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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우 여성혐오 대변 논란 “안산 핵심은 남혐용어 쓴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올림픽 사상 첫 양궁 3관왕에 오른 국가대표 안산(20) 선수의 ‘숏컷’ 헤어스타일을 둘러싼 페미니즘 논란이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다.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이 “논란의 핵심은 ‘남혐(남성 혐오) 용어 사용’에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1일 더불어민주당 비판이 쏟아지면서다.

이낙연·이재명 “피해자에 원인 돌려” #진중권 “공당 대변인, 여혐 옹호 황당” #이준석 “대변인에게 지시 안 했다”

양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안 선수의 빛나는 성과와 땀방울은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에 있고 래디컬(급진적)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에 있다”며 “이걸 여성 전체에 대한 공격이나 여혐(여성 혐오)으로 치환하는 것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재미 봐왔던 ‘성역화’에 해당한다”고 적었다.

양 대변인의 언급은 일부 남성 커뮤니티에서 “과거 안 선수가 ‘웅앵웅’ ‘오조오억’ 같은 남혐 표현을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과 비슷하다. 말을 웅얼웅얼하는 모습을 표현한 ‘웅앵웅’이나 많은 수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오조오억’은 온라인 게시물에서 비롯돼 광고나 예능 프로그램 자막 등에 사용돼 왔으나, 최근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선 남성 비하 용어로 지칭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와 각 캠프는 1일 양 대변인 비판을 쏟아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안 선수를 향한 성차별적 공격과 터무니없는 괴롭힘을 비판해야 할 공당이 피해자에게 원인을 돌렸다”고 했다.

이재명 캠프 권지웅 부대변인은 “(양 대변인 글은) 안산 선수에 대한 온라인 폭력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으로 읽힐 만한 부분”이라며 “안 선수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혐오를 선수 탓으로 돌리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논평했다. 정세균 캠프 장경태 대변인도 “양 대변인이 안 선수 논란을 둘러싼 원인 제공이 안 선수에게 있다며 다시금 불을 지폈다”고 말했다.

전날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국민의힘이 아니라 남근의힘?”이라며 “공당의 대변인이 여성 혐오의 폭력을 저지른 이들을 옹호하고 변명하는 황당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공당의 젊은 대변인 글에서 매카시즘의 향기가 느껴지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했다.

여권의 공격은 이준석 대표도 함께 겨냥했다. “이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당의 뿌리를 독재에서 혐오로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고 싶은 것인가”(장경태 대변인), “국민의힘과 이 대표 역시 침묵만 할 게 아니라 이 같은 폭력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동참해야 한다”(권지웅 부대변인) 등이다. 여권에선 이 대표에게 이번 일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그간 남성 옹호 발언으로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를 얻었지 않았나. 그들의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다 끝내 선을 넘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전날 진 전 교수 게시물에 댓글로 “(내가) 대변인들에게 특정 의견을 주장하라는 지시는 안 한다”며 관련 여부에 선을 그었다. 진 전 교수가 사용한 ‘남근의힘’ 표현에 대해 “적당히 좀 하라. 페이스북 정지 또 먹겠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양 대변인 역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렇게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래디컬 페미니즘의 치부는 가리고 이상한 프레임으로 갈등만 키워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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