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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될지 모를 후보지 놓고 "주택공급 충분"…홍남기 뻥튀기 담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앞으로 공급한다는 205만 가구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정부가 앞으로 공급한다는 205만 가구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정부가 28일 발표한 부동산 관련 대국민 담화의 핵심은 결국 공급이다. 공급이 충분하니 심리에 쫓겨 추격 매수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충분한 공급이 시장안정의 첩경임을 인식하고 양질의 주택이 신속히 공급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문 정부 공급대책 뜯어보니 #205만호 물량 대다수가 '후보지' #"실제 공급가능한 지 따져야"

당장의 공급을 뜻하는 입주 물량이 10년 평균 주택입주물량(전국 46만9000가구, 서울 7만3000가구)을 유지한다는 것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공급물량이 총 205만호나 된다는 것이 총력을 다했다는 근거다. 205만호는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29만호)의 7배나 되는 규모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정부가 추진해 공급되고 있는 공급량까지 합해 "향후 10년간 매년 전국 56만 가구, 수도권 31만 가구가 공급된다”고 말했다.

205만 가구 주택은 대체 어디에

하지만 국토부의 주택 준공실적을 보면 2018년(62만6889가구)을 기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47만1000가구였고, 올해 5월까지 14만4000여 가구로 전년 동기(18만9000여 가구)대비 23.8% 줄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부 교수는 “박근혜 정부 때 인허가 물량이 엄청나게 늘어나서 문재인 정부 초기에 입주물량이 많았지만 그게 1년 전부터 고갈되기 시작했다”며 “미래 공급량을 알 수 있는 인허가 실적도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수도권은 반 토막 났다”고 지적했다.

당장 시장에서 체감하는 공급량인 민간 아파트 입주 물량은 상당히 불안하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수도권의 입주 물량은 2018년(23만1100가구) 정점을 찍은 뒤 2023년께 14만4987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문 정부가 정권 초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펼치며 수요 억제책만 펼친 결과다.

아파트 입주 및 입주 예정 물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아파트 입주 및 입주 예정 물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가 앞으로 공급하겠다는 205만호에 대한 시장 신뢰도도 낮다. 많은 전문가는 “공급될지 안 될지조차 모르는 후보지를 공급량에 무리하게 포함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른 공공임대 수요를 제외하고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급 물량은 공급이 확정된 3기 신도시와 같은 신규택지 물량뿐이다. 노 장관은 이날 “LH 분양에만 적용 중인 사전청약을 공공택지 민영주택과 도심공급 물량에도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주도로 공급하겠다는 물량 대다수가 후보지다. 정부의 공급량 중 가장 비중이 큰 2·4공급 대책(83만6000가구)의 경우 대다수가 후보지 물량이다. 노 장관이 “불과 5개월 만에 12만6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도심 후보지를 발굴했다”고 밝힌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의 경우 실제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게 주민 동의 3분의 2 이상을 받은 곳은 10곳(1만5000가구)에 불과하다.

공공주도 사업 줄줄이 주민 반대 부딪혀 

후보지 중에서는 주민 반대가 거센 곳도 많다. 최근에는 전국 연대인 ‘3080 공공주도반대연합회(공반연)’도 결성돼 사업 찬성동의서를 낸 이들이 사업지구 내 거주하고 있는지, 주민동의율의 구체적인 근거를 공개하라며 요구하고 나섰다.

2·4 공급대책의 또 다른 축인 공공 직접시행정비사업의 경우 후보지 선정조차 못했다. 지난해 8·4 대책으로 발표한 공공재건축의 경우 5만 가구 목표 물량 중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달랑 4곳(1537가구)뿐이다.

문 정부 공급대책 뜯어보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문 정부 공급대책 뜯어보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지하는 대신 대안으로 내놓은 서울 유휴부지 개발도 답보 상태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1만 가구), 서울 용산 정비창(1만 가구),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LH 여의도 부지(300가구) 등에서 주민과 지자체 반발이 거센 상태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정부가 공급하겠다는 205만호 물량이 정말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실효성이 있는 물량인지 냉정히 따져보고 대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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