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숏컷', 여자 체조 레깅스…뜨거운 '젠더이슈 올림픽'

중앙일보

입력 2021.07.28 17:36

업데이트 2021.07.28 18:16

#여성_숏컷_캠페인
최근 SNS에 자주 등장하는 해시태그다. 여성들이 긴 머리를 숏컷(쇼트커트·짧은 머리)으로 자른 후 SNS에 사진과 함께 해당 해시태그를 다는 ‘숏컷 인증’이다. 지난 25일 한지영 신체 심리학자가 ‘#여성_숏컷_캠페인’을 시작한 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확산했다. 27일 기준 이 해시태그는 약 6000개다.

한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 대한 부적절한 글들을 보면서 타인이 누군가의 외모에 대해 규제나 검열을 가할 권리가 없다는 걸 명확히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신체에 대해 평가를 하면 여성에게는 ‘숏컷을 하면 욕을 먹겠구나’, 남성에게는 ‘여자가 숏컷하면 욕해도 되는구나’하는 분위기를 심어줄 수 있다”며 “특히 청소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지영 신체심리학자가 지난 25일 트위터에서 '#여성_숏컷_캠페인'을 제안했다. 트위터 캡처

한지영 신체심리학자가 지난 25일 트위터에서 '#여성_숏컷_캠페인'을 제안했다. 트위터 캡처

“페미는 믿고 거른다”…선수들 향한 모독

숏컷 인증은 2020도쿄올림픽에서 양궁 금메달 2관왕을 달성한 안산 선수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이 “숏컷에 여대는 페미니스트라 믿고 거른다” 등의 공격을 가하면서 촉발됐다. 안 선수는 광주여대에 재학 중이다.

안산 선수 외에도 배구 김희진, 태권도 이다빈, 사격 박희문 선수 등이 올림픽에서 숏컷 스타일로 관심을 모았다. 한 네티즌은 안 선수의 SNS에 찌푸리는 표정의 이모티콘과 함께 “왜 머리를 자르나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에 안 선수는 “그게 편하니까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안산 선수 댓글. 인스타그램 캡처

안산 선수 댓글. 인스타그램 캡처

“남성주의적 시각과 성별 고정관념 남아 있어”

과거 하키 선수로 활동했던 함은주 스포츠 인권연구소 대외협력위원장은 선수 생활 동안 반삭에 가까운 짧은 머리 스타일을 유지했다고 한다. 그는 “뛸 때 긴 머리가 거추장스럽고 땀으로 젖으면 정말 무겁고 관리도 힘들다”며 “기능적으로 접근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숏컷 논란에 대해서는 “스포츠를 그동안 남성주의적 시각과 사고로 바라봤기 때문에 이러한 논란이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차이를 점차 좁혀가는 추세지만, 성별 고정관념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 위원장은 “선수들이 꼭 기능적 부분이 아니라도 실제로 자신한테 잘 어울려서 한 스타일일 수도 있는데 머리를 지적하면서 선수들의 다양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건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올림픽서 계속된 젠더 이슈

올림픽에서 젠더 이슈는 계속해서 논란이 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보리스 존슨 당시 런던 시장은 자신이 올림픽에서 좋았던 점을 나열하면서 “벌거벗은 여성들이 비치 발리볼을 한다”며 “그녀들은 젖은 수달처럼 반짝이고 있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에 대한 양성평등 모니터링을 한 결과 문제성 발언이 총 30건 나오기도 했다. 주로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표현을 하거나 여성성 혹은 남성성에 대한 강조 그리고 선수에 대한 외모 평가 등이었다.

“우리 팀 새 옷 어때요?” 맞서는 여성들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팀 인스타그램 캡쳐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팀 인스타그램 캡쳐

외국에서는 스포츠계의 젠더 이슈에 정면으로 맞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유럽 비치핸드볼 선수권 대회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 대표팀이 비키니 하의 대신 반바지를 입고 경기에 나섰다. 이에 유럽핸드볼연맹은 이들에게 1500유로(한화 약 200만원) 벌금을 부과했다. 연맹 규정에 따르면 비치핸드볼 여자 선수들은 비키니를 착용해야 한다. 노르웨이 선수단이 부당한 규정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경기에서 보여준 것이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독일 여자 체조 대표팀은 몸통에서부터 발목 끝까지 가리는 유니타드(uni와 leotard의 합성어·단일 발레 연습복)를 입고 등장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런 의상을 입은 유일한 팀이었다. 보통 기계체조 선수들은 원피스 수영복 모양인 레오타드를 입는다. 독일팀의 파울린 쉬퍼는 지난 23일 SNS에 올림픽 훈련 사진을 올리며 “우리 팀 새 옷이 어떤가”라고 적었다.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은 긴 바지를 입고 올림픽에 참가했다. 사진 파울린 쉬퍼 SNS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은 긴 바지를 입고 올림픽에 참가했다. 사진 파울린 쉬퍼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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