 부스터 샷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 센터장(서울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행 규모를 줄이려면 안 맞은 사람을 일단 맞히는 게 도움될 수 있지만, 사망자를 줄이는 데 집중한다면 초기 접종한 고위험군의 부스터 샷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아직 돌파감염자에서 중증으로 가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그럴 여지가 분명히 있다. 향후 고위험군 돌파감염자의 중증 경향이 높아지는지 등을 모니터링하고, 해외 중요 데이터를 잘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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