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수영 왕자 된 ‘괴물’ 황선우

중앙일보

입력 2021.07.3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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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황선우가 29일 도쿄올림픽 경영 남자 100m 자유형 결승에서 역영하고 있다. [뉴시스]

황선우가 29일 도쿄올림픽 경영 남자 100m 자유형 결승에서 역영하고 있다. [뉴시스]

‘수영 괴물’ 황선우(18·서울체고)가 아시아 선수에게 불가능의 영역 같았던 자유형 100m에서 선전했다.

올림픽 자유형 100m 결승서 5위
1952년 스즈키 이후 최고 성적
기초체력 달리고, 폐활량도 평범
폭발적 순발력·까치발 킥 장점

황선우는 28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경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7초82로 5위를 기록했다.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지만, 1952년 헬싱키 대회에서 이 종목 은메달을 딴 스즈키 히로시(일본) 이후 아시아 최고 성적을 올렸다.

지금까지 자유형 100m는 아시아 선수와 거리가 먼 레이스였다. 수영계 인사들도 황선우에게 “메달에 가장 근접한 종목인 200m에 전념하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아시아 선수는 100m가 안 된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 오기가 생긴다”고 했다. 그는 28일 준결승에서 47초56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

이 종목 금메달을 딴 케일럽 드레슬(25·미국)은 “황선우는 내가 18세였을 때보다 빠르다”며 놀라워했다. 경기 후 황선우는 “온 힘을 다하자는 생각이었다.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멋진 선수들과 레이스를 펼쳐 영광이었다”고 했다.

황선우의 레이스는 고정관념과의 싸움이었다. 그는 “물 밖에선 달리기도 느리고 축구도 못한다. 또 기초 체력이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전동현 서울체고 코치는 “선우는 운동장을 다섯 바퀴 정도 뛰면 지친다. 수영도 5000m 하라고 하면 절반쯤 하다 체력이 소진된다. 대표팀 훈련량을 따라가느라 고생했다”고 전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 박태환(32)의 폐활량은 7000㏄로 일반인(3000~4000cc)의 두 배 정도였다. 황선우의 폐활량은 일반인 수준이다.

황선우는 전담팀과 해외 전지훈련 없이 아시아 최고가 됐다. 박태환은 어렸을 때부터 노민상 전 대표팀 감독과 함께 훈련했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는 트레이너, 치료사, 훈련 파트너 등이 있는 전담팀을 꾸렸다. 이후에는 마이클 볼(호주) 코치를 비롯해 유명한 해외 지도자를 섭외했다.

황선우는 서울체고 수영부원 30여 명과 같이 훈련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대표 상비군에서, 올해 대표팀에서 동료들과 늘 함께다. 해외 대회 출전은 2018년 호주 맥도널드 퀸즐랜드 챔피언십이 유일했다. 2019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선 계영에만 나갔다.

특장점이 없어 보이는 황선우는 타고난 재능을 잘 살렸다. 우선 물 타는 능력이 탁월하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수영을 시작할 때부터 한쪽 스트로크에 힘을 더 실어주는 로핑 영법(loping stroke)을 구사했다. 체력 소모는 크지만, 순간적으로 힘을 쓰는 단거리 선수에게 적합한 영법이다.

순발력도 뛰어나다. 결승전에서 그의 출발 반응 속도는 0.58초로 드레슬(0.60초)보다 빨랐다. 황선우는 “민첩성이 있다. 반응 속도가 좋은 건 레이스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또 발목이 굉장히 유연하다. 황성태 국가대표 이하 우수선수 경영 전임감독은 “발레 선수들이 과도하게 발목을 꺾어 까치발을 하는 것처럼, 황선우 발목도 그렇게 꺾인다. 그 자세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발목이 유연하면 킥을 찰 때 저항을 줄여 더 빠르게 수영할 수 있다.

경기 후 황선우는 “(제2의 박태환으로 많이 불리지만) 황선우라는 이름을 기억해주시면 더 좋겠다. 만나고 싶은 아이돌은 ITZY”라며 밝게 웃었다. 씩씩한 열여덟 살 황선우의 스트로크는 이제 시작이다. 성장이 끝나면 근력을 더 키울 수 있다. 앞으로 많은 국제대회를 경험할 수도 있다. 자유형 100m 터치패드를 멋지게 찍은 그는 새로운 출발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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