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분수대

생각의 자유

중앙일보

입력 2021.08.02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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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기헌 기자 중앙일보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언론의 자유는 자유의 가장 큰 방어벽 중 하나로 독재 정부 이외에는 이를 제한할 수 없다.”

언론의 자유를 처음으로 명기한 건 1776년 미국 버지니아주다. 1787년 미 연방 헌법 초안이 작성된 후 1791년 추가된 수정 헌법 1조에는 이런 정신이 배여있다.

“연방 의회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와 불만 사항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수정 헌법 1조는 강력한 국가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 수정 헌법이 권리장전(Bill of Rights)으로 불리는 이유다. 미국 언론인 앤서니 루이스는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에서 수정 헌법 1조의 역사를 살핀다. 그는 “수정 헌법 1조는 표현의 자유뿐만이 아니라 생각의 자유까지도 포괄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정 헌법 1조에 대한 해석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적었다. 물론 혐오 표현 등 언론의 자유를 무한대로 보장하자는 게 수정 헌법 1조를 제정한 취지는 아니다는 주장도 함께한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 책의 추천사에서 “대통령 등 공인에 대한 비판과 조롱, 체제에 대한 급진적 비판 등이 왜 허용되어야 하는지 (중략) 등에 대한 저자의 논지를 따라가다 보면 저자가 한국 사회를 대상으로 집필한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고 적었다. 최강욱 변호사는 “요즘 국민들은 위정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헤아려 정제된 발언과 집필을 해야 한다는 자기검열의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썼다.

더불어민주당이 8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위해 밀어붙이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200년 넘게 수정 헌법 1조에 대한 해석을 더하고 또 더하는 미국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여당의 입법 독주는 철학적 배경은 물론이고 법률적 정당성도 찾아볼 수 없다. 여당이 좋아하는 생각에만 자유를 허용하려는 걸까. 인터넷에 떠도는 가짜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는 정당도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대상 아닌가. 그렇다면 국고보조금의 1%를 배상액 하한선으로 지정하는 건 어떤가. 자기검열의 강박에서 벗어나 체제에 대한 급진적 비판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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