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텍스 주변 개발 호재”…1000명에 지분 팔아 416억 차익

중앙일보

입력 2021.07.29 11:24

업데이트 2021.07.29 11:29

경기북부경찰청 전경. 경기북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전경. 경기북부경찰청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주변에 GTX 등 개발 호재가 있다.”
“GTX 역사 개발,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 방송영상밸리 설립 등 호재가 많은 지역이다.”

기획부동산 영업사원이나 텔레마케터의 달콤한 이런 말에 현혹돼 1000여 명이 비싼 돈을 주고 땅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주장한 호재는 지어낸 얘기가 아니었지만, 이들이 판 땅은 전부 농지여서 실제 개발 이익이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기획부동산 일당은 이에 앞서 땅을 수년간 매입하고 이른바 ‘지분 쪼개기’ 방식을 통해 작은 규모로 나눠 되팔았다. 400억 원대의 차익을 얻은 이 기업형 기획부동산 일당 30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1023명에게 지분 팔아 416억원 차익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특별수사대는 기획부동산 운영자 A씨(48)와 영업사장 B씨(51)를 농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범행에 가담한 임직원 2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3년 3월 서울 강남구에 ‘부동산 매매업’ 목적의 법인을 설립했다. 이어 최근까지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주변 농지 29필지(6만7747㎡)를 여러 차례에 걸쳐 163억원에 매입했다. 이어 1023명에게 되팔아 약 416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범행 개요도. 경기북부경찰청

범행 개요도. 경기북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기획부동산 일당 30명…2명 구속  

조사결과 163억원의 농지 매입 자금의 70∼80%를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았다. 경찰은 400억 원대 차익 중 대출금과 사무실 운영비, 인건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을 A씨와 B씨가 나누어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2년마다 속칭 ‘바지사장’을 바꿔가며 A씨와 B씨의 존재를 외부에 숨겼다. 물건지 선정부터 개발 호재 자료 수집까지 철저히 하는 등 방법으로 조직적이고 기업화된 기획부동산 운영체계를 갖추고 영업했다.

특히 농사를 지을 것처럼 농업경영계획서 등을 제출해 관계 당국을 속였다. 일반법인 명의로는 농지를 취득할 수 없다는 규정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는 식으로 농지를 사들였다. 이어 취득한 농지는 최소 수개월 이내에 공유 지분 형태로 일반인에게 되팔았다. 실제 4000㎡ 규모의 한 필지는 일반인 65명에게 지분을 쪼개 팔았다.

임경호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대장은 “경찰은 더는 농지가 부동산 투기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조직적이고 기업화된 기획부동산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아파트 불법전매, 부정청약, 시세조작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지 부동산 투기도 수익 몰수보전 대상에 포함돼야”  

경찰은 농지 부동산 투기의 수익이 몰수보전 대상에 포함되도록 법 개정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등 특별법’에 농지법 위반 범죄가 ‘특정범죄’로 규정돼 있지 않아 이들의 범죄 수익은 몰수보전 대상이 아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농지를 공유지분으로 매입하면 경계 표시가 없어 농사를 짓기 어렵고 다시 파는 것에도 지분 공유자 모두가 동의해야 하는 등의 제약이 있어 결국 휴경지가 되기 쉽다”며 “이 경우 행정 관청에서 농지 처분 명령을 내리게 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도 있는 만큼 반드시 매입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 3월 29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전철역 예정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포천시청 공무원 A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29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전철역 예정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포천시청 공무원 A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북부경찰청, 3월 이후 부동산 투기사범 210명 검거  

지난 3월 출범한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이들을 포함해 210명(22건)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7호선 연장선 역사 예정 부지에 40억 원대의 부동산을 사들여 구속된 포천시청 공무원 등 공무원 9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 직원 1명, 기획부동산·영농법인 임직원 42명, 고양 창릉지구·남양주 왕숙지구 등에 투기한 일반인 158명 등이다. 또 경찰은 기초의원과 LH 전 직원 등 57명(24건)에 대해 내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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