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아이 키우는게 어때서? 예능 점령한 당당한 돌싱

중앙일보

입력 2021.08.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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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배우 조윤희와 딸 이로아가 출연한 JTBC의 돌싱 예능 프로그램 ‘용감한 솔로육아-내가 키운다’. [사진 JTBC]

배우 조윤희와 딸 이로아가 출연한 JTBC의 돌싱 예능 프로그램 ‘용감한 솔로육아-내가 키운다’. [사진 JTBC]

일어나서, 이불 개고, 아침 먹고, 씻고, 놀이터 갔다가, 저녁을 먹는다.

JTBC ‘용감한 솔로육아…’ 등
한부모 가정 자연스럽게 등장
돌싱 남녀 ‘짝찾기’ 프로그램도
“개인의 행복 우선하는 세태 반영”

아이가 있는 여느 집의 일과이지만, 유튜브 조회수 294만회를 올리며 화제가 됐다. 지난달 9일 방송된 배우 조윤희의 딸 이로아(4)가 출연한 ‘용감한 솔로육아-내가키운다’ 이야기다. 한동안 뜸했던 육아예능의 등장에, 조윤희가 오랜만에 나선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시너지를 냈다. 이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모두 이혼 이력이 있는, ‘돌싱(돌아온 싱글)’이다.

한 해 결혼 21만건, 이혼 10만건으로 결혼한 두 쌍 중 한 쌍이 헤어지는 시대, 예능에도 ‘돌싱’ 들이 돌아오고 있다. 기존의 육아예능, 토크 예능, 연애 예능 포맷은 유지하면서, 출연자가 돌싱인 점만 다르다.

같은 프로그램에 예능인 김나영과 두 아들이 출연했다. [사진 JTBC]

같은 프로그램에 예능인 김나영과 두 아들이 출연했다. [사진 JTBC]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는 돌싱판 육아예능이다. 돌싱 조윤희·김현숙·김나영이 아이들과 출연하고, 역시 돌싱인 채림과 김구라가 진행을 맡았다. ‘육아’에 초점을 맞춰, 첫 회에서 각자 소개도 ‘솔로 육아 3년 차’ 등으로 했다.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의 모습을 보여줄 때는 얼핏 MBC ‘나 혼자 산다’가 스쳐 가고,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찍은 화면에선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겹쳐진다. 아들을 키우는 김현숙이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는 장면에선 출연자들이 눈물을 훔치기도 하지만 과한 신파로 빠지진 않는다. “사실 숨고 싶었어요. 책임져야 하는 아이들도 있고 하니까 그래서 용기를 낸 거죠. 이겨내야 하니까.”(김나영)

돌싱 남녀 8명이 짝을 찾는 MBN의 ‘돌싱글즈’. [사진 MBN]

돌싱 남녀 8명이 짝을 찾는 MBN의 ‘돌싱글즈’. [사진 MBN]

제목부터 ‘돌싱’을 내세운 SBS ‘돌싱포맨’과 MBN ‘돌싱글즈’는 아이를 제외하고 돌싱 개인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돌싱포맨’은 기존 SBS의 효자 예능 ‘미운우리새끼’의 스핀오프로, 임원희·이상민·탁재훈·서장훈이 출연한 토크 예능이다. ‘돌싱’이긴 하지만 토크의 내용은 일반 싱글 남성들이 하는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연애, 결혼, 생활 얘기가 장소와 시간만 바뀔 뿐 반복해서 이어진다.

‘돌싱’ 개인이 가장 세밀하게 드러나는 프로그램은 MBN ‘돌싱글즈’다. 돌싱 남녀 8명이 모여 서로를 알아가며 짝을 찾는, 채널A ‘하트시그널’ 등 같은 포맷이다. 처음 만나는 이들이 지나간 결혼·이혼에 대한 생각을 덤덤하게 얘기한다.

조윤희

조윤희

“우리가 잘못한 게 있어요? 잘못한 것도 아니고” “달랐을 뿐이에요”

“결단력 있게 결정한 거예요. 참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정했을 때 책임을 받아들이면 떳떳한 거지”

“나는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누군가는 약점으로 이용하네? 란 생각이 들었어”

“그들이 언제 그렇게 될지도…. 사람 앞일은 아무도 모르잖아요.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돌싱글즈’ 출연진 나잇대는 26~42세. ‘돌싱글즈’  박선혜 PD는 “이혼이 흔해지면서 워낙 젊은 나이에 돌싱이 된 사람도 많은데, 주변에서 느껴지는 낙인이 아직 있더라”며 “이혼은 개인의 선택이고, 편견은 편견일 뿐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현숙

김현숙

‘돌싱글즈’는 대화 자막의 이름 위에 ‘자녀 없음’ ‘7살 딸/비양육’ 등 표기가 붙는다. 자녀 여부가 공개된 뒤 호감도가 급변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겼다. 첫날은 아무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둘째 날 직업과 자녀 유무가 공개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시청자도 출연자들의 생각을 따라가게 된다. 박 PD는 “너무 노골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하지만 여러분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이런 선택을 안 하실까요? 라는 물음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돌싱’이 예능의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된 건 대중의 인식이 변한 덕이 크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통계적으로 이혼이 늘고, 중년·황혼이혼도 많아지면서 더는 이혼한 사람이 마이너리티가 아니게 됐다”며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인식이나, ‘한쪽이 참아서라도 결혼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이 줄면서 사람들의 의식도 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과거 이혼은 사회적 금기로까지 여겨져 언급도 못 했지만 이제는 ‘금기’가 아니고, 인습보다 각 개인의 행복 추구가 최우선이 된 세태가 반영됐다”고 풀이했다.

‘정상가족’의 형태가 흐려진 영향도 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정상가족’에 얽매여 이런 프로그램 시도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는 사회적 흐름이 생겼고, 문화적 시각도 달라진 게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혼을 경험한 당사자들도 이런 변화를 반긴다. 양육비해결모임 강민서 대표는 “한부모 가정의 양육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이혼 뒤 각자의 행복을 찾는 과정을 담백하게 보여주는 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잘 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나왔다는 출연자들의 말에 공감이 많이 갔다”고 전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남성 육아가 보편화하기 전, 반 발 앞서 나왔다”며 “결혼·이혼·육아에 대한 관념이 바뀌었고, 예능은 반 발 앞서 ‘이런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지향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혼은 상대가 있는 문제. 하재근 평론가는 “이혼 과정이나 상대에 대한 비판, 일방적 주장 등을 경계한다면 논란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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