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 "새벽에 불닭볶음면 먹었어요. 후회는 1도 없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2 17:08

업데이트 2021.08.02 18:01

도쿄올림픽 남자높이뛰기에서 한국신기록 2m35를 세우며 4위를 차지한 우상혁이 2일 올림픽선수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참석자들과 교환한 다양한 핀들을 보여주며 미소짓고 있다.[연합뉴스]

도쿄올림픽 남자높이뛰기에서 한국신기록 2m35를 세우며 4위를 차지한 우상혁이 2일 올림픽선수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참석자들과 교환한 다양한 핀들을 보여주며 미소짓고 있다.[연합뉴스]

“전광판을 보고 ‘이게 맞나’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곧바로 ‘승부에 승복 해야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빨리 인정하면 행복도 빨리 찾아 오는 거니까. 2m33㎝도 넘었고, 2m35㎝도 넘어서 한국신기록도 세웠고. 2m37㎝ 대기록에도 도전했고. 도전도 못했으면 모르겠지만, 후회는 1도 안 남았어요. 저처럼 4등이어도, 후회 안 남는 경기를 한다면 똑같은 마음이지 않을까요?”

도쿄올림픽 높이뛰기 4위 우상혁 인터뷰

도쿄올림픽 높이뛰기 4위에 오른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이 2일 도쿄올림픽 선수촌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상혁은 전날 2m35㎝를 넘어 한국신기록을 세웠지만 메달을 놓쳤다. ‘성공과 실패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이런 답을 내놓았다. 올림픽 자체를 즐긴 우상혁은 진정한 올림피언이었다.

-기억 남는 축하 메시지는.
“축하 메시지를 너무 많이 받았다. 뭔가 꿈인 것 같더라. 그래서 일일이 답변 못했다.”

-아직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나. 경기 후 라면 먹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다. 제 높이뛰기 영상을 봤는데, 뛰는 저조차도 잘 모르겠더라. 너무 행복하고 즐겁게 뛰었다. 도핑테스트를 하고 새벽에 들어와서 라면을 먹었다. 컵라면. 요즘 양념이 되지 않은 음식을 먹다 보니, 불닭볶음면을 먹었다.”

-인생 목표를 더 높이고 싶나.
“현재로서는 2m38㎝가 최종 목표다. 평생 도전하는 꿈의 기록이지만, 그 시간이 단축될거라는 걸 느꼈다. 그게 얼마 남지 않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높이뛰기에서는 자기 키보다 50㎝ 이상을 넘으면 ‘중력을 무시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마의 벽을 넘고 싶다.”

우상혁이 1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전에서 2.35m를 성공시키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우상혁이 1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전에서 2.35m를 성공시키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올림픽 참가자들과 핀을 많이 교환한 것 같다.
“21세에 리우올림픽에 출전했다. 첫 번째 올림픽은 즐기지 못했다. 예민해서 방에만 있었다. 나중에 보니 추억도 사진도 없더라. 내가 전세계 운동하는 사람들의 대축제에서 못 즐겼다는 자체가 후회하고 창피하더라. 이번에는 올림픽 경기장 돌아보고 오륜기 사진도 찍었다. 미국에서 훈련할 때 미국 육상 친구들이 항상 ‘레츠 고 우’라고 멘트를 해줬다. 여기서도 만나서 기를 받았다.”

-육상 100m 경기도 지켜봤더라.

“보려고 본 건 아니다. 내가 좋아하고 사연 많은 탐베리와 사진을 찍고 싶어서 기다렸다. 그런데 100m도 이탈리아 선수도 우승했다. 그래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오늘 컨디션은.
“역대급 최악이다. 힘을 다쓰자는 마인드로 나서서, 전신에 알이 배겨 있는 상태다. 경기를 3시간 가까이했다. 그래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뛰기 전에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원래 웃음이 많나, 긴장 풀려고 그런건가.
“원래 말이 많은 편이고, 떠드는 것을 좀 좋아한다. 높이뛰기하며 재미있게 하자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는데, 자연스럽게 밴 것 같다.”

-언제부터 자신감이 넘쳤나.
“처음부터 자신감이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 어느 순간 준비가 되고 나서 확신이 들었을 때 표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준비된 사람이 해야 자만이 아니다. 올림픽 무대에서 자신감을 드러내야 후회 없이 경기 할 수 있을 것 같고, 저한테 진짜 맞아 떨어진 것 같다.”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국군체육부대)이 1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선에서 마지막 시도 실패 후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국군체육부대)이 1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선에서 마지막 시도 실패 후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 시도 실패 후 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20대 초반 남성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인데, 군 입대를 앞둔 남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군입대를 앞둔 남성팬이라… 군대에 가면 생각할 시간도 많고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저도 많이 바뀌었다. 군대는 남자라면 누구나 가는 게 맞는 의무고, 저처럼 즐겁게 파이팅 넘치게 하면, 모든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뛰기 전에 입모양을 보니 ‘할 수 있다’, ‘올라간다’고 주문을 외우던데.
“‘올라간다’는 말의 경우 제가 그 높이에 올라가야 넘을 수 있는 자세가 취해지더라. 항상 ‘올라만 타자’고 생각하면, 걸리더라도 2차시기에 넘어설 확률이 생겨서 주문을 외운 것 같다. 그냥 힙하게 ‘점프 하이어’ 혼자 떠들었다. ‘투 써리 파이브(235)’, ‘투 써리 세븐(237)’ 계속 말을 해야 와닿고 넘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그냥 긍적적으로 생각하면, 저도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해서 여기까지 온거다. 아직까지 완성형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다. 계속 도전과 도전과 도전 속에 긍정을 싣는다면, 못 이기는게 없지 않을까. 사람이 쿨하게 떨어지면, 금방 잊고 다시 도전하면, 즐거움이 또 찾아오는것 같다. 전 지금까지 그렇게 느끼며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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