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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1260배 많다는 델타…접종목표 80~90%로 올리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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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델타 변이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사람 간 전파가 쉬워 접종하지 않은 이들의 감염과 입원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델타 팬데믹, 앞으로 두달 고비 #"위험 높아졌는데, 무기는 비슷한 상황"

26일 영국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내용 중 일부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병원성이 더 강한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 어떤 변이보다 전파력이 세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20년 경험상 가장 전염성이 강한 호흡기 바이러스”라고 말했을 정도다. 최근 중국 연구진에 따르면 델타 변이에 감염된 환자의 몸속에서 기존 바이러스 감염자보다 최대 1260배 많은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한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증식 속도가 빨라 감염 4일 만에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도 밝혔다. 잠복기가 짧다는 얘기다. 놀라운 전파력의 근거가 되는 것들이라 할 수 있다.

29일 대전 서구 도안초등학교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을 분주히 검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9일 대전 서구 도안초등학교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을 분주히 검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런 델타 변이가 국내에서도 우세종으로 자리 잡아 델타 팬데믹이 현실이 됐다. 감염자 절반에서 델타 변이가 확인되는데 “곧 70~80%로 높아질 수 있는 상황”(26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이다. 미국에서도 최근 50%대였던 델타 감염 비율이 2주 만에 80%대로 올랐다. 델타 확산 속도를 제어할 묘책은 별로 없다. 29일 방대본 브리핑에서 박영준 역학조사팀장은 “감염 위험성이 기존보다 높아졌지만, 감염병에 대응할 무기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리는 싸움”이라고 토로했다.

원칙은 방역을 강화하면서 접종률을 올리는 것인데 방역은 현행 거리두기 체계 내에서 최고 수위의 강수를 뒀음에도 잘 먹히지 않고 있다. 기존 거리두기보다 성긴 부분이 있어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접종은 정체 상태를 유지하다, 최근 55~59세 접종이 시작되면서 본격 속도가 붙기 시작했지만 갈 길이 멀다. 29일 기준 1차 접종률은 35.8%, 접종 완료율은 13.7%이다. 1차 접종만으로 델타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는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AZ) 모두 30%대라고 밝힌 영국 연구를 근거로 “사실상 87%는 델타 변이에 취약한 상태”(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라는 지적이 있다. 결국 5~6월 1차 접종한 60~74세와 지난 26일부터 접종을 시작한 50대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해 어느 정도 방어력이 생길 9월 말 정도까지 두 달 여간이 고비인 셈이다. 1차 접종조차 일러야 8월 말에나 할 수 있는 18~49세는 무방비 상태로 더 오래 버텨야 한다. 최근 위중증 환자 20% 이상이 20~40대다.

28일 부산 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에 검사를 받으려는 많은 시민들이 길게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28일 부산 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에 검사를 받으려는 많은 시민들이 길게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23일 영국 보건당국(PHE) 발표에 따르면 델타로 입원한 3692명을 분석했더니 58.3%는 미접종자(완전 접종자 22.8%)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미접종자가 중증 환자의 97%를 차지한다. 지금의 코로나 위기는 미접종자에 해당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델타가 확산하는 상태에서 2차례 접종해야 백신의 완전한 효과를 보기 때문에 2차 시기를 최대한 당기는 것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덜하고 인명 피해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델타 상황을 고려해 완전 접종률을 80~9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기존 코로나바이러스 전파력을 근거로 집단면역에 필요한 면역 비율을 70% 수준으로 잡아왔는데 목표치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방역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델타 전파력이 너무 강하다. 접종률 목표를 70%에서 80~90%로 올려야 한다. 특히 고위험군은 90% 이상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60~74세 1차 접종률은 평균 83% 수준이다. 75세 이상은 84.5% 가량 접종을 완료한 상태다.
앤소니 파우치(Anthony Fauci) 미국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장은 올 초부터 코로나19 집단면역을 위한 접종률을 90%까지 올려야 할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전파력이 센 홍역의 집단면역 기준(90% 접종률)에 근접해야 한다고도 했다. 기존 코로나19보다 훨씬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출현하면서 파우치의 전망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정재훈 교수는 “성인 인구에 대해선 100%를 목표로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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