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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출발 하루지연’ 배상소송서 승객들 패소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대한항공 항공기 [연합뉴스]

대한항공 항공기 [연합뉴스]

기체 결함으로 출발이 하루 지연된 항공편 탑승객들이 항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단독 박강민 판사는 대한항공 승객 72명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각 90만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문제의 항공기는 2018년 10월 19일 저녁 7시 40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을 출발해 다음 날 낮 12시 55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출발 30분 전쯤 기체 점검을 하던 중 조종실 창문 온도를 제어하는 컴퓨터 장치에 결함 메시지가 나타났다.

항공사는 저녁 8시 30분쯤 약 350명의 승객에게 항공기 출발이 다음 날 오후 5시로 미뤄졌다고 공지했다. 결국 승객들은 하루를 독일에서 더 보내며 20일 오후 5시 10분 독일에서 출발해 21일 오전 10시 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후 승객 중 일부는 “대한항공이 항공기 정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일어났고, 지연 출발로 업무에 지장이 생기는 등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각 90만원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원 "대한항공 책임 면제 인정"    

국가와 국가를 오가는 항공기와 관련해서는 여러 국가가 합의해 따르는 협약이 있다. ‘국제항공운송에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이다. 이 협약 19조는 “운송인은 승객·수화물 또는 화물의 항공 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런데도 운송인 본인, 그 고용인 또는 대리인이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 했다면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정한다.

법원은 우리나라와 독일이 모두 이 협약 가입국이기 때문에 이 협약이 국내법에 우선해서 적용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쟁점은 “대한항공에 이 협약 19조에 따른 면책사유가 존재하느냐”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항공기 제작사가 제공한 매뉴얼에 따라 정비를 했는데도, 결함이 발생했다면 항공사는 연착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해당 장치는 컴퓨터 장치로 제조사만 내부를 열고 점검할 수 있고, 따로 정비대상으로 지정돼 있지는 않았다.

기체 결함이 발생한 뒤 대한항공측은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체 부품을 구해보려 했다. 그런데 해외 공항의 부품 수급 사정이 좋지 않아 구할 수 없게 되자, 인천공항에서 화물기에 부품을 실어 보낸 뒤 교체하는 것이 가장 빠르겠다고 판단했다.

승객들에게는 식사와 숙박비, 교통비를 제공했다. 또 연결편 관련 비용 및 전자우대할인권을 제공해 총 8400만원가량의 비용이 추가로 들었다.

법원은 이런 점들을 종합해 대한항공 측의 면책 사유를 인정하고, 승객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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