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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부진' 아시아, 세계 경제 약한 고리…"韓도 역풍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5일 태국 방콕의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15일 태국 방콕의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AP=연합뉴스]

백신 접종에서 뒤처진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약한 고리'가 됐다. 델타 변이에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지역 경제의 충격이 커지고 있는 데다,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세계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됐다는 게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진단이다.

"델타 동남아 확산에 생산기지 타격"

지난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쇼핑몰의 모습.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정부가 내린 봉쇄조치로 쇼핑몰은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쇼핑몰의 모습.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정부가 내린 봉쇄조치로 쇼핑몰은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로이터=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현재 미국 등 선진국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이 40~50%인데 반해 아시아 지역의 접종률은 그 절반 수준에 그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특히 저조하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전체 인구의 8%, 태국은 6%만 백신을 맞은 상태다. 이러다 보니 델타 변이의 확산 속도도 걷잡을 수 없이 빠르다.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 강화 조치를 잇달아 도입하면서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6월 초 의류업과 같은 필수 업종이 아닌 곳의 공장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다. 현지 의류공장 관계자는 WSJ에 “사업장 폐쇄로 두 달 동안 의류 생산을 못 해 외국 바이어에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도 의류 공장을 돌리곤 있지만 베트남 등 주변 국가의 봉쇄 조치 탓에 원재료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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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수출 엔진도 식는 조짐"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는 시민들의 모습. [뉴스1]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는 시민들의 모습. [뉴스1]

이런 영향에 선진국으로부터 수요 급증에 호황을 구가하던 한국과 중국 등 '수출 엔진'도 느려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은 민간과 정부에서 각각 발표하는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각각 모두 1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7월 제조업 PMI는 전달의 50.9보다 낮아진 50.4를 기록, 지난해 2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중국 금융정보 제공업체 차이신(財新)이 2일 발표한 7월 제조업 PMI도 50.3으로 지난해 4월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특히 중국 7월 PMI의 하위 지수인 신규수출주문지수는 47.7로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가 50을 밑돌았다는 것은 주문이 감소했다고 밝힌 수출업자의 수가 더 많다는 뜻이다.

WSJ은 “한국의 수출은 지난 6월(39.8%)과 7월(29.6%)에 증가했지만 향후 몇 달간 공급망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면 중국과 비슷한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생산 기지’ 아시아의 타격은 세계 경제에 근심거리다. 이 지역의 공장 가동률이 급격히 저하되면, 글로벌 공급망을 타고 다른 지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공급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와중에 공급 병목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 HSBC 아시아경제연구소의 프레더릭 노이만 공동소장은 “바이러스의 즉각적인 위협은 짧은 여러 달 사이에 가라앉겠지만, 경제적 영향은 한참 동안 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판징이 부국장은 “아시아발(發) 공급 문제 악화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나쁜 징조”라고 지적했다.

"Fed 조기 긴축 시 자본유출 위험"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메단시에서 군인들이 도로를 막고 시민들의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이 지역에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상사태가 선포됐다.[AP=연합뉴스]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메단시에서 군인들이 도로를 막고 시민들의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이 지역에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상사태가 선포됐다.[AP=연합뉴스]

아시아 국가들의 걱정거리는 또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실시 등 긴축정책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경우 자본 유출이 일어나는 등 금융 불안 상황을 맞을 위험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금리 정상화 등이 필요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할 경우 타이밍을 놓칠 우려도 크다.

이같은 역풍을 피하려면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 빠르게 경제를 정상화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스티븐 코흐레인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해제 여부”라면서 “빠른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로선 사회적 거리두기 외엔 택할 방법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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