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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여중 나온 이낙연 각시입니다" 호남특보 김숙희의 두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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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이낙연 전 대표의 아내 김숙희씨가 2일 전북 전주 양지노인복지관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김숙희씨는 41년 전 이낙연 동아일보 기자와 소개팅 한 뒤 먼저 동아일보 편집국으로 전화해 이 전 대표에게 만나자고 말할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이다. 김씨는 "내가 전화하지 않았다면 남편은 '그걸로 끝이었을 거'라고 말하더라. 내가 미모가 뛰어나지 않았나봐"라며 크게 웃었다. 송승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이낙연 전 대표의 아내 김숙희씨가 2일 전북 전주 양지노인복지관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김숙희씨는 41년 전 이낙연 동아일보 기자와 소개팅 한 뒤 먼저 동아일보 편집국으로 전화해 이 전 대표에게 만나자고 말할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이다. 김씨는 "내가 전화하지 않았다면 남편은 '그걸로 끝이었을 거'라고 말하더라. 내가 미모가 뛰어나지 않았나봐"라며 크게 웃었다. 송승환 기자

“전주여중 나온 이낙연 각시입니다.”

2일 오전 전주 양지노인복지관에서 급식 봉사활동을 하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숙희(66)씨는 자신이 누군지를 묻는 한 노인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옆에 있던 다른 노인이 “나도 전주여중 나왔다”고 하자 김씨는 “아이고 대선배님 반갑습니다”며 맞장구를 쳤다. 1주일에 3~4일씩 두 달째 호남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씨는 21년차 정치인인 남편보다 더 붙임성이 좋아 보였다.

김씨는 이날 오전 7시 서울에서 SRT를 타고 전주에 도착했다. 품이 넓은 청회색 셔츠, 청바지, 검은색 운동화 차림이었다. 김씨가 봉사활동 때마다 입는 작업복장이다. 복지관 급식실에서 김씨는 봉사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능숙하게 앞치마, 위생모, 장갑을 착용했다. “비닐장갑 위에 노란 고무줄을 끼우면 잘 안 벗겨진다”며 옆 사람에게 요령을 알려주기도 했다.

김씨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100여명의 노인이 줄 지어 오자 김씨가 쉴 새 없이 국을 퍼 주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식판을 옮겨주느라 대답할 틈이 없었다. 김씨가 퇴식대로 자리를 옮기고서야 잔반통 옆에서 짧은 대화를 나눴다.

‘호남특보’ 김숙희씨의 표밭 다지기

여러 환경에서 인터뷰를 해봤지만 잔반통 옆 인터뷰는 처음이다.

여러 환경에서 인터뷰를 해봤지만 잔반통 옆 인터뷰는 처음이다.

김씨는 호남에서 두 달 동안 장애인 시설, 노인복지관, 마을회관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전통시장에서 커피를 배달하면서 호남 민심을 밀착마크하고 있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호남의 맏며느리가 되겠다”며 광주에 머물렀던 것과 비슷하다. ‘쾌활한 성격도 닮아 김정숙 여사가 떠오른다’는 말에 김씨는 “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근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호남에서부터 반등한 것에 대해선 “다행이다”라면서도, 김 씨의 호남행 덕분이란 평가엔 “그럴 리가 없다. 내가 한 게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이날 급식실에서 ‘호남특보’ 김씨의 역할은 분명해 보였다.

앞치마가 다 젖은 채 고무장갑을 끼고 잔반통을 쓱쓱 닦는 모습을 보던 한 복지관 직원은 “형식적으로 서 있다가 갈 줄 알았는데 원래 일하던 분들보다 더 손이 빨라서 놀랐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던 이모(70)씨는 “이낙연씨가 전남 영광 사람인 건 알았는데 아내가 전주 사람이라니 더 반갑다”고 말했다.

김씨는 서울과 호남을 매주 오가는 강행군을 하는데 대해 “힘들면 쉬면 되지 억지로 무리해서 하진 않는다. 내가 즐겁고 만족해서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봉사를 한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선 “정치인 부인이 이 시점에 봉사활동을 하면 당연히 그렇게 보는 분들도 있겠지만 응원해주시는 분도 많아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내가 말하는 정치인 이낙연

다른 정치인 아내와 달리 김숙희씨는 이낙연 전 대표의 패션을 챙겨주지 않는다. 김씨는 "내가 남자 패션을 잘 모르는데 다행히 남편이 알아서 옷을 사고 넥타이도 척척 고르더라"고 말했다.

다른 정치인 아내와 달리 김숙희씨는 이낙연 전 대표의 패션을 챙겨주지 않는다. 김씨는 "내가 남자 패션을 잘 모르는데 다행히 남편이 알아서 옷을 사고 넥타이도 척척 고르더라"고 말했다.

중·고교 미술 교사였던 김씨는 이 전 대표가 1989년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으로 일본에 갈 때 직장을 그만 두고 남편의 조력자가 됐다. 김씨가 지켜본 정치인 이낙연의 장점은 “41년간 한결같은 성실함과 정직함”이다. 김씨는 “남편은 일 하고 돌아오면 항상 방전된 채로 온다”며 “젊어서는 아이를 돌보는 일이나 집안일을 못 챙겨주는 것이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정치인 이낙연은 맡겨진 일에 충실한 사람이란 걸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 전 대표가 밖에선 엄중하고 철두철미한 사람이지만 집에선 그렇지 않은데 특히 손주들이 오면 완전히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씨는 남편의 선거 유세를 돕고 있지만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했을 때는 “당신의 뜻을 존중한다”고 말했고, 지난 4월 재·보선 참패 뒤 잠행할 때는 “잘 될 겁니다”라고 짧은 응원만 했다고 한다. 김씨는 “21년 정치인 아내로 함께 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내 성격이 낙천적이라 남편에게 늘 마음 편하게 생각하자고 말한다”며 “2003년 아들이 뇌종양 수술을 하던 고통스러운 순간을 견뎌낸 뒤로 많은 것을 쉽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대선 주자의 가족으로서 겪게 될 검증에 대해선 “힘들겠지만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김씨의 그림을 전남도의 산하기관이 구매한 것을 두고 최근 의혹이 다시 제기된 것에 대해선 “2017년 총리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아주 엄격한 검증을 치렀다”며 “대선 검증은 더 길고 혹독할테지만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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