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야구돋보기] 타선 전체가 풀스윙 일관…목적의식 갖고 타격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8.01 12:30

업데이트 2021.08.02 10:04

도쿄올림픽 야구 조별리그 이스라엘전(지난달 29일·6-5 승)과 미국전(지난달 31일·2-4 패)을 지켜보니, 한국 선수들은 좀더 절박해져야 할 것 같다.

올림픽 야구 조별리그 2경기에 4번 타자로 나선 강백호 [연합뉴스]

올림픽 야구 조별리그 2경기에 4번 타자로 나선 강백호 [연합뉴스]

이스라엘전 선발 원태인은 초반 스타트가 괜찮았다. 다만 3회 1사 2루에서 이언 킨슬러에게 초구 카운트볼을 너무 쉽게 던지다 홈런을 맞은 게 아쉬웠다. 1루가 비어 있었고, 상대가 베테랑 타자라는 점에서 볼카운트 싸움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타자의 특성을 고려하는 투구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불펜으로 나온 최원준과 조상우는 경기 중후반 5이닝을 2실점으로 선방했다고 본다. 마무리 오승환은 9회 동점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연장 승부치기에서 주자 2명을 두고 3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면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킨슬러 타석에서 선택한 마지막 몸쪽 승부는 베스트였다. 4회의 적절한 투수 교체 타이밍과 마지막에 오승환을 내보낸  벤치의 결정이 승리에 큰 힘이 됐다고 본다.

공격에서는 하위 타선에서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을 기록한 오지환이 타선의 리더 역할을 했다. 반면 중심 타자들은 모두 스윙이 너무 컸다. 국내 리그에서도 잘 볼 수 없던 스윙을 하더라. 경기장(요코하마 스타디움) 펜스까지 거리가 가까우니 욕심이 앞섰던 것 같은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미국전은 3회까지 고영표-양의지 배터리가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한 절묘한 볼배합으로 상대 타자들을 잘 묶었다. 고영표는 좋은 공을 던졌고, 미국 투수들이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하는 듯했다. 5회 등판해서도 두 타자를 잘 잡았다. 다만 2사 후 이스라엘전의 원태인처럼 상대 노림수에 당해 초구 홈런을 허용한 게 아쉽다. 그 후 고우석이 나와 추가로 적시타를 맞으면서 경기가 좀 어렵게 풀린 것 같다.

투수는 상대 타자 유형과 볼카운트에 따라 카운트구, 유인구, 승부구 등 공마다 다른 목적 의식을 갖고 던져야 한다. 큰 경기에선 경기 중반 이후 장타로 실점하면 흐름이 확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국제대회 경험이 없는 투수들이 계속 나오면서도 4실점으로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타자들이다. 각 타순에는 그에 맞는 역할이 있다. 하지만 한국 타자들은 미국전에서도 모두 큰 스윙으로 일관했다. 삼진 14개가 그 결과다. 미국 투수들의 구위나 다양한 구종을 볼 때, 그렇게 큰 스윙으로는 좋은 타구를 만들기가 어렵다.

득점은 '연결성'이 중요하다. 출루가 선행돼야 득점이 이뤄진다. 모든 타자들이 출루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4로 끌려가던 8회를 1번 타순부터 시작했는데, 리드오프 박해민이 상대 왼손 투수의 초구 몸쪽 높은 볼을 쳐서 파울을 만들었다. 3점 지고 있는 경기 후반엔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게 '출루'다. 목적 의식이 있었다면 초구 볼을 타격하진 않았을 거다.

타자들은 앞으로 공격 패턴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히팅존을 좁히고,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기습번트나 볼넷 등으로 일단 출루하는 것도 공격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미국전이 쉽게 풀리지 않자 분위기가 가라앉은 한국 더그아웃 [연합뉴스]

미국전이 쉽게 풀리지 않자 분위기가 가라앉은 한국 더그아웃 [연합뉴스]

미국은 한국대표팀 분석을 많이 하고 나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프트도 준비했고, 포수가 앉는 것만 봐도 한국 타자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 미국 포수는 위로는 하이패스트볼, 아래로는 체인지업을 잘 활용하면서 영리한 볼배합으로 한국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했다.

한국도 강민호, 양의지가 이스라엘과 미국의 경험 많은 타자들을 상대로 젊은 투수들을 잘 리드했다고 본다. 다만 타자들이 하이패스트볼에도, 바운드볼에도 풀스윙으로 일관하면서 초점 없는 타격을 했다.

1일 맞붙는 도미니카공화국은 불펜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초반에 실점을 많이 하지 않고 팽팽하게 버티면, 중반 이후 공격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한국 선수들이 앞으로 매 경기 한국시리즈 7차전이라는 간절함을 갖고 경기를 한다면, 한국 야구대표팀 특유의 끈질긴 저력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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