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의학] 45㎏ 감량 비밀 … 베리아트릭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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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아트릭 수술 전의 김대연씨(左). 1m75㎝인 그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체중이 128㎏에 달했다. 2004년 가을 베리아트릭 수술을 받은 뒤 80㎏대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과 딴판이다. 49인치였던 허리 사이즈는 34인치로 줄었다.

의대생 김대연(30)씨. 가톨릭의대 본과 2년생인 그는 언뜻 보기에 보통 체격의 평범한 대학생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남들보다 조금 늦게 대학을 다닌다는 사실 정도. 그러나 그에겐 한가지 비밀이 있다. 1m75㎝인 그의 체중이 한때(3년 전) 128㎏에 달했다는 것이다. 당시 허리 사이즈는 49인치로 그의 바지엔 웬만한 여성 두 명이 들어가고도 남았다.

김씨의 체중은 초등학교 1학년 때 31㎏을 기록한 뒤 줄기차게 불었다. 전형적인 소아 비만이었다. 고1 때 이미 100㎏을 넘겼다. 지나친 체중 탓에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는 것도,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도 포기해야만 했다.

그는 "몸에 지방이 많이 쌓이면 피곤이 쉽게 밀려온다"며 "밥 먹고 나면 꽤 오래 누워지내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래도 식욕만은 더 왕성해졌다. 고기 10인분을 먹는 것은 예사였다. 1995년 의대 입학 뒤 그는 곧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시험 스트레스를 받은 데다 기름진 음식을 먹어 체중은 계속 증가했다. 다이어트를 해서 체중을 95㎏까지 줄였지만 그것이 한계였다.

"지방세포 수가 남들보다 훨씬 많아(어린이 비만의 특징) 의지만으론 역부족이었다. 조금만 신경을 덜 써도 체중은 바로 원위치였다."

몇 차례의 다이어트 실패를 거치면서 건강은 더욱 나빠졌다.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 비만 관련 질환들이 차례로 찾아왔다. 이때까지가 그의 '블루 시대'.

그런 김씨에게 마지막 선택의 기회가 찾아왔다. 2004년 9월 9일, 베리아트릭(고도비만 해소) 수술을 받은 것이다. 스승인 성모병원 김응국 교수가 내시경을 이용해 '조절형 랩밴드'를 그의 위에 삽입했다. 이후 그는 680여 일간 80㎏대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체중은 81~83㎏.

"사망률 0.05%인 위험한 수술이지만 받기를 잘했다"고 그는 말했다. 주변에서 "'이제 사람의 모습이다''목이 생겼다''살 빠지니 아버지와 붕어빵'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도 완전히 없어졌다. 혈압은 110/90을 유지하고 있으며, 허리둘레는 34인치로 줄었다.

그는 살을 빼기 전에 입었던 바지.상의.내복 등을 기념으로 하나씩 남겨뒀다. "저것들을 입고 어떻게 살았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돼 체중 유지에도 유익하다고 한다.

그는 수술 이후 하루 700~1500㎉(성인 남성 하루 권장 열량은 2600㎉)를 섭취한다. 하지만 "허기를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시험기간엔 단 음식 위주로 평소보다 더 많이 먹는다. 열량을 적게 섭취하다 보니 운동량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일. 그러나 활력을 위해 그는 매일 2시간가량 걷는다. 요즘도 가끔 경험하는 시술 부작용은 갑자기 어지럽고 힘이 빠지는 것이다. 이때는 사탕을 먹어 혈당을 높여준다. 또 시술받은 사실을 잊고 급하게 음식을 먹으면 음식을 토하게 된다고.

김씨는 현재 고도비만시술 서포터 모임(cafe.daum.net/AGB)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회원 수는 80명가량이다. 회원 중엔 이미 베리아트릭 시술을 받은 사람도 있고 고려 중인 사람도 있다. 가족도 나온다. '어떤 음식이 소화가 잘된다''머리카락이 빠지면 이렇게 하라''어떤 음식 먹으면 설사한다''어떤 운동을 해보니 좋더라' 등 실제 경험담을 공유하게 돼 큰 도움이 된다."

박태균 기자

◆ 베리아트릭(Bariatric)수술=그리스어로 체중을 뜻하는 '바로스(baros)'와 치료를 의미하는 '이아트릭(iatrike)'을 합성한 말. 이중 조절형 랩밴드 삽입술은 위(胃)의 위쪽 부위를 밴드로 묶어 식사량을 줄이게 한다. 위를 자르지 않고, 수술이 잘못될 경우 밴드를 제거하면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적용 대상은 체중(㎏)을 키(m로 환산)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가 35 이상이거나, BMI는 30~35 사이지만 비만으로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관절염 등이 있는 사람이다. 국내에선 가톨릭의대 성모병원과 일부 개원가에서 시술되고 있으며 비용은 700만원 선.

체중.BMI가 높은 사람에겐 루 와이 위(胃)우회수술이란 베리아트릭 수술이 실시되기도 한다. 위를 15~20㎖ 정도로 조그맣게 만들어 나머지 위와 분리시켜 놓고 소장을 작은 위와 연결하는 수술이다. 위의 크기를 줄여 음식 섭취를 제한하고 식욕을 떨어뜨린다. 비용은 1100만원 안팎. 최근엔 배를 열지 않고 하는 복강경 수술을 많이 선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베리아트릭 수술 도중 환자가 숨진 사례가 있으며, 부작용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으므로 수술 여부는 환자와 의사 모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인스헬스케어(http://healthcare.joins.com) '베리아트릭수술, 이것이 궁금하다' 코너에 문의하세요.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이상권 교수(외과)와 현재 고도비만시술 서포터 모임에서 회장으로 활동하는 김대연씨가 상담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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