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통신선과 별개"라더니…통일부 "한·미 훈련 연기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7.30 14:58

업데이트 2021.07.30 15:12

북한이 강하게 반발해온 한ㆍ미 연합훈련에 대해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다음달 훈련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7일 남북 통신선 재개를 통해 마련된 대화 분위기를 한ㆍ미가 함께 살려 나가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앞서 청와대는 두 사안은 별개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1차 조선인민군 지휘관·정치일꾼 강습회를 주재했다고 30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1차 조선인민군 지휘관·정치일꾼 강습회를 주재했다고 30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30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다음달 한ㆍ미 연합훈련 연기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매우 걱정스러운 가운데 무리해서 훈련을 실시하지 말고 연기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꼭 필요하면 적절한 시점에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ㆍ미 전작권 전환 등 국방 당국 간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고위당국자 "다음달 훈련 연기 바람직"
"남북 간 논의할 30개 의제 목록화"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훈련을 연기한 뒤 대북 관여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이 한ㆍ미 공조를 통해 대북 관여를 본격화 할 수 있는 적기"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ㆍ미동맹에서 이 기회를 살려내는 것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비핵화 협상에 있어서 매우 유익한 성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남북 통신선 복원 당일인 지난 27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통신선 복원과 한ㆍ미 연합훈련은 무관한 사안"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이날 통일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은 정부가 한ㆍ미 연합훈련 취소 혹은 연기를 통해 남북 및 북ㆍ미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ㆍ미 연합훈련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북한과 대화 분위기를 고려해 연기 혹은 축소된 바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면서 축소 진행됐다. 다만 북한은 규모 축소가 아닌 전면 연기 혹은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연합훈련 중단을 남북 관계 개선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남북이 13개월 만에 통신연락선을 재가동한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우리측 연락대표가 북측 연락대표와 통화하기 위해 호출 버튼을 누르고 있다. 통일부. 뉴스1.

남북이 13개월 만에 통신연락선을 재가동한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우리측 연락대표가 북측 연락대표와 통화하기 위해 호출 버튼을 누르고 있다. 통일부. 뉴스1.

한편 남북 통신선 복원에 따라 대북 백신 지원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 안에선 아직 검토한 바 없다"면서도 "한국 국민의 집단 면역 형성 여부와 백신 지원에 대한 북측 의사를 고려해 때가 되면 논의 의제로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과 '방역'을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방역 장비와 방역 시스템 관련한 일을 선행하고, 백신 지원 문제는 또 서로 여건이 맞을 때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통일부는 남북 통신선 복원에 따라 향후 논의 의제로 올릴만한 안건 약 30개를 1차로 선별해 목록으로 정리 중이라고 한다. 9월 추석 계기 남북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재가동 등이 검토 가능한데, 이를 향후 북측과 교환해 서로의 우선순위를 확인하고 논의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4차 남북 정상 회담 개최와 관련해선 "현재로선 논의된 바 없다"면서도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지난 24~27일 평양에서 사상 첫 군 지휘관, 정치간부 강습회를 진행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지도했다고 30일 북한 매체가 보도한 데 대해선 "이전에 비해 절제돼 있다" 평가했다. 다만 북한군 건군 이후 최초의 강습회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전례와 비교해서 내린 평가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한 "절제됐다"고 평가한 근거에 대해서도 "(북측이) 핵도 그렇고, 미사일도 그렇고, 어떤 나라를 특정하지도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27일 오후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활용해 시험 팩스를 발송하고 있다. 국방부. 연합뉴스.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27일 오후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활용해 시험 팩스를 발송하고 있다. 국방부. 연합뉴스.

이 당국자는 30일을 기해 시작된 대북 인도지원 물자 반출에 대해선 "현재 20건 가까이 신청돼있다"며 "승인이 밀려있다보니, 민간단체에서도 승인 요청을 하고 싶어도 안한 점을 생각하면 꽤 많은 건수가 밀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승인 절차를 밟아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간단체의 대북 물자 반출은 지난해 9월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이후 잠정 중단됐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인도협력 목적의 물자 반출 두 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피격 사건 이후 10개월만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측에선 피격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동조사나 진상규명 요구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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