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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제덕 "저도 차분히 쏘고싶은데…성격 튀어 '빠이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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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올림픽은 이 선수의 외침으로 시작됐다.

가장 고요한 스포츠라 여겨졌던 양궁에서 가장 요란했던 그 선수. 김제덕을 한국으로 떠나던 날, 만났다.

열일곱, 고등학생이 맞이한 첫 올림픽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그는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 최고의 한 발로 ‘4강전 슛오프에서 쐈던 마지막 10점 화살’을 꼽았다.

출국 전 도쿄올림픽 선수촌 앞에서 만난 남자양궁 김제덕. 도쿄=박린 기자

출국 전 도쿄올림픽 선수촌 앞에서 만난 남자양궁 김제덕. 도쿄=박린 기자

경기마다 힘을 불어넣는 커다란 ‘파이팅’도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 마음에도 활기를 불어 넣었다. 그런데도 오히려 자신은 받은 것이 많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도 전했다.

축구 온두라스전 황의조의 ‘활쏘기 세리머니’를 따라해보면서 “황의조 선수 골을 넣어줘서 고맙고 화살 세리머니도 감동적이었다”고 말했고, 걸그룹 위키미키의 최유정에게는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사랑한다”며 하트를 날렸다.

무엇보다 “국민여러분의 응원 덕에 힘을 냈다”고, 지금 힘겨움이 닥칠지라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니 힘을 내달라”고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쳤다.

백신을 늦게 맞고 도쿄에 오는 바람에 한국에 가면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하는데, 그 기간 ”가장 먼저 순대국밥이 먹고싶고, 격리가 끝나면 할머니 목에 금메달 2개를 걸어드리고 싶다”는 바람도 털어놨다.

-대회 마친 소감은.
“많이 홀가분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껏 준비해왔던 노력, 땀과 여러가지 준비를 많이 해왔습니다. 이제 목표를 이뤘고 꿈에 한 발짝 나아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대회 최고의 한 발은?
“저는 남자단체전 일본과 4강전 때 슛오프 때가 제일 긴장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제일 신중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보람찬 한 발이었나.
“네. 10점을 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런데 부담감도 있었습니다. 그 활을 들기 전에는. 근데 활을 당기고 나서 슈팅을 하기 전에는 10점을 쏜다는 욕심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좀 더 차분히 자신 있던 슈팅만 하자’ 했고 운이 따라줬던 것 같습니다.”

양궁 남자 국가대표 김제덕 선수가 지난달 26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 결승전에서 금메달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양궁 남자 국가대표 김제덕 선수가 지난달 26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 결승전에서 금메달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도쿄올림픽에서 주목한 선수는.
“탁구 신유빈 선수. 동갑이기도 하고 계속 선수촌 들어와서 응원하면서 보고 있습니다.”

-축구에서 황의조의 양궁 세리머니가 화제였는데.
“황의조 선수가 화살 세리머니를 해주셨는데 감동이었습니다. 실시간으로는 못 봤습니다. 경기 끝나고 나서 하이라이트 영상을 봤는데 , ‘화살 세리머니’를 해주셨더라고요. 황의조 선수 대한민국에 골을 넣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아쉬움은 없습니다. 후련하고 후회 없이 쐈다고 생각합니다.”

-김제덕은 천재라고들 한다.
“저 자신이 저를 봤을 때 ‘천재나 재능있다’ 이건 아니고 노력을 하면서 즐겼던 것 같습니다. 제 자신이 재미있어하고 즐기면서 자신 있게. 천재는 아닙니다. 저도 처음에 활을 잡았을 때 잘 쏘진 못했습니다. 처음부터 잘 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아마 양궁을 하면서 노력을 하고 재미를 붙이면서, 시합에선 제 것을 보여주며 차근차근 쌓아갔던 것 같습니다.”

-노력과 즐김의 비율은.
“50대 50입니다.”

-내가 나에게 점수를 주자면 100점 만점에 몇 점.
“100점입니다. 제가 올림픽을 나오면서 꿈의 목표가 있었습니다.(남자 단체전 금메달) 근데 그 꿈의 목표에서 하나를 더 해서 다른 건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만족을 엄청 합니다.”

-훈련일지나 일기가 도움이 되는지.
“올림픽 나가기 전에 장문으로 올림픽에서 보완해야 하고 중요한 것, 또 올림픽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 이런 것을 적어뒀다가 올림픽 시합을 하기 전에 한 번씩 봤습니다.”

-마음을 가다듬을 때 스스로에게 하는 말은?
“욕심보다는 제 자신을 믿고 ‘즐기면서 쏴라’. 그냥 계속 즐기면서 쏘라고 제 자신한테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파이팅’은 긴장 이기기 위해서 외치나.

“네. 맞습니다. 저의 꿈이 일단 남자 단체전 금메달 따는 것이었는데 오진혁 선수나 김우진 선수 따라서 차분히 쐈으면 좋았겠죠. 제 성격이 많이 차분했다면. 그런데 차분해지진 않았고 제가 성격이 좀 방방 튀는 성격이어서. 차분해지기보다는 파이팅 크게 외치면서 그 경기 흐름을 즐기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안산이 화살이 화살을 가른 ‘로빈후드 화살’과, 선배들의 ‘렌즈를 깬 화살’ 중 무엇이 더 어렵나.
“모두 다 대단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회를 나가면서 로빈후드 화살을 쏴 본 적이 없습니다. 연습 할 때는 해봤는데 대회에서는 처음이었습니다, 저도 올림픽에서 처음이고 제가 7~8년 동안 시합에서 이런 화살은 또 처음입니다.”

출국 전 도쿄올림픽 선수촌 앞에서 만난 남자양궁 김제덕. 도쿄=박린 기자

출국 전 도쿄올림픽 선수촌 앞에서 만난 남자양궁 김제덕. 도쿄=박린 기자

-군면제, 아파트 청약 얘기까지도 나온다.
“끝나고 나니 그런 얘기를 듣고 나서 신기하더라고요. 군 면제고, 뭐 받고 그런 얘기가 참 신기했습니다.”

-자가격리 때 뭐 하고 싶은가.
“일단 한국에 가면 먹어보지 못했던 국밥을 한 그릇 먹어보고 싶습니다. 진천선수촌에 있으면서 선수촌 밥은 맛있고 영양가도 좋고 식단도 좋은데. 외부 음식 등 잘 먹어보지 못했던 그런 것을 좀 먹어보고 싶습니다. 특별히 순대국밥?”

-할머니께서 ‘제덕아. 개 밥주러 가자’고 인터뷰하신 것 보았는지.
“네. 봤는데 할머니가 예전에 키우던 개를 착각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다섯살 즈음 예천에 갔을 때 할머니가 키우시던 개가 있었거든요.할머니께서 요양병원에 계시고 제가 매일 가지 못했습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느라. 지금 이 상태만 유지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제 연세가 많으시고 회복력도 좋지 않아서 이 정도라도 유지해 주셨으면. 저를 알아보고 아빠 알아보고 가족들 알아보고 말씀하시고. 그 정도만 되면 저는 진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할머니 목에 금메달 걸어드리고 싶겠다.

“네. 할머니 목에 걸어드리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산소에 한 번 내려가고 싶습니다.”

-나에게 도쿄올림픽은? 다섯 글자로 표현해달라.
“한국 파이팅!”

-걸그룹 위키미키의 최유정을 좋아하던데.
“네. 최유정 누나, 도쿄올림픽 중계방송 보면서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손하트)

-지금 힘겨운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를 전해준다면?
“양궁은 마지막 화살을 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최선을 다 해주시고, 끝날 때까지 응원하면서 파이팅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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