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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미는 '철석연대'…윤석열엔 가깝게, 이준석엔 차갑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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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일 정오 서울 종로구 한 중국식당(중심)에서 오찬회동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일 정오 서울 종로구 한 중국식당(중심)에서 오찬회동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최근 ‘철석연대’라는 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운데 이름을 본따 만든 철석연대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안 대표 측이 만들어낸 표현이다. 한동안 잊혀졌던 철석연대가 관심을 끄는 건 최근 안 대표의 행보가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어서다.

안 대표는 최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윤 전 총장 측에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최근 유의미한 의사전달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면서도 “사안별로, 간접적으로 서로가 필요한 연락은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안 대표와 윤 전 총장의 오찬 회동에서 “중도확장, 야권통합, 실용정치”에 공감대를 이룬 뒤에도 이른바 핫라인을 계속해 유지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두 사람은 최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드루킹 특검 연장’에 한목소리를 냈다. 야권의 다른 대선 주자가 특검 수사 전후로 검찰 고위직에 있던 윤 전 총장을 향해 이른바 ‘윤석열 원죄론’을 펴는 것과 달리 댓글 사건의 피해자였던 안 대표는 윤 전 총장을 겨냥하는 발언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선 “안 대표가 철석연대를 밀면서 차기 대선까지 시간을 두고 몸값 높이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실무 논의가 사실상 종료된 배경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있다. 국민의당이 “우린 급할 게 없다”는 태도로 나오는 건 대선까지 제3 정당의 위상을 유지하는 게 실보다 득이 될 거란 판단이 깔려있단 분석이다. 실무협상에 참여했던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지금 윤 전 총장, 김동연 전 부총리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할 게 아니라 본인이 약속한 합당에 대해서 매듭을 짓는 것이 순서적으로 맞다”며 “대선에 출마하고 싶은데 허들이 있으니 ‘큰 그림’으로 자꾸 접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가 국민의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한 뒤 최종 단일화를 모색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가능성 속에서 고민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국민의당-대한의사협회 정책간담회 〈4차 팬데믹 대응방안 모색〉에서 안철수 대표가 코로나19 펜더믹 상황과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국민의당-대한의사협회 정책간담회 〈4차 팬데믹 대응방안 모색〉에서 안철수 대표가 코로나19 펜더믹 상황과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야권에선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앞두고 당분간 느슨한 ‘철석연대’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입당을 하더라도 국민의힘에 끌려오듯 입당할 순 없을 거고, 안 대표도 합당에 대해 비슷한 입장일 것”이라며 ‘전략적 공생’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합당 실무협상에 참여했던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이라면 협상에 문제가 없지만, 거기에 윤 전 총장까지 함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부분에서 서로 이견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는 구원이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날 합당 실무협상 결렬 뒤 이 대표가 “대표끼리 만나자”고 제안했지만 안 대표는 묵묵부답이다. 이 대표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유학생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주 문자로 안 대표에게 ‘지도자로서 만나서 이견을 조정하자’고 제안했고, 안 대표는 ‘협상단 역할이 있으니 기다렸다가 논의하자’고 해서 기다리는 입장”이라며 “저는 아직 야권통합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 안 대표와 좋은 기회에 만나 좋은 협상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협상 내용을 공유하고 합당에 대한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협상과정에선 실무진에게 최대한 역할을 위임했고, 이제 당 차원에서 합당을 하든 안 하든 이번주 내에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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