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지요] 감기·식욕억제약 성분 출혈성 뇌졸중 유발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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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A(염산페닐프로판올아민)를 아시나요?

이 성분은 감기약.비염 치료약.식욕억제약(다이어트 약) 등에 들어있는 교감신경 흥분제입니다. 최근 이 성분이 의약계에서 논란거리가 된 것은 젊은층에서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1969년부터 91년까지 발생한 출혈성 뇌졸중 22건 가운데 식욕억제약에 의한 경우가 16건, 감기약에 의한 경우가 6건이었습니다. 이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27세였고 여성이 훨씬 많았다는군요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박병주 교수). 그 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PPA가 포함된 의약품 판매를 중지하도록 제약회사에 요청했습니다(2000년 11월 6일) .

일본의 다케다약품공업은 지난해 93억엔의 매출을 기록한 PPA 함유 종합감기약과 비염 치료제(상품명 벤자블록)의 제조.판매를 중지한다고 최근 발표했어요.

국내 의약품 중엔 유명 감기약과 푸링가올 등 식욕억제약에 PPA가 들어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FDA 조치 후 곧 바로 국내 제약.수입업체에 대해 PPA 함유 의약품의 제조.수입.판매 중지를 요청했지요. 2001년엔 PPA를 식욕억제약에 쓸 수 없게 했고, PPA의 하루 최대 복용량이 1백㎎을 초과하는 의약품의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국내에서도 PPA로 인한 뇌출혈 환자의 발생이 보고됐습니다(대한신경과학회지 2001년 19호). 발병 당시 36세이던 여성 환자는 PPA가 75㎎ 든 식욕억제약을 매일 한알씩 10일간 복용했고, 수년간 하루 10여 잔의 커피를 마셔왔다고 합니다.

최근엔 의사협회 등이 PPA 함유 의약품을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전문약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약품 당국은 PPA 함유 의약품의 전문약 전환은 아직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PPA에 대해 듣고 보니 감기약 복용하기가 겁나신다고요?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일본 다케다약품공업은 뇌졸중 등 부작용은 약을 부적절하게 사용할 때 일어날 수 있고, 발생 빈도가 낮기 때문에 이미 출시한 약을 회수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심장병 환자와 뇌출혈 경험이 있다면 PPA 함유 감기약을 멀리 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또 건강한 사람도 PPA를 하루 1백㎎ 복용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PPA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성분으로 알려진 황산슈도에페드린(PSE) 함유 감기약을 구입하는 것도 권할 만합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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