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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는 죽은 사람이었다, 수상한 물건 거래 알고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개발지역 부동산 특별조사단 조사사례. 국세청

개발지역 부동산 특별조사단 조사사례. 국세청

제조·판매 업체를 운영하는 A씨. 원래 직접 하던 거래처 거래를 아들이 대표로 있는 특수관계법인 B를 통해 하도록 방식을 바꿨다. 아들은 단지 아버지 회사 거래에 끼면서 일종의 ‘통행세’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챙겼다. A씨는 심지어 실제 근무하지도 않은 며느리에게 회삿돈으로 월급도 챙겨줬다. 또 법인 명의로 수십억원 상당의 신도시 개발지역 토지도 샀다.

세금을 피해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편법 증여로 자산을 불리는 이른바 ‘부모 찬스’가 부동산 탈세 조사과정에서 다수 적발됐다.

29일 국세청 ‘개발지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특별조사단)’은 44개 대규모 개발지역 탈세 의심자료를 정밀 분석해 탈세 혐의자 374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국 약 200명 조사 요원으로 구성한 특별조사단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 지난 3월 처음 출범했다. 지난 4월 3기 신도시 예정지 6개에 대한 1차 조사(165명)를 시작으로 지난 5월 2차 조사(289명)에서는 전국 44개 대규모 택지 및 산업단지 개발지역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현재 1차 대상 중 94명에 대한 조사가 끝났고, 나머지 대상은 계속 조사 중이다.

29일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브리핑을 가지고 '개발지역 부동산탈세 특별조사단' 3차 세무조사 착수 계획을 밝히고 있다. 국세청

29일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브리핑을 가지고 '개발지역 부동산탈세 특별조사단' 3차 세무조사 착수 계획을 밝히고 있다. 국세청

이번 3차 조사도 44개 개발지역을 대상으로 했다. 세무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크게 ▶편법증여(225명) ▶탈세 자금으로 부동산 취득 법인(28개) ▶법인 자금 유출(28명) ▶탈세 혐의 개발 및 부동산 업체(42명) 4부류로 나뉜다. 여기에 경찰청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수사과정에서 적발한 사례(51명)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과거 조사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가장 많은 탈세 의심사례는 편법증여였다. 주로 소득이 없는 부인과 자녀에게 증여해 이를 부동산 취득 자금으로 쓴 사례가 많았다.

개발지역 부동산 특별조사단 조사사례. 국세청

개발지역 부동산 특별조사단 조사사례. 국세청

C씨와 그 자녀는 앞으로 땅값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말에 최근 개발지역 소재 토지 및 상가 등 수십억원의 부동산을 구매했다. 하지만 C씨와 그 자녀는 신고 소득이 거의 없었다. 세무당국은 오랜 기간 부동산 임대와 도소매업을 한 자산가인 C씨 남편이 부동산 자금을 편법 증여해 준 것으로 보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부동산 취득 과정뿐 아니라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도 탈세 혐의를 포착했다. 특히 이들은 '페이퍼 컴퍼니'까지 동원해 회삿돈을 빼돌려 세금을 피하려고 했다.

D법인은 아파트 분양사업 과정에서 또 다른 법인 E에게 토지용역비 수십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검증 결과 E법인은 D법인과 사업장 소재지도 같은 사실상 쌍둥이 ‘페이퍼 컴퍼니’였다. 국세청은 E법인에게 준 용역대금이 다시 D법인 사주와 임직원에게 유출됐을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특별조사단의 1·2차 세무조사 중 실제 추징 사례도 나왔다. 세무검증 과정에서 나왔던 대로 회삿돈을 빼돌려 부동산 등을 구매한 사례가 실제로 다수 확인됐다.

개발지역 부동산 특별조사단 조사사례. 국세청

개발지역 부동산 특별조사단 조사사례. 국세청

재생업체를 운영하는 F씨 원재료를 외부에서 구입해 이를 가공 판매한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 결과 F씨가 원재료를 샀다고 신고한 곳의 대표는 이미 사망했거나 거리가 너무 먼 곳에 살고 있어 거래가 불가능했다. 심지어 F씨는 회사 이름으로 은행 대출을 받아 이를 자기 아들에게 무상으로 빌려줬다. 또 법인 명의로 땅값 급등 지역 토지를 산 뒤 자신의 개인 사업에 공짜로 이용했다. 국세청은 탈루소득 수십억원을 적발해 법인세 등 수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개발지역 부동산 특별조사단 조사사례. 국세청

개발지역 부동산 특별조사단 조사사례. 국세청

LH로부터 아파트 입주권을 따내기 위해 보상 시기에 맞춰 연립주택을 지은 건설업체와 주주도 적발했다. 이들은 택지개발정보를 미리 입수한 후 단기간에 주택을 날림으로 신축한 뒤 이를 사주와 주주에게 저가 분양했다. 사주와 주주는 실제 LH에게 입주권까지 받았다. 국세청은 이들에게 법인세와 소득세 등 수억원 세금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 탈세 행위에 행정력을 더 집중해 더욱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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