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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분기 예상 못미친 6.5% 성장…Fed, 테이퍼링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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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 뉴욕 증권거래소에 2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회견이 중계되고 있다. Fed는 이날 금리를 동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뉴욕 증권거래소에 2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회견이 중계되고 있다. Fed는 이날 금리를 동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목표를 향한 경제의 진전(progress)이 있었다.”

성장률 속보치, 1분기 6.4%서 횡보 #둔화속도 빨라 ‘파티 끝’ 위기감 커져 #파월은 “경제 목표에 진전 있었다” #제로금리 동결, ‘신중한 긴축’ 시사

28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정책금리를 연 0~0.25%로 동결했다. 시장은 ‘제로(0)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 유지 결정보다 이날 FOMC 성명에 담긴 이 한 문장에 주목했다.

완전 고용, 물가 안정이란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선 만큼, 달러를 푸는 속도를 줄여 갈(테이퍼링) 수 있다는 의미여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아직 갈 길이 남았다”고 전제했지만 테이퍼링 시점과 속도, 방법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있다는 점을 처음 언급했다. 테이퍼링은 기준 금리 인상에 앞서 Fed가 쓸 수 있는 통화정책 전환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우선 조건인 완전 고용까지는 아직 먼 만큼, ‘신중한 긴축’에 나설 뜻임을 시사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어졌던 ‘유동성 파티’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신호다.

FOMC 정례회의의 금리 동결은 의원 만장일치 찬성으로 결정됐다.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이후 1년 넘게 이어온 동결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매달 국채 8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400억 달러 등 매달 1200억 달러(약 138조원)씩의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조치도 변동이 없다. 이는 예상된 행보였다.

美 경제 성장률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美 경제 성장률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시장이 주목한 건 경제 상황에 대한 Fed의 시각이다. Fed는 성명을 통해 “지난해 12월 FOMC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를 향해 상당한 추가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자산을 매입하겠다고 했다”며 “팬데믹 우려에도 경제는 계속 나아지고 있으며, 목표를 향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테이퍼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일정 기간 2% 이상의 물가 인상과 완전 고용 달성이란 목표에 한발 다가갔다고 평가한 것이다. Fed는 그러면서 “향후 회의에서 진전 정도를 계속 평가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테이퍼링 논의가 이어질 것을 예고했다.

외신과 전문가는 이번 발표를 두고 “Fed의 테이퍼링 시계가 움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PNC파이낸셜그룹의 거스 파우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 CNBC 방송에 “Fed가 테이퍼링을 향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이퍼링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경제가 계속 회복한다면 머지않아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겠다고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의 성장 속도에 제동이 걸렸다. FOMC가 열린 다음날인 2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5%(속보치·전 분기 대비 연율)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33.4%) 이후 4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시장 전망치(8~9.1%)에는 크게 밑돌았다. 상무부는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족쇄에서 벗어났지만 (경제가 회복하려면) 아직 할 일이 더 많다”고 평가했다.

파월 “테이퍼링 시점은 추후 지표에 달렸다” 여지 남겨

사실 시장에선 미국 경제가 2분기에 ’반짝 성장‘의 정점을 찍고 3분기부터 성장률이 둔화한다고 봤다. 하지만 둔화 속도는 시장 예상보다 더 빨랐다. 유명 금융·시장 전문 블로거인 ’제로 헤지‘가 지난 26일 말한 “파티가 끝나간다”는 경고가 더 앞당겨진 것이다.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느려진 건 성장 동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야당인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미 의회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성장의 윤곽은 향후 재정 정책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 순풍은 점점 작아질 것이고, 내년 이맘때쯤 멈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테이퍼링이 초읽기에 들어간 걸까.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톤 조절‘을 했다.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 관련 논의는 했지만 일정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며 “시점은 추후 나오는 지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특히 “(테이퍼링의 전제 조건으로 거론했던) 경제의 실질적인 추가 진전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강조했다. 콕 찍어 고용 지표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강한 고용 수치를 보기를 원한다”며 “완전 고용을 위한 진전을 이루는 데는 다소 떨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향후 몇 달간 Fed 목표치보다 높을 것”이라면서도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런 발언은 테이퍼링은 조만간 할 것이지만, 금융시장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충분한 소통을 하며 신중하게 할 것이란 뜻으로 해석됐다. 회계법인 그랜트 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지금 당장은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싶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영향에 대해 파월 의장은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며 “백신 접종 확대와 근무 환경 적응이 팬데믹의 경제적인 충격을 낮출 것이기에 델타 변이 확산은 경제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미국 경제 회복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러스 재확산으로 다시 실물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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