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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의 힘’ 삼성, 인텔서 반도체 왕좌 탈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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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삼성전자가 D램·낸드플래시 시장 호황을 업고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2018년 4분기에 인텔에 ‘반도체 왕좌’를 내준 이후 10분기 만이다.

10분기 만에 매출 세계 1위 재등극 #메모리값 상승세, 순위 유지 가능성 #“1000억 달러 돈싸움서 승자 갈릴 것” #중국 128단 낸드 양산, 추격 재시동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 2분기 삼성전자가 매출 197억 달러(약 22조7200억원)를 기록해 196억 달러를 번 인텔을 제쳤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DS) 부문 매출이 22조74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WSJ는 이를 달러로 환산해 인텔과 비교했다.

삼성·인텔 분기별 매출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삼성·인텔 분기별 매출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삼성의 반도체 1위 등극은 예견된 결과다. 지난 5월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부활과 함께 삼성전자가 2분기부터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선두주자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IC인사이츠가 전망한 2분기 매출은 삼성전자 185억 달러, 인텔 179억 달러였다. 비슷한 시기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역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할 것”이라며 “메모리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가 올해 인텔로부터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탈환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의 전망대로 삼성과 인텔 간 ‘왕좌의 게임’ 승부를 가른 건 ‘메모리 시황’이었다. 인텔은 PC 시대가 개막하면서 1993년 이후 줄곧 1위를 지켰다. 하지만 메모리 수퍼사이클(초호황)을 타고 삼성전자는 2017년 3분기에 분기 기준 첫 1위를 시작으로 그해 연간 매출 1위에 올랐다. 이후 5분기 연속 1위를 수성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침체하면서 2018년 4분기 다시 인텔에 왕좌를 내줬고, 인텔은 올 1분기까지 1위를 지켰다.

WSJ는 “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현 순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한다”고 전했다. 이 ‘당분간’의 시기 역시 메모리 시황이 가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가격은 전달 대비 7.89% 오른 4.1달러였다(트렌드포스). 이 제품 가격은 4월엔 26.67% 올랐지만 5~6월 가격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다만 트렌드포스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대형 고객사의 재고 증가 영향으로 4분기에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멈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하반기로 갈수록 반도체 피크아웃(고점 후 하락)과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선, 삼성과 인텔의 1위 다툼은 결국 ‘돈 싸움’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WSJ는 “향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과 인텔의 성패는 자금 동원 능력에 달렸고, 모두 1000억 달러(약 115조원) 이상 투자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두 회사가 투자를 놓고 쇼다운(Showdown·마지막 결전)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128단 3D 낸드플래시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고 대만 디지타임즈가 2일 보도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28단 적층형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가 2019년 8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2분기 각각 양산에 들어간 기술이다. 기술만 놓고 보면 중국과 한국의 격차가 기존 3~4년에서 1~2년으로 좁혀졌다는 얘기다. 3D 낸드는 평면 구조의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아 올린 것으로 층수(단수)가 높을수록 용량이 커진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YMTC가 128단 낸드 수율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데 적어도 1~2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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