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배지에 金 실격 위기...CCTV는 배지 지웠다 중국내 역풍

중앙일보

입력 2021.08.04 13:42

업데이트 2021.08.04 14:56

지난 2일 중국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바오산쥐(왼쪽)와 중톈스 선수가 마오쩌둥 주석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를 달고 시상대에 올랐다. [AP=연합]

지난 2일 중국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바오산쥐(왼쪽)와 중톈스 선수가 마오쩌둥 주석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를 달고 시상대에 올랐다. [AP=연합]

중국 사이클 금메달리스트가 마오쩌둥 배지를 달고 시상대에 서 정치적 선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올림픽 헌장은 선수의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中 금메달리스트 시상대서 ‘마오배지’
올림픽 헌장 “정치적 선전 허용 안돼”
규칙 어길 시 실격되는 불이익도 가능
IOC “중국 측 입장 요청, 기다리고 있다”
논란일자 中 CCTV 배지 장면 삭제
“마오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 中 네티즌 반발

지난 2일 일본 시즈오카현 이즈벨로드롬에서 열린 사이클 여자 단체스프린트 경기에서 바오산쥐와 중톈스 선수가 31초89의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후 시상식에서 두 사람은 중국 국기가 그려진 상의에 마오쩌둥 주석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를 달고 단상에 올랐다. 이 장면은 전세계로 생중계됐다.

지난 2일 중국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바오산쥐와 중톈스 선수가 마오쩌둥 주석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를 달고 시상대에 올랐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중국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바오산쥐와 중톈스 선수가 마오쩌둥 주석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를 달고 시상대에 올랐다. [연합뉴스]

곧바로 외신들이 배지 착용을 문제 삼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두 선수가 반세기동안 중국에선 흔한 배지를 단 것이지만, 이는 올림픽 헌장 위배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림픽 헌장 50조는 “올림픽 경기장이나 기타 지역에서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또 세부규칙에는 “액세서리 및 장비 등을 통한 어떤 형태의 선전도 표시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같은 규칙을 어길 경우 “관계자나 선수단이 실격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마크 아담스 대변인은 “현재 중국 올림픽위원회에 연락해 상황에 대한 보고를 요청했다”며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IOC는 지난달 헌장 50조를 완화해 경기를 방해하지 않고 동료 선수들을 존중하는 선에서 ‘무릎꿇기’ 등의 행동은 허용했다. 하지만 시상식에서의 정치적 행동은 여전히 금지한 상태다.

2일 사이클 여자 단체스프린트 경기에서 바오산쥐(오른쪽)와 중톈스 선수가 31초89의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AP=연합]

2일 사이클 여자 단체스프린트 경기에서 바오산쥐(오른쪽)와 중톈스 선수가 31초89의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AP=연합]

미국 정치평론가 천포콩(Chenpokong)은 이에 대해 “히틀러 배지를 단 독일 선수를 상상한다면, 이 상황이 얼마나 국제사회에 분노를 일으킬 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운동선수들이 국제사회의 시각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중국 내부에선 정반대의 논란이 불거졌다. 중국 국영 CCTV를 통해서다. 시상식까지 생중계로 방영했던 CCTV는 이후 정치적 선전에 실격 여부로 논란이 확산되자 두 선수의 시상식 영상에서 마오쩌둥 배지를 단 부분을 삭제 편집해 재방영했다. 문제의 소지를 없애려는 사전 대응이었다.

CCTV는 정치적 선전에 실격 여부로 논란이 확산되자 두 선수의 시상식 영상에서 마오쩌둥 배지를 단 부분을 편집을 통해 삭제해 재방영했다. [웨이보 캡쳐]

CCTV는 정치적 선전에 실격 여부로 논란이 확산되자 두 선수의 시상식 영상에서 마오쩌둥 배지를 단 부분을 편집을 통해 삭제해 재방영했다. [웨이보 캡쳐]

그러자 이번엔 중국 네티즌들의 항의가 시작됐다. 중국 웨이보를 중심으로 “CCTV는 무엇을 고려해, 어떤 목적으로 마오주석의 휘장을 달고 있는 장면을 지웠는가”, “마오쩌둥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는 비난이 확산됐다. 4일 오후 1시 기준 이 글들은 모두 삭제됐고, 두 금메달리스트의 시상식 장면조차 CCTV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또 중국 뉴스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던 ‘마오 배지를 달았다’는 기사들도 대부분 삭제됐다.

중국 웨이보에선 “CCTV는 무엇을 고려해, 어떤 목적으로 마오주석의 휘장을 달고 있는 장면을 지웠는가”라며 항의가 쏟아졌다. [웨이보 캡쳐]

중국 웨이보에선 “CCTV는 무엇을 고려해, 어떤 목적으로 마오주석의 휘장을 달고 있는 장면을 지웠는가”라며 항의가 쏟아졌다. [웨이보 캡쳐]

평론가 천포콩은 “시진핑 주석이 마오 사상을 찬양하면서 중국의 분위기가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샤밍 뉴욕시립대 정치학교수는 “현재 젊은 세대는 마오쩌둥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역사를 일방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역사에 대한 편파적인 인식이 또한번 국제 스포츠 경기장에서 웃음거리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일 미국 투포환 은메달리스트 레이븐 손더스가 시상대에서 머리에 손을 ‘X’자로 들어올려 IOC가 정치적 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지난 1일 미국 투포환 은메달리스트 레이븐 손더스가 시상대에서 머리에 손을 ‘X’자로 들어올려 IOC가 정치적 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한편 IOC는 지난 1일 미국 투포환 은메달리스트 레이븐 손더스가 시상대에서 머리에 손을 ‘X’자로 들어올린 것과 관련 정치적 행위 여부 인지를 놓고 조사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억압받는 자들에 대한 지지 표시”라고 해명했다. 미국올림픽위원회는 손더스의 행동은 “인종 및 사회 정의를 지지하는 평화로운 표현이라는 점에서 규정 위반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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